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세화미술관,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展 개최
█ 태광그룹 故 이임용 회장 탄생 100주기 맞아 기획.. 내년 2월 27일까지 전시 진행
█ 중견작가인 강애란, 김해민 등 5인 기획전..관람객 무료입장, 월요일과 공휴일 제외
█ 세화미술관 “누구나 가깝게 즐길 수 있는 역동적인 문화예술의 장 만들 것”
태광그룹 세화미술관(관장 서혜옥)은 10월 19일부터 2022년 2월 27일까지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 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1년 일주학술문화재단이 후원했던 미디어아트 플랫폼 ‘일주아트하우스’의 작가 지원사업을 이은 전시로, 태광그룹 창업주인 일주(一洲) 이임용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태광그룹은 1950년 그룹 모체인 태광산업을 이 회장이 설립한 이후 올해로 71주기를 맞았다.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 전시는 20년 전 일주아트하우스에서 ‘일상성’을 주제로 개최되었던 《상어, 비행기를 물다, 2001》에서 영감을 얻었다. 당시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 중 강애란, 김해민, 강홍구, 양아치, 그리고 리덕수 작가가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강애란, 숙고의 서재>, <김해민, RGB 칵테일-용해되지 않는 캡슐>, <강홍구, 빌딩>, <양아치, 이더리움 신체는 노동하지 않는데, 56.52%가 올랐습니다>, <리덕수, 나는 이렇게 쓰였다_리덕수 포스터북> 등의 작품 30여 점이 출품되었다. 20년 전에는 일탈을 꿈꾸는 일상의 다층적 의미를 다루었다면, 20년이 지난 이번 전시에서는 코로나 19로 인해 예고없이 새로운 시대를 맞닥뜨린 오늘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전시 제목에 재등장한 상어는 넓은 바다에서 진취적인 삶을 영위하는 상어 그 자체이며, 판데믹 이후의 새 일상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
전시는 광화문 흥국생명빌딩에 위치한 세화미술관에서 진행되며, 휴관일인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전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인 아티스트 토크와 워크숍, 강연도 진행한다. 행사 참여는 전화(02-2002-7787)와 홈페이지(
www.sehwamuseum.org)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세화예술문화재단 허승조 이사장은 “고 이임용 회장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이어받아 세화미술관이 도심 속 열린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태광그룹은 문화•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자 2009년 세화예술문화재단을 설립하여, 2017년 세화미술관으로 개관하였다. 세화미술관은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1층에서 공공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3층 미술관에서 다양한 기획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전경
○ 전시정보
제목 :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 / Shark, Bite the New World》
후원 : 흥국생명
일정 : 2021.10.19(화) ~ 2022.02.27(일), 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공휴일 휴관
장소 : 세화미술관 제1, 2전시실(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68 흥국생명빌딩 3층)
문의 : 02-2002-7787 / sma@sehwamuseum.org
○ 전시서문
본 전시는 2001년 일주아트하우스에서 열렸던 《상어, 비행기를 물다》 전시에서 기인하였다. 당시 1주년 개관을 기념하며 개최된 이 전시는 일탈을 배태하는 일상의 다층적 의미를 예술 콘텐츠를 통해 살펴보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전시의 면면을 돌이켜 보자면 당대 미디어 아트의 형식 미학을 선보이는 전시 라기 보다는 이미 동시대 사람들 곁으로 다가온 미디어 매체를 친숙하게 활용한 작품들을 위주로 선보이는 전시였다. 보다 쉬운 예술 경험을 통해 일상이 가진 가치를 돌아보고, 미디어가 일상화될 오늘의 모습을 예견해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21년 판데믹 시대의 새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 세화미술관에서 ‘상어’ 전의 기획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당시 전시 제목에서 사용된 ‘상어’는 자연물을 대표하며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를 상징했으며 ‘상어, 비행기를 물다’라는 상상의 명제는 예술을 통한 일탈의 행위를 의미했다. 이번 전시 제목에 ‘상어’를 다시 사용한 것은 단어 자체로 지난 전시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함이며 또한 이 전시를 통해 일탈을 꿈꾸던 지난날의 상어가 오늘의 무너진 일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제안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오늘의 ‘상어’는 작가가 될 수도,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이 될 수도, 판데믹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어떤 존재라도 될 수 있다.
