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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여권통문의 날 기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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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글 「여권통문」선언 12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에 남성 73.2%, 여성 73.6%로 반전을 이룬 뒤로 남녀 대학진학률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져가고 있다. 2019년 남성의 65.9%, 여성은 73.8%가 대학 진학을 하였다. 100년 전인 1920년 5월에“여학(女學)은 비풍말월(批風抹月)”이라 탄식한 저자는 소망은 했을지언정 이런 날이 올 것은 예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성 교육은 여성권리 신장을 위한 초석이다.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민족적 자긍심이 넘쳐나던 광무 2년(1898) 9월 8일, 황성신문의‘별보(別報)’란에는 “북촌 여성군자 수삼 분이 개명상에 유지하여 녀학교 설시하라는 통문이 있었기에 하도 놀라고 신기하여 우리 논설을 빼고 그 자리에 게재하노라.”라는 기사가 실렸다. “놀라고 신기”한 일, 바로 여학교설시통문(女學校設始通文)이었다. 통문은 여성의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 경제활동 참여권 등이 모두 교육에서 시작함을 주장하였다. 


“어찌하여 우리 여인들은 일양 귀먹고 눈 어두운 병신 모양으로 구규(舊閨)만 지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로다. 혹자 신체와 수족과 이목이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 모양 사나이의 벌어주는 것만 먹고 평생을 심규에 처하여 그 절제만 받으리오. 이왕에 먼저 문명개화한 나라를 보면 남녀가 일반 사람이라 어려서부터 각각 학교에 다니며 각항 재주를 다 배우고 이목을 넓혀 장성한 후에 사나이와 부부지의를 정하여 평생을 살더라도 그 사나이의 일로 절제를 받지 아니하고 도리어 극히 공경함을 받음은 다름 아니라 그 재조와 권리와 신의가 사나이와 같기 때문이다.”


「여권통문」이 발표된 지 123년이 지난 지금 여성의 진학률은 남성의 그것을 상회하지만 여성 고용률은 남성의 2/3 수준이며 임금은 남성의 70% 정도이다. 교육 기회 불균형의 산은 넘었으나 경제적 권리 실현의 길은 멀다. 하지만 김소사, 이소사와 같은 실천력 있는 여성과 함께한 300명의 서명인 덕에 현대 여성은 모든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는 여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여성의 배움을 있게 하여 사유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여준 선배들을 기념하는 행사이다. 「여권통문」을 작성하여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였고, 연대하고 실천한 여성들을 기억하고 감사하고자 한다. 그들이 겪은 불합리와 불평등, 배우지 못한 설움에 대한 위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간 그들의 용기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자 한다. 지금 여성의 인생의 프리즈(Frieze)를 펼침으로써 보다 신장된 삶에서의 권리를 새기며 연대하고, 자각하는 삶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연대를 통하여 구현되었다. 토포하우스 오현금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시공간과 전시진행을, 미술사학자 조은정은 기획을, 그리고 작가들은 작품을 출품함으로써 오롯이 그들만의 힘으로 <여권통문전>을 마련하였다. 100년 후 여성들이 건네는 담백한 감사의 인사를 김소사, 이소사 그리고 300명의 서명자들은 흔쾌히 받아줄 것이다. 조은정의 지인들인 미술계 인사들과 오현금의 지인들은 기꺼이 후원자로서 전시에 참여하였다. 여권통문을 발표한 여성 인사들과 함께한 당대 남성들이 있었던 것처럼 이번 전시의 후원자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뜻을 함께하였다.


조은정 _ 미술평론가,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초빙교수




양주혜, 리소ᄉᆞ 김소ᄉᆞ를 생각하며, 2021, 실사출력한 천 위 아크릴릭, 730x1050cm


전시후원


구은주, 김계원, 김기홍, 김달진, 김소연, 김숙애, 김영순, 김영호, 김정숙, 김종길, 김지성, 목수현, 문숙경, 박소현, 박준성, 백현실, 송경진, 송희경, 신소윤, 신수경, 엄영숙, 오명선, 오채금, 이상화, 이강근, 임명혜, 임영애, 정준모, 정진국, 정하미, 조수진, 주순이, 최명자, 최열, 최주호, 최윤희, 최태만, 한경순, 한미애, 홍양호, 홍지석, 후지무라 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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