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21-05-04 ~ 2021-05-17
현종광
무료
+82.2.737.4678
갤러리도스 기획 현종광 'OFF-GRID'
2021. 5. 4 (수) ~ 2021. 5. 17 (화)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갤러리도스 기획 현종광 ‘OFF-GRID'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21. 5. 4 (수) ~ 2021. 5. 17 (화)
현종광 개인전 <잔상 After-image> 展에 관하여
“잔상으로부터 영원을 구(救)하다”
이 재 걸/중앙대학교 교수/미술비평(2020)
-화가가 죽음을 대하는 태도
현종광의 회화는 사진 이미지의 세련된 정서를 물씬 풍기는 듯하다가, 파괴적인 그리드(Grid/격자무늬) 구조나 채색의 우발성 같은 시각적 효과의 힘으로 곧장 해체로 나아간다. 뭔가 문명적인 것과 원시적인 것이 충돌하는 형국이며, 이미지를 만들려는 힘과 이미지를 파괴하려는 힘이 서로 격렬하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작가가 사진 이미지로부터 출발하여 도착하고자 한 곳은 과연 어디인가? 우선 작가는 사진이란 뭔가를 재현하는 그림(icon)도 아니고, 뭔가를 전달하는 문서(symbol)도 아니며, 그저 존재했던 어떤 것의 흔적(index)일 뿐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흔적’이 지금의 ‘나’로 하여금 죽음의 실체를 떠올리게 한다는 사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일찍이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는 사진의 본질을 ‘죽음’으로 규정하였다. 그는 “사진 앞에서 나는 주체도 대상도 아니고, 대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느끼는 주체다. 나는 죽음의 미소한 버전을 경험하고 있다”라는 표현을 통해서, 사진의 대상은 생기 있게 보이지만, 사진에 포착되는 주체는 생기를 잃는 과정, 즉 죽음으로 다가가는 과정을 겪는다고 말한다. 정지된 이미지가 안고 있는 것, 이미지의 고정성이 상기하는 것, 그것은 곧 죽음이다. 잠재의식이나 개인적 경험에 연결돼 순간적으로 ‘나’를 강렬하게 ‘찌르는’ 사진의 푼크툼(Punctum)이 궁극적으로 향하는 곳도 바로 죽음이다. 우리가 서랍 속에서 우연히 옛 사진을 보게 될 때, 그것이 아무리 행복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슬프고 아련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이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이 응결된 과거로부터 죽음에 더 가까워진 현재의 ‘나’를 만나게 된다.
Grid Basket 02_75x71cm_2021
-화가가 영원(永遠)을 대하는 태도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는 기억이란 동일성의 지속이 아닌 차이(difference)의 지속임을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기억은 현재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어떤 실체의 행위이며, 물질들의 사건적인 흐름 과정이다. 현종광의 회화가 ‘이미지-기억’을 ‘이미지-차이 생성’으로 환원하고, 차이의 반복과 지속을 통해 세계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음을 상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시의 주제이기도 한 ‘잔상’(殘像)의 사전적 의미도 “시각에 있어서 자극이 없어진 뒤에도 감각 경험이 연장되거나 재생하여 생기는 상(像)”이 아니던가. 작가는 그리드로 촘촘히 나누어진 이미지로부터, 그리고 그 미세한 부분들의 총체성으로부터 이미지의 삶을 ‘차이 생성’의 본보기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사진들, 예컨대 군인들, 집과 복도, 의자와 탁자, 거대한 배와 비행기, 황량한 도로와 자동차 사진들은 과거에 속하는 현실의 발산물들로서 그 자체로 충만하고 가득 차 있다. 여지도 없고 아무것도 덧붙여질 수 없다. 이때 현종광의 그리드는 이 ‘정지된 충만함’을 깨뜨리는 무기가 된다. 작가의 그리드는 사후(事後, 死後)로서의 이미지가 강요하는 침묵을 거부하는 수단이 되며, 대상과 관찰자인 ‘나’ 사이에 새로운 심리적·정서적 공간을 창출하는 매개가 된다. 그래서 작가의 그리드는 장식적인 것이나 형식적인 것을 위한 게 아니다. 이미지에 덧댄 실제의 과잉도, 실제의 변형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기억의 기원과 정의(定義)를 따져 묻는 미학적 방법론이며, 이미지의 추상적 삶을 복원하려는 고도의 ‘시적 기술’(詩的記述)이다. 그가 자주 자신의 회화를 ‘시적 회화’라고 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미지-기억’ 너머에 있는 불확실성의 리얼리티를 감성적 실체로 용인하겠다는 뜻이다.
Following Me! 01_gouache on paper_75x56cm__2021
앵글 같은 이미지의 보는 방법, <잔상>
김종근/미술평론가(2019)
현종광은 잔상(afterimage)을 그의 화두로 삼고 있다. “하나의 이미지가 사라진 후 일시적으로 남아있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이며 또렷하지 않은 개입 현상“인 이 잔상을 그는 화폭 속에서 구현한다. 마치 표현 불가능한 잔상을 담아내는 것이다. 현종광에게 풍경의 전면에 드리워진 <그리드>는 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필터이고 시선이고 방법임을 입증한다. 나는 그것이 그가 풍경을 바라보는 방법, 그 이후의 느낌, 흔적, 남은 이미지 그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아마도 그는 이것을 잔상이라고 규정한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회화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회화에 침몰하지 않고 작품이 스스로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선. 그것에서 그리드는 하나의 풍경을 바라다보는 그만의 안경 혹은 렌즈일 수 있다. 그는 종종 스스로 그리드(grid)를 원본이 소멸된 부재 속의 잔상적 이미지를 일시적으로 드러내고 고정시키며 담을 수 있는 성유물함과 같은 도구(screen, container)이다. 나에게 그림의 모체(matrix)인 그리드는 실체의 부재 속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잔상들을 지연시키는 물리적 또는 정신적 좌표”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종광의 표현언어가 우선 매우 독창적인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화면 전경에 그리드라는 일정한 사각 형태의 선들을 장치한다는 것이다. 그 그리드의 본질적인 의미는 무엇인가는 차치하고라도 사물과 풍경을 일상적 시선으로 보지 않으려는 그의 예술가적 시각과 창조성에 초점을 두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방법론이 그의 예술적 시각을 확대하거나 변형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리드를 통해 성취하려는 그의 풍경과 오브제에 관한 작가적 고백은 너무나 진지하고 아름답다.
“격자선 안에서 행해지는 나의 그림 행위는 더 이상 그리드를 둘러싼 많은 회화적 담론들을 동반한 거대한 서사시 아니다. 이것은 나에게 풍경 또는 인체를 둘러싼 사실적 화면과 연관시키지 않으며, 구체적이지도 않고, 회화의 절대적 자율성을 강조하지 않으며, 단순히 과거 또는 현재의 어느 ‘발견’으로 언급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거대한 모더니티의 유산인 그리드는 구조적, 신화적 특성과 결합하여 역설과 모순적인 회화적 잔상들을 재배열하고 지연한다.”
Seascape 02_pigment print_41.5x59cm_2021
그리드의 개시_필터로서의 회화
홍지석/단국대학교 초빙교수/미술비평(2018)
현종광 회화에서 그리드는 서로 다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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