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김남표 <Castle>
기 간 2021년 06월 08일(화) - 06월 30일(수) (월요일 휴무)
오 프 닝 2021년 06월 08일(화) 5:00 – 7:00 PM
관 람 시 간 10am - 7pm
장 소 갤러리 나우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길 16 (신사동 630-25)
문 의 02-725-2930 / gallerynow@hanmail.net
[전시서문]
김남표는 쇠조각, 인조털, 목탄, 파스텔, 콘테, 유화물감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며 회화의 본질에 대한 재해석을 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답을 구축해나가는 작가이다. 그가 그려왔던 초현실적인 풍경화 속 탄생된 생명체들은 그 스스로의 목적과 정의를 구축해 나가고, 작품이 탄생된 순간 생성되는 의미는 작가 본인, 작품 자체, 그리고 관람객 개개인의 시각에 따라 변주된다. 여러 오브제들을 캔버스에 부착해 제작하던 기존의 작업 방식과는 달리 이번 <Castle> 시리즈의 신작들은 두꺼운 유화를 겹겹이 쌓아 올리며 투박하지만 섬세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동물들을 그리기보다는 손 끝으로 만지며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어내는 김남표가 캔버스를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으로 사용하며 생명력 있는 동물들과 동시에 성城(castle)을 드라마틱하게 조화시켜 강한 카리스마가 드러나는 신작을 내 놓았다.
갤러리나우에서 처음 소개되는 <Castle> 시리즈는 성城의 웅장함 뒤에 감춰진 그늘을 작가 본인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전쟁이 났을 당시 전장으로 떠나는 성주의 마음은 자신의 안위보다 성에 남아있는 가족과 백성들의 안위를 더 걱정하듯 그 배면에 작가 본인의 고뇌가 담겨있다. “화가의 사회적 욕망을 통해 나의 그림자 속에 나의 그림을 가둬 놓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김남표는 본인만의 길을 개척한다. 사회 안에서 인간의 성城은 경쟁을 통해 지켜낸 업적과 성과에 대한 보상과 같은 것이다. 그는 성城이 크고 빛이 강할수록 그만큼 더 크고 선명하게 드리워지는 그림자 속의 인간적인 비애의 실체를 탐구하는 것을 과제로 안고 작업에 임한다. 김남표는 이제 “성城을 떠나려 한다.” “성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전장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의미가 더욱 드러날 것”이라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결단은 미디어와 기존의 미적개념에 자신을 대입하지 않고 꾸준히 본인만의 작업 스타일을 고수해 오며 대상과 자신과의 교감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김남표의 자연스러운 행보라 할 수 있다.
2021년 06월 08일(화) - 06월 30일(수)까지 도산공원 앞(에르메스 뒤)에 위치한 갤러리나우(T. 02-725-2930)에서 열린다.
[작가노트]
‘Castle’
김남표
성城을 떠나 전장戰場으로 향하는 성주의 마음은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의지보다 가족과 백성이 위태롭게 지키고 있는 성의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성은 이렇듯 외부 침략세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방어하기 위해 주변의 도랑으로 둘러싸인 곳에 높은 언덕 위에 지은 요새이지만 보이는 웅장함 속에 내비치는 위태로움이 존재한다.
사회 안에서 인간은 서로 경쟁하고 자신의 업적과 성과를 지키고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높은 성城을 구축해간다. 외형적으로 높아가는 한 사람의 업적을 통해 그 이면에 쌓여가는 인간적인 비애와 아련함은 숨기고 외면하려 한다.
높은 성城에 비쳐지는 빛이 강한 만큼 성城 그림자는 선명할 것이다.
우리는 그 그림자 속에 무엇이 있는지, 그 어두운 그늘 속에서 무엇이 생존하고 있는지 보아야 한다.
나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화가이다.
화가로서 그림 앞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본다.
화가의 사회적 욕망을 통해 나의 그림자 속에 나의 그림을 가둬놓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인 것이다.
이제는 성城을 떠나려 한다.
성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전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의미가 더욱 드러날 것이다.
[평론]
최은경 (미술이론)
손끝 풍경(Fingertip-scape)
김남표의 초기작품(1990년대 중후반~ )에서부터 캔버스에 여러 가지 재료를 ‘붙이는’ 형태의 모습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쇠 조각을 캔버스에 붙일 때도 있고 때로는 캔버스 자체를 셰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로 변형시키기도 한다.
미완성작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흰 여백이나 작품의 맥락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질적인 물질들을 오브제로서 캔버스에 부착하는 것은 회화의 본질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작가의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모더니즘의 화두와 관련된 것으로서 새로운 접근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작가 자신이 가능하게 된 사회화 과정을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모더니즘적인 방식의 결과물로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접근 방식이 김남표 작업의 시작이자 환경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던 아니면 부정하고 극복하던 그것은 작가 자신의 몫이다.
김남표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집단 막>을 결성하여 5명의 작가와 함께 공동작품,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과연 일상적인 재료로 일상적인 장소에서 미술이 실현 가능한가’라는 실험적인 형태의 작업을 이끌어 왔다. 예를 들어 재개발/ 재건축 프로젝트, 매봉터널 프로젝트, 비닐갤러리 프로젝트 등 이름만 들어도 한겨울의 매서운 찬바람이 살갗을 에는 기분과 같은 고생스러운 현장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김남표는 이처럼 젊은 시기의 대부분을 몇 명의 작가 동료와 함께 일상적인 현장에 미술을 가지고 들어간 이때가 현재 개인 작업의 근간을 이루게 한 시기라고 여기고 있다.