본 전시를 위해 20년 전 이 장소에서 열린 전시에서 일상성을 이야기하던 다섯 명의 작가가 같은 자리에 섰다. 일주아트하우스 대신 미술관 공간이 생겼고, 작가들의 작품은 지나온 세월만큼 깊어 졌거나 혹은 또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여 나아가는 중이기도 하다. 활동에 제약을 둘 수밖에 없는 판데믹 시대에 살며 신체의 한계를 절감하는 오늘, 비틀어진 일상 속에서 몸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이 다섯 작가의 눈을 빌리고자 한다. 이들의 각각 뚜렷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감상하는 행위를 통해 현실의 왜곡된 거리들을 다시 조정하고, 새 일상을 일주(一周) 하는 각자의 방법들을 찾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
강애란, <숙고의 서재 Room for Reflection>, 2020, LED lighting big book, Plastic box, Table
강애란
강애란 작가는 2000년대 초부터 인류 역사에서 지식의 보고로서 책이 갖는 중요한 상징성을 시대 변화에 걸맞게 해석하는 ‘디지털 북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작가가 제작하는 책은 몰드로 제작된 투명 재료로, 내부에 조명을 삽입하여 빛난다. 종이 책의 물성에서 벗어난 책 오브제는 새롭게 도래한 전자시대를 표상한다.
작가는 2015년경부터 한국 출신의 여성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주제의식을 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설치 작업에서도 여성주의 책들을 다룬다. 흑백의 책방 이미지가 전사된 공간 위로 여성주의 조명 책이 진열되고, 인터랙티브 영상을 비롯, 책 형태를 그대로 딴 캔버스 회화 작품까지 망라되어 작가의 〈숙고의 서재〉를 구성한다. 이번 인터랙티브 작품은 도나 헤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문」 텍스트가 담긴 책이다. 책 표지를 만지면 다양한 여성주의 작가, 사회 운동가가 쓴 문장들이 공간에 투사된다.
강애란 작가가 처음 책 오브제 작업을 시작한 것은 지식의 원천인 책에 대한 경외의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쌓여온 책만큼 성숙한 사회에 도달했을까. 산적한 문제와 갈등은 여전히 일상을 어지럽힌다. 판데믹은 인류사에 다시 없을 재앙이지만 어쩌면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숙고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작가가 여성주의 책을 통해 보다 논쟁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유도 모두에게 문제에 직면할 것과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김해민, <신춘향>, 2017, 3 channel video, 29min 23sec
김해민
김해민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계보를 잇는 한국 미디어아트 1세대 작가이다. 1980년대 초반, 지인을 통해 개인용 캠코더 카메라를 처음 접한 작가는 비디오 매체에 매료되어 작품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초기 작업부터 그의 작품에는 미디어 매체를 이용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갑작스레 흩뜨리는 경향이 나타났고 이후로도 이어져 온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일주아트하우스에서 선보였던 〈R.G.B 칵테일〉의 후속작 〈RGB 칵테일-용해되지 않는 캡슐〉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판데믹의 일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연평도 조기잡이 배는 떠났나요?〉, 영화감독 신상옥이 남과 북에서 만든 두 편의 춘향전을 엮어 제작한 〈신춘향〉, 그리고 영상과 센서, 조명을 활용하여 제작한 〈빨강 그림자 파랑 그림자-대면비대면〉 까지 총 네 점의 미디어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각기 개성이 뚜렷한 작품이지만 작가가 미디어아티스트로서 매체를 바라보는 관점은 상통한다.
작가는 가상의 영상 이미지를 현실 세계에 전이시키는 방식에 관심이 있다. 화면을 켜면 촬영된 이미지가 전파의 흐름을 타고 스크린으로 송출된다. 미디어 매체는 몇 가지 트릭이 사용된 가상의 영상을 통해 현실세계에 균열을 만들고, 그 흐려진 경계 사이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그의 작품은 가상의 것이 실재의 위상을 획득하게 된 오늘의 일상을 표상하며, 그 차이를 다시금 일깨워 준다.
강홍구, 녹색연구-서울-공터-창신동 4, 2019, Acrylic on photo print, 200 x 560 cm
강홍구
강홍구 작가는 전남 신안 출생으로 목포교육대학교를 졸업한 후 6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그러던 중 화가를 꿈꾸며 홍익대학교에 입학하여 회화 전공으로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 첫 개인전에서는 회화 작업을 선보였으나 미술계의 관습에 환멸을 느껴 돌연 광고나 영화 스틸 이미지를 활용하는 엉뚱한 합성 사진 작업에 돌입했고, 이후에도 주로 사진을 매체로 하여 일상에서 마주한 기묘한 풍경들을 포착하고 자신의 시각을 덧입히는 작업들을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는 2001년 일주아트하우스에서 전시했던 〈빌딩〉 시리즈를 다시 찾아냈다. 당시 그는 일상성을 담아내기 위해 흥국생명 빌딩 내부를 일종의 삶이 소멸해가는 장소로 설정하고, 동물 형상의 싸구려 장난감 오브제를 활용해 빌딩 내부 공간과 합성하였다. 공룡처럼 큰 꿈을 안고 멋진 빌딩에 입성한 회사원들이 개처럼 열심히 일만 열심히 하다가 결국 빌딩 한구석에 쓰러진 양처럼 번아웃 된다는 내용의 작품이다.
