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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진 카이젠: 이별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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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공동체»는 역사, 기억, 번역과 이주를 주제로 한국과 덴마크를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 제인 진 카이젠의 개인전이다. 전시에는 3채널 영상 설치 ‹이별의 공동체›(2019), 여섯 점의 라이트 박스 설치 ‹달의 당김›(2020) 그리고 2채널 영상 설치 ‹땋기와 고치기›(2020) 세 개의 최근 작업들이 소개된다. 모두 작가의 고향인 제주의 자연과 다년간의 제주 샤머니즘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억압받거나 소외된 공동체의 목소리 및 그들에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의 이미지와 자료를 병치하여 사건에 대한 다각적인 시점과 복수의 말하기라는 미학적 형식을 탐구한다.


72분 길이의 영상 설치 작업 ‹이별의 공동체›(2019)는 시인 김혜순의 책 『여성, 시하다』의 한 구절에서 그 제목을 가져온 것으로 이 작업을 구성하는 세 개의 스크린은 겹겹이 등장하는 구조로 전시장에 설치된다. 첫 번째 화면에서는 제주 오름에서 하얀 한복을 입고 회전하는 작가의 모습과 원심력에 의해 그의 손을 떠난 드론 카메라가 겨울의 제주의 땅 위에 한 점으로 서있는 작가를 상공으로부터 찍은 장면을 담고 있다. 두 번째 영상은 검은 용암석과 짙푸른 물의 제주 바다의 풍경을 부감으로 찍은 장면과 영상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내레이션이 등장하며, 마지막 영상은 제주의 무당 고순안이 굿을 준비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작품의 서사를 이끄는 다성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프로젝션 스크린의 분할과 설치의 구성은 하늘로부터 땅과 바다, 사람으로의 연결 그리고 원경으로부터 근경의 서사로 진입해 가는 여정을 반영한다.


거스톤 손딘-퀑과 협업해 제작한 ‹달의 당김›은 밀물에 드러나고 썰물에 가려지는 바닷가 조수 웅덩이에 각종 사물들을 올려 촬영한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조수의 경계에서 용암석 위에 올려진 것들은 앞서 ‹이별의 공동체›에서도 등장한 황동 그릇, 과일, 쌀 등 제주의 해녀들이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바다로 던진 제물과 하얀 명실 가닥이다. 바위 위에 실금처럼 얹힌 흰 명실은 ‹땋기와 고치기›에서 하나의 실타래 같은 머리카락의 매듭으로 연결된다. 장수의 기원과 수명을 상징하는 흰 실타래는 동그랗게 앉아 서로의 머리를 땋아주는 여성들의 모습에서 서로를 연결하고 봉합하는 위로의 공동체를 보여준다. 일련의 작업을 통해 전시는 소외된 장소, 사람, 사건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이를 전복하여 대안적 공동체와 경로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가의 미학적 비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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