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sthetics of Movement in Silence: Contemporary Dance Paintings
◇ 이천시립월전미술관 봄 기획전으로 마련된 ‘그림으로 만나는 춤 공연’
- 한국화 전시, 연구의 1번지인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의 장르별 한국화 조명 기획의 일환
- 4월 15일(목)부터 7월 4일(일)까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 · 2 · 3 · 4전시실에서 개최
◇ 코로나 시대의 가장 안전한 공연 관람: 그림으로 보는 다채로운 춤의 향연
- 현대 한국화의 대표작가 15인의 율동미 넘치는 춤 그림 42점
- 각 작가의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다루어진 춤 그림 감상의 기회
- 오늘날 수묵채색 인물화의 가치와 아름다움 재인식 및 조명
이천시립월전미술관(관장 장학구)은 2021년 봄 기획전으로 《정중동靜中動의 미학: 한국 현대 춤 그림》전을 개최한다. 춤 그림을 한자리에 모은 국내 최초의 전시로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 · 2 · 3 · 4전시실에서 한국화 대표작가 15인의 작품 42점을 선보인다. 4월 15일(목)부터 7월 4일(일)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진행된다.
김세원 | 승무 | 2019 | 종이에 수묵담채 | 55×45cm
이석구 | 무舞 | 1973 | 종이에 수묵채색 | 128×91cm
이번 전시는 공연 관람이 어려워진 코로나 시대에 율동미 넘치는 춤을 주제로 다룬 한국화 작가들의 멋진 작품을 통한 ‘그림으로 만나는 공연’을 선보이려는 의도로 준비되었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한국화 작가 15인의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그려진 여러 가지 춤의 모습을 통해 실제 공연 이상의 감흥과 힐링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이는 그간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오늘날 수묵채색 인물화의 양상과 특징, 춤과 미술의 관계를 조명하는 학술적 의미도 지닌다.
이석우 | 농악도 | 2002 | 종이에 수묵담채 | 119×322cm
장운상 | 가을을 노래하며 | 연도미상 | 종이에 수묵채색 | 70×70cm
장우성 | 춤 | 1993 | 종이에 수묵채색 | 128×97cm | 경기도미술관
○ 전통성과 한국성을 담은 춤 그림
- 전통을 상징하고 계승하는 것은 현대 춤 그림에 보이는 중요한 경향이다. 산조춤, 승무, 장구춤, 농악, 탈춤 등이 폭넓게 다루어졌는데 이는 모든 면이 달라진 20세기의 사회적 상황 속에 민족의 문화, 정신, 풍속을 잘 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춤을 다룸으로써, 작품에 한국성과 전통성을 담아내고자 것이다. 전통 춤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은 전통 춤 특유의 춤사위와 정적靜的인 혹은 동적動的인 운동감, 독특한 복식에 주목했다. 또한 수묵채색화의 장점 가운데 하나인 변화감이 풍부한 선線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춤을 그려냈다. 이러한 선은 춤을 추는 대상, 즉 피사인물의 형태를 만들기도, 움직임을 나타내기도 하는 두 가지 역할을 담당한다. 한편 과거 궁중회화나 불교회화의 계승적 차원에서 고유의 색으로 여겨지는 오방색을 중심으로 짙은 채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구축적인 면面 위주의 강렬한 미감을 선보이기도 한다.
장상의 | 개성에서 서울까지 | 1989 | 종이에 수묵담채 | 212×2100cm
이숙자 | 석보상절-뒷풀이1,2 | 1999 | 종이에 채색 | 162.1×260.6cm
정탁영 | 드로잉 2007-11 | 2007 | 마분지, 칼 | 78×78cm
정종해 | 춤 | 2004 | 종이에 먹과 오일스틱 | 76×57cm
조순호 | Solo Dance | 2019 | 종이에 수묵 | 147x103cm
○ 강렬한 표현성의 춤 그림
- 춤 특유의 동세와 미감을 추상적抽象的 표현방식으로 그리는 것도 현대 춤 그림의 주요한 경향이다. 작가들은 춤사위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단순화, 과장 혹은 변형함으로써 표현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형상성形象性이 감소하긴 했지만 춤 자체의 뉘앙스는 더욱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극도로 단순화시킨 수백 명의 춤추는 군상을 실루엣으로만 표현하기도, 커다란 화면 가득 힘찬 선과 진한 채색으로 물 흐르는 듯, 바람부는 듯한 춤사위를 그려내기도 한다. 또한 콜라주(collage)와 같은 이색적인 기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춤은, 추는 사람의 감정과 정서의 발현이자 발산이기도 한데, 추상적 표현방식은 이러한 측면에서 춤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최적화된 방법이기도 하다.
이동연 | 신여협도 | 2016 | 종이에 채색 | 192×112cm
권지은 | 돈황무희 I | 2016 | 비단에 채색, 금박, 금니 | 137×62cm
임송희 | 태국무희 | 1997 | 종이에 수묵채색 | 70×48cm
○ 현대적, 이국적 매력의 춤 그림
- 춤 그림은 당대성當代性과 이국적 매력을 선보이는 주제로서도 다루어졌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낀 오늘날의 소녀가 한복을 입고 칼춤을 추는 모습, 여성 아이돌 그룹이 춤추는 모습 등은 과거에 그려질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제재이다. 또한 남아메리카, 발리, 태국 등 현지의 춤을 소재로 다룬 그림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행 자체가 쉽지 않았던 20세기 이전과 달리 해외여행이 얼마든지 가능해진 1989년 이후의 새로운 상황 덕분에 가능해진 그림들이다. 이러한 작품들의 경우 춤 자체의 특징에 주목하기보다는 독특한 개성미와 이국적 특징을 포착하고자 했다. 자연스럽게 춤사위 자체와 그 움직임보다는 춤추는 인물의 외모나 복식 등이 도드라지게 되었다. 한편 동아시아 불교회화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돈황敦煌 벽화 속 춤추는 보살의 인상적이고 유려한 이미지를 한국 불교회화의 표현방식과 기법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김병종 | 생명의 산수도-라틴 | 2013 | 혼합재료에 먹과 채색 | 97×162cm
* 이번 전시는 우리시대 대표적인 한국화 작가 15인이 그린 춤 그림을 통해 이제 유행이 한참 지난 것으로 여겨지는 수묵채색의 인물화가 어떻게 현대적으로 바뀌었으며, 또 맑은 먹과 깊은 채색을 통해 얼마나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지, 이것이 얼마나 시각적 편안함과 자유로움, 심리적 감흥을 줄 수 있는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으로 춤 공연을 관람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