옛 작업과 함께 현재 그가 마주하고 있는 서울의 풍경을 담아낸 최근작 〈서울-공터〉 시리즈를 함께 선보인다. 작가는 송현동 부지, 낙산 아래 창신동, 선유도 등 현재 포화 상태인 서울에 기묘하게 남아있는 공터를 사진으로 포착했다. 디지털 프린트한 사진 위에 아크릴 채색이 된 작품이다. 서울에 살아남은 공터들은 누군가의 욕망이 맞부딪힌 결과이기도, 혹은 욕망이 간신히 비껴간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는 사이 녹색의 수풀과 꽃나무가 자연스레 공터를 덮었고, 현재 서울이 맞나 싶은 풍경이 작품으로 담겨 창문 밖 인왕산을 품은 도시 풍경과 함께 전시장에 놓였다.
양아치, <이더리움 신체는 노동하지 않는데, 56.52%가 올랐습니다>, 2021, Mixed media, Installation, Dimension variable
양아치
양아치 작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 네트워크, 디지털 기반 기술 등 급격히 발전하는 사회 변화상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새 기술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모색하는 조형 실험을 이어왔다. 작가의 작품세계가 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어 쉽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대부분 그의 관심사는 기술 그 자체에 있기보다는 기술 변화에 따라 세계와 사회가 작동하는 원리, 상호 간의 네트워크 체계, 변화하는 세계와 낡은 세계 사이의 균형감각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판데믹으로 급격히 도래한 새 시대 새로운 ‘사물(thing)’ 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오늘의 일상에 존재하는 사물(objet)이 여전히 권력을 가지고 있는 중앙 자본에 의해 돌아가는 시스템에 속하는 것이라면, 작가가 생각하는 사물(thing)은 가상 화폐와 같은 탈 중앙화된 자본으로 생성되고 유통되는 것이다. 권력구조가 이동하며 계속해서 차이가 발생하는 오늘, 가상 화폐로 대표되는 탈 중앙화된 시스템은 과연 미래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전시에 작가는 〈이더리움 신체는 노동하지 않는데 56.52%가 올랐습니다〉라는 제목의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아티스트 피로 이더리움 채굴기를 구입하고,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전시장 내에서 실시간으로 작동시킨다. 관람객은 모니터를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곧 중앙 화폐의 지원으로 탈 중앙화된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며 작가의 노동을 통해 노동하지 않고도 가치가 발생하는 현장으로 볼 수 있다. 이 시도를 통해 작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불안정한 일상과 불확실한 미래 사이의 접점을 찾아보려 한다.
리덕수, <리덕수 초상>, 2021, Acrylic glass, 762x1,016mm
리덕수 Redux
리덕수 작가는 스스로 ‘냉전의 무대, 분단의 희생자, 실향 2세대’라고 부르는 작가이며 ‘멋진 신세계’로부터 흘러 들어왔다가 기억 속으로 되돌아간 존재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 발간된 『리덕수포스터북-나는 이렇게 쓰였다』를 중심으로 ‘책 속으로 사라진’ 그의 존재를 공간을 빌어 펼쳐 선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이며, 어떤 작업을 하는 작가인 것일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우선 흩어진 단서를 모아야 한다. 모든 단서는 전시공간에 산재해있다. 우선 벽에 걸린 포스터를 살펴보자. 전형적인 북한 선전 포스터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용된 문구와 인물의 모습은 남한의 현실을 풍자하는 듯하다. 북한에서 그림을 배웠으니 그 모양새를 따르지만 남한에서 활동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경계 없이 뒤섞였다. 그의 포스터 작품은 마치 리덕수라는 이름을 듣고 움츠려 들었다가 Redux라는 영문 이름에 마음을 놓을 수밖에 없는, 분단의 현실을 망각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닮아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의 정체성을 규정짓기 위해 단서들을 찾는 행위가 과연 의미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고, 그 얼굴 중 어느 것이 진짜 나라고 말하기 어려운 세계에 도달해 있는 것인지 모른다. 리덕수는 존재 자체로 본향 없이 정체성의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오늘의 일상 세계를 방증한다.
이제 다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숙제를 하듯 전시물들을 파고들기 보다 마치 호수와 호수 사이, 레몬비가 내리는 산책로를 산책하듯 작품을 천천히 즐겨보자. 인왕산이 내다보이는 창문에는 아름다운 시가 적혀 있고, 이 시를 오래 감상할 수 있는 벤치도 마련되어 있다. 이 공간에서는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이 정답이다. 무의식에 잠재된 경계의 담을 허물고 리덕수가 흘러나온 멋진 신세계로 함께 떠나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