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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진 : THE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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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도스 기획 안서진 'THE PRESIDENT'

2021. 6. 9 (수) ~ 2021. 6. 14 (월)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갤러리도스 기획 안서진 ‘THE PRESIDENT'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21. 6. 9 (수) ~ 2021. 6. 14 (월) 



‘THE PRESIDENT’에 나타난 한국 전통 초상화의 가치와 활용


이인승 평론


   이번 전시 ‘THE PRESIDENT’는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상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보여준다. 작가는 전통초상화 기법을 수용하여 대통령들을 그렸다. 대통령을 그리는 행위에 우리는 어떠한 예술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아래는 작가가 만들어내는 예술적 가치에 대한 서술이다.


  동서양 미술의 차이를 나누는 것은 그려지는 대상이다. 동양에서는 자연을, 서양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미술사가 발전했다. 동서양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이전 선사 시대에는 자연과 인간을 따로 그림에 담지 않았다. 식량의 풍족함을 위한 ‘기원’ 또는 ‘교육’ 목적으로 자연물과 인간을 함께 그렸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동양과 서양은 이후 자연과 인간을 나누어서 생각하게 된다. 기획자는 그 이유를 동서양의 지질학적인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추측한다. 단순히 산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식생이 풍부한 부드러운 토산 위주인 동양권역의 특성과 석회질의 척박한 암산 위주의 서양권의 특성으로 인해 인간이 자연을 해석하는 기준이 달랐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어떤 이유에서 서양은 인물화를 중심으로 미술사가 발전하게 되는데, 그 인물화 자체의 발전은 권력의 위치 변화와 함께 이루어졌다. 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모든 인물은 신의 권능 아래 위치하도록 표현되었다. 인물은 신을 상징하는 것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려지며, 신의 권능에 위배 되는 자연스러움, 우연성, 인간의 감정 등은 배제된 상태로 그려졌다. 중세 시대를 지나,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간 자체에 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이 등장하게 된다. 신으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은 인간은 기존에 표현되지 않던 육체미를 표현해내며 새로운 권력자로서의 ‘인간’을 묘사했다. 인간에게 넘어온 권력은 여전히 편향적이었다. 만인이 권력을 가지는 것이 아닌, 토지를 소유한 귀족들에게 권력은 집중되었다. 때문에, 인물화는 귀족의 욕구에 맞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그들의 유행이 여성성을 강조하는 때라면 부드럽고, 몽환적인 인물상을 그려냈으며, 그들의 유행이 남성성을 강조하는 때라면, 인물에 집중되는 빛으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후 지주의 권력에 대항하는 생산수단 및 금융자산을 소유한 자본가 계급의 등장으로 기존 귀족의 계급은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축소되었다. 새로운 권력의 등장은 기존 인물화에 대한 주문 방식을 바꾸었으며, 인물화를 그리는 작가들은 드디어 권력의 관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화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는 그리지 않던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그리지 않던 감정을 담아냈다. 또, 기존에 존재했지만 그리지 않던 인물을 그려냈다. 소수가 권력을 독점한 시기에서는 나올 수 없는 다양한 양식의 인물화가 나타났다. 귀족이 아닌 시민이 권력을 쟁취했음에도, 권력은 모두가 나누어 가지지 못하였다. ‘혁명’을 지원하고 이끌었던 소수 자본가에게 권력은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세상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로 나뉘어 싸우게 된다.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는 노동자에 대한 신성화 및 체제에 대한 찬양을 위한 인물화를 그려냈다. 이를 위해, 강렬한 색채와 직선 및 대각선의 구도를 활용한 역동성을 강조하였다. 

이와 반대로 자본가를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에서는 특정 대상에 대한 신격화가 아닌, 자본주의 자체를 권력화함으로써, 지주, 귀족, 공장주 등이 아닌 다양한 ‘자본성’을 가진 가수나, 배우 등의 인물을 묘사하여 체제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또, 대척점에 있는 공산주의의 인물을 예술화시키며 체제 자체의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위와 같이 서양의 인물화는 다양한 가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양식적 진화를 해왔다. 이것은 단순히 동양의 인물화와 비교했을 때 더욱 사실적이며, 더욱 돋보인다. 그렇다면 안서진 작가는 왜 더욱 다양하고 사실적인 표현 기법을 가진 서양화의 형식을 사용하지 않고 동양화의 전통 어진 제작방식을 사용했을까? 최초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인지하고 있는 사실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 현재 대통령 초상화는 반신상의 서양화 기법으로 그려졌다. 둘째, 조선 어진은 6.25때 부산 보관 창고 화재로 인해 태조, 영조, 고종 어진을 제외하곤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 없다. 이 두 사실 만으로도 명맥이 끊긴 어진에 대한 가치를 복원하고, 현대적 가치의 어진을 만들어 내는 의의가 있었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진 제작방식을 활용하여 대통령을 왕과 같은 절대적인 존재로 우상화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작가는 오히려 어진 제작방식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제왕적 권력을 탈피하고, 역으로 우리와 같은 개인으로 해석될 기회를 제공했다. 전통 초상 기법은 빛을 이용해 인물을 그림자로 강하게 묘사해 권력과 권위를 강화하지 않는다. 빛을 최소화하고 인물의 실재하는 모습을 그대로 옮겨내는 것에 집중한다. 또 배경의 구성 요소를 최소화하여 인물을 장식하는 빛과 물질로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인물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그려지는 대상인 인물 외의 것은 모두 최소화하여 관객에게 가장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한다. 얼굴 주름을 통해 대상의 인생을 나타내며, 눈동자를 통해 신념을 표현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주변의 요소로 영향을 받는 인물이 아닌, 인물 자체만으로 인물을 해석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에게 대통령을 정치적 해석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하나의 개인으로 볼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대통령을 신격화 시켰던 때도 있었고, 대통령을 격하시킨 때도 있었다. 우리의 역사는 항상 대통령을 기준점으로 합쳐지면서도 분열되었다. 만인이 권력을 분배 받고 권력자를 선택할 수 있는 행복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가 분열되고 있는 것은 행복함 속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본 전시는 분열의 여러 가지 원인 중 대통령에 대한 인식 문제를 선택하고, 이것을 전통적 예술표현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서양의 인물화가 당시의 권력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현재 가치를 사실적으로 담아낸다면, 동양의 인물화는 현재의 가치들을 걷어내고 인물의 본질에 집중하여 미래에 평가받을 인물 자체의 가치를 담아낸다. 