김남표의 작업실에는 캔버스 아래에 인조털과 목탄, 콘테등의 가루가 항상 널려있다. 캔버스에 무엇을 표현을 하든 항상 재료의 일부분들이 캔버스 아래 수북이 쌓인다. 더욱이 캔버스에 표현된 재료 역시 불안정하게 정착되어 있다. <집단 막>에서 현장 작업을 중시했던 것과 같이 개인 작업을 하는 지금도 캔버스 주변에는 이와 같은 현장성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5년 <집단 막>이 운영한 비닐갤러리에서의 김남표 개인 프로젝트 ‘Stopping for a while’展에서는 경제적 논리에 의해 유목민처럼 이주하는 현대인과 자신의 모습을 재료의 불안정성과 표현의 순간성으로 드러냈다.
모든 표현을 붓 대신 손끝으로 직접 하다 보니 목탄의 시꺼먼 그을린 검은색과 붙이다 남은 인조털들이 손끝에 항상 매달려 있다. 손끝의 인조털은 마치 다시 붓 인양 목탄을 캔버스에 옮기고 캔버스는 화가의 손끝을 반영한다. 즉, 김남표 작업에서 드러나는 현장성은 캔버스 주변뿐만 아니라 작가의 손끝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고착되지 않는 재료를 선택하고,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비계획적이고 순간적 표현은 김남표 작품 전반의 제목인 순간적 풍경(Instant Landscape)의 개념을 이끌어낸다. 다시 말해서 순간적 풍경(Instant Landscape)의 불안정성, 순간성, 그리고 직접성은 모더니즘에 반응하는 김남표의 작업태도이다.
순간적 풍경(Instant Landscape)
김남표의 작품은 캔버스 전체를 인조털로 감싼 작업과 흰 캔버스에 오브제로서 인조털을 사용한 작업으로 나눠진다. 전면털 작업은 인조털의 결을 이용하는 작업으로서 장시간 동안 바늘과 포크와 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털을 누르고 세우고를 반복하여 나타낸 음영으로 풍경을 표현한다.
그러나 이 작업은 완성된 이후에도 물리적인 압력이 가해지면 이미지는 사라진다. 어렸을 때 담요의 결을 이용하여 무엇을 그리고 지우곤 했던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두 번째, 오브제로서 인조털을 사용한 작업은 우선 털을 임의로 캔버스에 부착한 후에 연상되는 이미지를 그려 나가거나 이미지를 그린 후에 인조털을 부착하는 작업이다. 작은 점에서 무작위로 시작된 화면은 서서히 연결이 되고 그 결과 작품이 스스로 풍경이라는 구조 안에서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는 ‘의식의 흐름(flow of consciousness)’이라는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특징과도 연결 될 수 있는데, 의식의 흐름을 차용한 기법은 구조적이기보다는 즉흥성을 더 강조한다. 이에는 지속성이 결여되지만 그와 동시에 다양하면서도 복잡할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들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커피 잔에 커피가 아닌 폭포수가 떨어지고, 신발 안에서 나무나 동물이 존재하는 공간이 나타남으로 사물의 고유한 기능적 속성에서 벗어나 거대한 초현실적 풍경을 제공한다.
사물의 이상한 조합- 커피 잔에 신발을 올려놓는 비일상적인 사건-을 기이한 사건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의 미적 사건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사물의 형태가 가지고 있는 기능적인 요소를 배제한 체 하나의 미적 형태와 공간으로 인식하였을 때 그 사물의 진정한 사물다움이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으로 몰입될 수 있는 것이다. 사물다움이란 사물의 기능성과 용도에 의한 인식이 아니라, 그의 존재로부터 출발한다는 본질적인 깨달음인 것이다.
손끝 풍경(Fingertip-scape)
김남표 작품에는 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 동물들은 소재적 측면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예술적 감흥을 일으키는 재료로 인식해야한다. 왜냐하면 동물의 이미지를 ‘그린다’기 보다는 동물을 손끝으로 ‘만지는’ 듯한 행위를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연상하기 때문이다. 손끝에 닿는 재료의 촉각을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구상된 계획을 다시 손끝에서 실행한다.
화가가 무엇을 그릴 것인가를 결정하고 그에 맞는 방식의 기법과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논리라면, 김남표는 무엇을 만지고 무엇을 느꼈을 때 무엇을 그릴 수 있을까를 결정하는 독특한 과정을 취한다. 이를 통해 마치 갇혀 있는 동물들의 함성을 손끝으로 들려주고, 일상의 재료 안에 갇혀 있는 사물다움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는 것이다. 손끝 풍경은 이러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현장인 것이다.
Instant Landscape - Castle#3, 130.3x193.9cm, Pastel on canvas, 2021
Instant Landscape - Castle#6, 145.5x97cm, Pastel and artificial fur on canvas, 2021
Instant Landscape - Silla#4, 130.3x193.9cm, Oil on canvas, 2021
Instant Landscape - Castle#4, 130.3x162.2cm, Oil on canvas,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