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21-05-15 ~ 2021-06-01
정철규
무료
010-7148-2805
브라더 양복점
몇 해 전, 어느 밤이 생각난다. 뜨거웠던시간이 지나고 어둠이 정상을 가리키고 있을 때였다. 가벼운 터치 몇 번으로 일곱 명의 사람들이 금세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조금은 긴장해서 얼굴을 잘 들지도 못하는 사람,이리 저리 둘러보며 눈을 한곳에 두지 못하는 사람, 멋쩍은 모습에 들어주는 이 없지만 질문을연발 날리는 사람, 만남의 기대를 잔뜩 품었지만 애써 티를 내지 않으려는 사람.
한 날 한 시 한 곳에 모였지만 모두 다른 사람들, 하지만 서로 자신의이름을 먼저 말하는 사람도, 타인의 이름을 묻는 자도 없었다. 그저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눈치보고, 그 시간이 더 흘러 어둑했던 하늘이 걷히면서 창백한 푸르름을드러낼 때 즈음, 한 명 한 명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누구와 함께 했는지도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밤은 도망가듯 사라져갔다.
하지만 모두 이름을 지우고 모였던 자리는 이제 익명의 서사의 조각으로 남아 다시 그 자리를 꿰어보고자 한다.
‘이름을 지우고 모이는 자리’는 전달인터뷰(A가 B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B를잘 아는 C를 통해 B를 간접적으로 만나는 방식)를 통해 2020년부터 진행한 연작이다. 이 연작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혹은 당당히 드러낼 수 없는 자들의 이야기를 수집해 이미지를 짓고그들이 어렵게 말했던 말들 중 문장 한 줄을 발췌해 이미지를 지탱하게 하고 우리에게 건네고자 하는 말과 마음을 전해준 작업들이다.
<브라더 양복점>은 ‘이름을 지우고 모이는 자리’ 연작의 연장선에서 익명의 사람들을 직접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의 언저리와 중심, 심층부에 깔려있는 이야기를 이미지와 글로 지어주는 과정진행형전시다.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통해 저마다 짙게, 그리고무겁게 누르고 있었던 어둠을 걷어내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정철규 개인전
브라더 양복점
전시기간: 2021. 05. 15 – 06. 01
관람시간: 화, 수, 일요일 13:00~19:00 / 목, 금, 토요일 13:00~24:00 (월요일 휴관)
전시장소: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616-4)
전시서문: 정철규
디자인: 마진영
주최: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2020-2021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전시지원 작가공모 선정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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