개인
2021-03-17 ~ 2021-03-23
지현정
무료
+82.2.737.4678
갤러리도스 기획 지현정 ‘모든 지각은 이미 기억이다’
2021. 3. 17 (수) ~ 2021. 3. 23 (화)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갤러리도스 기획 지현정 ‘모든 지각은 이미 기억이다'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21. 3. 17 (수) ~ 2021. 3. 23 (화)
속을 들여다보면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이따금씩 서랍을 열어본다. 이제 와서 보면 대수롭지 않은 시시콜콜한 잡동사니와 편지들이 쌓여있고 기준을 알 수 없이 분류된 사진들이 담겨있다. 귀퉁이에는 부속이 소실되어 쓸모를 잃어버린 장난감 몇 개가 나뒹굴고 있다. 당장 손가락 아플 일도 없이 보기 좋은 글자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화려한 사진을 찍어 저장하고 근사한 물건을 주문할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기분을 좋게 하는 찰나의 보상에서 그치지 않고 시간이 흘러도 마음을 채워주는 것은 첨단의 광택이 아닌 추억의 먼지다. 지현정은 내가 아닌 모든 것을 관대히 이해하기 위한 첫 노력으로 자신의 지난날을 가림 없이 바라본다.
감정을 보관하는 장소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수 있다. 감정과 연결된 기억의 조각들은 지난 시간의 자취를 돌아보고 남은 삶으로 다시 고개를 돌릴 수 있는 힘을 준다. 소중한 물건이 담긴 상자나 서랍, 자신의 방에 애착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까닭은 그 공간이 자신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거창하게 부르면 금고일 수도 재미를 곁들이면 보금자리라고 불릴 수 도 있는 공간은 흠 없는 자신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곳이 아니다. 남에게 보여주지 않은 조용한 탄식과 눈물이 스며있고 상처와 실수에서 나온 얼룩으로 물들어있다. 그리고 이를 양분으로 삼고 자라 피어날 미소를 심어둘 화분도 준비되어있다.
자신만의 공간을 다루는 이야기는 상징적인 사물이 화면에 의도적으로 배치되어있기 마련이다. 그 사물에는 작가의 개인적인 사연이 담겨있지만 관객이 다가서서 몰입하기 어렵지 않을 만큼 조정되어있다. 벽의 틈새로 흘러들어와 방을 침수시키는 물과 길고 복잡하게 매듭지어진 머리칼, 허공을 헤엄치는 허리가 긴 생물들은 친절하게 꾸며진 추리소설 속 사건현장처럼 작가의 삶을 알지 못해도 서서히 공감할 수 있는 기호이다. 작가 자신이 투영된 화면 속의 인물들은 표정 없이 시큰둥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 시선의 방향은 다양하지만 그 눈길의 끝에 특별히 신경 쓸 만한 사물이 없기에 작품을 바라보는 이의 시선 역시 금방 갈 곳을 잃고 다시 방황하게 된다.
무신경한 표정이 아니라면 눈을 감고 잠을 자고 있는 인물들은 어쩌면 진짜 잠든 것이 아니라 방해와 관심을 피하기 위해 잠자는 척을 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어린 시절을 보듬어줄 누군가가 없이 빠르게 철들고 굳건하게 버텨내야 한다는 다짐은 때로는 대견하고 때로는 가혹하게 마음을 단단히 담금질했다. 쇠는 두들기고 식힐수록 단단해지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아무리 티 없이 견고하고자 해도 흠집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것이 감정임을 깨달은 시기는 그동안 재련해온 자신을 성인이 되어 꺼냈을 때였다.
지현정의 작품은 무심하게 두들겨온 스스로의 강도가 아닌 목적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동시대 청년이 지닌 자신에 대한 불확실과 지난 짧은 삶의 복습이 담겨있다. 운명을 점치는 타로카드처럼 수수께끼 삽화의 모습을 한 지현정의 작품은 한 장으로 완결하고 이해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작품 전반에 새겨진 분위기와 단서를 차분히 더듬어가며 조합해야 해석을 시작 할 수 있는 하나의 문장이 만들어진다.
기억연료, 56x76cm, 종이에 과슈, 2020
틈사이로, 51x61cm, 종이에 과슈, 2020
기억의 파편, 76x56cm, 종이에 과슈, 2021
지현정 작가노트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조그만 방이 하나 있습니다. 기억들로 가득 찬 방이죠.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물은 은유와 암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방에 얽히고설킨 줄이 있으며, 표정 없는 아이들이 물속에 서 있거나 줄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림 속 아이들은 현재의 저 자신이자 과거의 자신입니다. 이 방의 천장과 벽은 무너지고 그 틈에서 물이 새어 나옵니다. 물에는 역사가 담겨있고 기억 속 돌이킬 수 없는 감정들을 담고 있습니다.
어린시절의 저는 누구와도 싸우지 않고 실망하지 않았으며 미워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느끼는 감정을 직면하기 무서워, 제 마음의 모습을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싸움과 미움과 비애가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 반대의 것도 없다는 말입니다. 슬픔이 없는 행복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마음을 잃어가고 있었고 그것은 저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제 그림은 마음속에 딱딱하게 굳은 감정들을 다시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기억이란 자기 자신에 대한 역사가 기록 된 것이므로,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해도 거기서 비롯한 흔적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조용히 자신의 의식 밑바닥에 내려가 내적인 혼돈을 마주하고 기억 속 지나간 감정들을 되새깁니다. 이 작업을 통해 저는 기억을 내주는 동시에 마음 속 평화를 얻습니다.
지현정
2017 Art center College of Design, bachelor of Fine Art BFA (캘리포니아, 미국)
개인전
2021 지현정 기획전, 갤러리도스, 서울
2020 지현정 초대전 <마음의 방> 정동1928 아트센터, 서울
2019 <Emotion Pool> Groundwork Coffee Co 와 Art Share-LA, 베벌리 그로브, 캘리 포니아
단체전
2021 <Korea Group Show> Gallery Joyana, 마르세유, 프랑스
2020 <뉴웨이브 작가전> 용산 아이파크몰, 아트리에 갤러리, 서울
2020 <MvVO AD Art Show> World Trade Center, 뉴욕
2019 <MvVO AD Art Show> LinkNYC, 뉴욕
2019 <MvVO AD Art Show> World Trade Center, 뉴욕
2019 <Lab 11> Malamegi lab, 베네치아, 이탈리아
2019 <All Stars> Art Share-LA,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2018 <MvVO AD Art Show> Sotheby’s, 뉴욕
2018 <Labor of Love> Art Share-LA,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2018 <Arte Laguna 2018> Nappe Arsenale Nord, 베네치아, 이탈리아
2018 <Annual international exhibition> Viridian Artists, 뉴욕
2018 <Laluzapalooza 2018> La Luz de Jesus Gallery,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2018 <Contemporary Venice> Palazzo Ca’Zanardi, 베네치아, 이탈리아
2017 <Laluzapalooza 2017> La Luz de Jesus Gallery,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2017 <Art Olympia 2017> 도쿄시청, 일본
2017 <Illustration West 55> Pop Secret Gallery,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2015 <Art Olympia 2015> 도쿄시청,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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