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기획의도
이 전시는 1960년대 초 회화에서 시작한 이응노 화백의 문자추상 양식이 1970~80년대를 거치며 조각, 판화, 도자 등 다양한 매체 속에서 전개되는 점에 주목한다. 1959년 서독에 도착한 이응노는 카셀 도큐멘타를 통해 최신의 현대미술을 접하고 “용구의 혁명”이라는 말을 했다. 다양한 재료·물질을 사용해 추상화 운동을 전개하는 서구 미술계의 예술적 실험을 접한 이응노는 한자를 소재로 삼아 ‘문자추상’이라는 새로운 양식을 실험한다. 이응노가 파리에서 활동할 당시 유럽 미술계에서는 이집트 상형문자, 히브리 문자 등을 시각 기호처럼 활용해 추상화를 창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부 화가들은 서예의 자유분방한 붓놀림, 먹의 효과, 글씨를 그리듯 그림을 쓰듯 진행되는 필법 등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적 추상화를 창작하기도 했다. 동양의 미술 문화는 새로운 미술을 좇는 서양 현대미술 작가들의 주된 관심사가 되었다. 이응노는 한자가 자연의 형상을 추상화한 글자라는 점에 착안해 한자 자체를 동양적 추상이라고 보았고 그것을 통해 서구 예술가들과 차별화된 자신만의 예술적 정체성을 세웠다. 즉 쓰기가 그리기가 되는 지점에 이응노의 문자추상은 존재한다.
1960년대 초기의 문자추상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거칠게 연출한 마티에르 위에 유연한 획이 어우러지며 서정적 경향을 나타냈다. 1970년대 들어서서는 문자의 입체적 구조를 드러내는 건축적 형태의 회화, 조각, 세라믹, 타피스트리 작품들로 문자추상의 영역이 확장되었다. 1980년대에는 자유분방한 문자의 획이 군상 시리즈의 필획과 유사하게 전개되며 필체와 형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개된다. 시대별 양식 변화에 따라 창작의 재료도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문자추상은 회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었지만 조각, 판화 등의 형식으로도 전개되었고 가구, 도자, 타피스트리 문양으로도 활용되며 디자인 패턴으로도 주목받았다. 특히 전각 형식을 활용한 판화 작품들은 문자추상이 서구의 양식을 취하고 있지만 방법에 있어서는 전통미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전시는 그 점에 주목해 동/서양, 전통/현대, 순수예술/장식미술로서 모두 기능하는 이응노 문자추상의 다면적 모습을 두루 조명한다.
■ 전시장 구성
1전시장 – 문자추상의 시작
1960년대 초반 작품부터 양식이 무르익어가는 1960년대 후반까지를 보통 초기 문자추상으로 본다. 60년대 문자추상은 붓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리듬감 있게 활용하거나, 아교나 한지 등의 재료를 통해 화면을 밀도있게 구성했고, 그림 표면을 긁거나 구기는 등 거친 작업을 통해 갑골문 혹은 고대 비석과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냈다. 문자추상 창작 초기인 만큼 작가가 세운 기본 개념이 재료·기법을 달리하며 창작되었으며 문자를 활용하는 창의적인 방식이 돋보이는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종이와 먹과 같은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해 현대적 미감의 추상화를 창작한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응노, <구성>, 1962, 133x70cm, 캔버스에 유채
이응노, <구성>, 1963, 66x 28cm, 종이에 채색
2전시장 – 문자와 도안
1970년대 이응노는 문자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견고한 구성의 추상화를 창작한다. 한자 획의 복잡한 구조를 그대로 ‘콤포지션’의 아름다움으로 활용했으며 한글 자모의 직선과 곡선이 만들어내는 단순 형태를 조형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조각은 문자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드러내기에 적합한 형식이었다. 도자와 접시 문양은 1960년대 후반부터 창작되기 시작했는데 문자추상을 도안으로 사용하며 파격적인 미감을 보여주었다. 이응노의 도안은 프랑스 세브르 국립도자기 공장에서 도자기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1972~82년 사이 프랑스 국립 타피스트리 제작소에서 이응노의 도안 8점을 사들여 타피스트리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응노,<구성>, 1972, 지름 24cm, 세라믹
이응노, <구성>, 1975, 198x200cm, 융위에 채색
3전시장 – 판화와 문자