문재인 대통령 초상, 179x115cm, 비단에 진채, 2021












이승만 대통령 초상, 179x115cm, 비단에 진채, 2020







작가노트



초상(肖像), 한 사람의 일대기

 

안서진

  6년 전, 철종 어진(哲宗 御眞)을 복원 모사하며 시작된 한국의 초상화에 대한 관심은 현재의 작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어진에 사용되는 재료, 기법과 같은 형식적 측면에서 기인한 관심이었지만 점차 ‘인물’ 그 자체와 초상화의 역사적 가치에 대한 탐구로 확장되었다.


  나는 예술에 있어 인간의 감정을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소재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소재로 그리는 작가도 있고 동물을 소재로 그리는 작가도 있다. 하지만 나는 어떠한 소재보다 인간 그 자체인 우리가 인간의 모습을 가장 잘 알기에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들의 작은 표정이나 행동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인물화를 볼 때 미적으로 아름다운지 아닌지를 떠나 작품 속 인물의 감정에 공감하고, 강렬한 인상을 받곤 한다. 그 중에서도 초상화는 화면 안에 한 사람만을 정성들여 담아내기에 다른 여느 장르의 그림보다 관객들에게 깊은 호소력과 진한 여운을 남긴다.

 초상화가는 단순히 사람의 외형만을 베껴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한 사람을 그리며 그가 지나온 삶을 떠올리고, 그려지는 대상은 화가 앞에 앉아 지난날을 회고한다. 그림을 통해 한 사람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영광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린다.


초상화는 그리는 자와 그려지는 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교감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기에 작가와 대상이 같이 그리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이미 돌아가신 분을 그리는 추사(追寫)의 방식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어느 한 사람의 일생을 화가의 직관과 통찰에 따라 함축적으로 표현해내는 예술이기에 그 사람의 인생을 담아내는 전기(傳記)와 같다. 그것이 바로 어느 특정한 순간만을 포착해내는 사진과는 다른 초상화만이 가진 예술적 가치이다.


이번 ‘THE PRESIDENT’ 전시는 이러한 한국 초상화의 예술적 가치를 집중 조명하고 ‘대통령’이라는 소재로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왜 우리나라 대통령의 공식초상화는 증명사진과 같은 모습의 서양화로 그려졌을까? 현재 청와대 세종실에 걸려있는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는 모두 반신상의 유화로 제작된 그림이다. 추정컨대 이승만 대통령의 첫 공식초상화가 반신상의 유화로 그려졌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비슷한 형식으로 지속되어 오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 된 이후 왕의 존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현재에도 대통령은 한국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핵심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중요한 인물의 초상화를 제작할 때 한국의 전통 초상 화법을 따르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생겼다. 만약 전통방식으로 대통령 초상화를 제작하였다면 어진(御眞)의 형식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을 것이라 확신하며 이번 작업을 진행하였다.


작품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염두에 둔 것은 ‘현 시대에 맞는 가장 한국적인 초상화란 무엇인가?’ 이다. 전통 초상화에 대한 선행 연구를 통해 그 조형적 특징을 고찰하고 현대의 대통령 초상화와의 확장적 맥락을 찾고자 하였다. 더불어 이번 전시를 통해 잊혀져가는 전통 초상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취시키고 전통 예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철종 어진 복원 모사, 202x117.5cm, 비단에 진채, 2016








안서진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대학 동양화과 석사 재학

2016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전통회화전공 학사 졸업


개인전

2021 The President, 갤러리 도스, 서울

2018 Before The Summer Ends, Kärsämäki, 핀란드, 레지던시 개인전


그룹전

2021 어버이 展, 대안공간 기묘, 서울

2020 지도유람: 화원이 거닐던 우리강산, 지도가 되다, 서울대학교 관정갤러리

2020 도화서 화원들의 B급 전시, 인사아트센터, 서울

2019 위치추가 展, 서울대학교 ARTD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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