이응노는 판화 소품을 다수 제작했고 대다수가 문자, 군상을 소재로 삼아 창작되었다. 문자를 사용한 판화 중 일부는 전각의 형식을 빌려 취하고 있다. 이응노는 문양을 목판이나 고무판에 새긴 후 판화처럼 찍기도 했으며 탁본처럼 뜨기도 했다. 문자 패턴을 붉은 물감으로 찍은 프린트는 얼핏 인장과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동양의 전각 전통을 추상 영역으로 확장해 현대적으로 응용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볼 수 있다. 한자를 문자추상의 기본으로 이해한 이응노에게 있어 판화, 탁본, 전각은 패턴의 무궁무진한 변주로 문자추상 창작의 적절한 원천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응노, <구성>, 1970, 18x11cm, 목판화
이응노, <구성>, 1980, 34x46cm, 목판화
4전시장 – 필체와 군상
말년의 이응노는 주로 군상 연작 창작에 매진하였지만 문자추상 작품도 지속적으로 창작하였다. 70년대 후반의 소품을 보면 다양한 필체를 통해 문자를 실험하고 있는 점이 발견된다. 이응노는 한자는 물론 아랍어 글씨의 곡선을 그림의 소재로 실험하기도 했으며 한자를 대담하게 그림문자 형식으로 변형해 픽토그램처럼 쓰기도 했다. 중첩해 흘려 쓰며 복잡한 문양 패턴을 만들어가는 방식은 군상의 소용돌이치는 화면을 구성하는 필체와 매우 닮아있다. 그런 점에서 글씨를 쓰듯 인물을 그려나가는 군상의 작업 방식이 서예의 필법, 그중에서도 초서체와 유사한 점이 있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이응노, <구성>, 1981, 44x35cm, 종이에 채색
이응노, <구성>, 1977, 32.5x32.5cm, 종이에 먹
2021 이응노미술관 특별전
《문자, 문양, 패턴: 이응노의 문자추상》
■ 회화, 조각, 서예, 도자, 타피스트리 등 다양한 장르의 이응노 문자추상 작품 전시
■ 이응노미술관 소장 주요 문자추상 작품을 총망라해 감상할 수 있는 특별전
○ 이응노미술관(관장 류철하)은 오는 27일부터 7월 11일까지 2021 이응노미술관 특별전 《문자, 문양, 패턴: 이응노의 문자추상》을 개최한다.
○ 이번 전시는 이응노의 예술 세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문자추상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회화, 조각, 도자, 서예, 타피스트리 등 다양한 장르의 문자추상 작품을 통해 이응노 예술의 정수를 탐색한다.
○ 1전시실에서는 1960년대 초반 작품부터 양식이 무르익어가는 1960년대 후반까지의 문자추상 작품을 살펴본다. 이 시기 60년대 문자추상은 붓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리듬감 있게 활용하거나, 아교나 한지 등의 재료를 통해 화면을 밀도있게 구성했고, 그림 표면을 긁거나 구기는 등 거친 작업을 통해 갑골문 혹은 고대 비석과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냈다.
○ 2전시실에서는 문자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견고한 구성의 1970년대 작품을 살펴본다. 이응노는 한자 획의 복잡한 구조를 그대로 ‘콤포지션’의 아름다움으로 활용했으며 이러한 디자인적 요소들을 도안으로 사용해 가구, 도자, 조각의 문양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응노의 도안은 프랑스 세브르 국립도자기 공장에서 도자기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1972~82년 사이 프랑스 국립 타피스트리 제작소에서 이응노의 도안 8점을 사들여 타피스트리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 3전시실에서는 판화 작품을 살펴본다. 문자를 사용한 판화 중 일부는 전각의 형식을 빌려 취하고 있다. 이응노는 문양을 목판이나 고무판에 새긴 후 판화처럼 찍기도 했으며 탁본처럼 뜨기도 했다. 문자 패턴을 붉은 물감으로 찍은 프린트는 얼핏 인장과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동양의 전각 전통을 추상 영역으로 확장해 현대적으로 응용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볼 수 있다.
○ 4전시실에서는 필체와 군상의 연관성을 살펴본다. 말년의 이응노는 주로 군상 연작 창작에 매진하였지만 문자추상 작품도 지속적으로 창작하였다. 70년대 후반의 소품을 보면 다양한 필체를 통해 문자를 실험하고 있는 점이 발견된다. 이응노는 한자는 물론 아랍어 글씨의 곡선을 그림의 소재로 실험하기도 했으며 한자를 대담하게 그림문자 형식으로 변형해 픽토그램처럼 쓰기도 했다. 중첩해 흘려 쓰며 복잡한 문양 패턴을 만들어가는 방식은 군상의 소용돌이치는 화면을 구성하는 필체와 매우 닮아있다
○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이응노미술관의 축적된 학술적 성과를 특별전의 형태로 선보이는 좋은 기회”라며, “문자, 문양, 패턴으로 이어지는 이응노화백의 문자추상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