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21-10-02 ~ 2021-10-31
송민규
무료
010-6204-1572
사관史官_사연事緣_사건事件_사과沙果
현대적인 의미를 가진 모던이란 뜻조차 클래식이 되어버린 요즘 시대의 속도감은 그 아찔함을 견디느라 타인의 과거에는 그다지 관심이 안 가게 된다. 시간의 파도에 밀려 조난 당하지 않으려 손발 꽉 쥐고 그저 나나 잘하자는 마음이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그럭저럭 포장도 해주었다. 그러나 어쩌다 마주한 타인의 지나간 시간이 나의 과거와 겹쳐질 때 달리 보게 된다. 송민규가 이번 전시의 단초로 선택한 젊은 시간은 방황도 하고, 사랑도 하고, 욕망과 좌절의 진자운동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어서 나와 타인의 시간에 유사점을 찾기가 비교적 삶의 다른 순간들보다는 쉬워 보인다. 물론 그 패턴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변주가 각자의 기억을 사로잡고 있겠지만 말이다.
송민규의 회화 작업에서 시간성은 작업과정의 지난함이 시간을 함축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 치밀한 형태들 안에서 가끔씩 눈에 들어오는 익숙한 형태들 예를 들면 다이아몬드, 아치, 클로버 등이 관람자의 기억 속에 있는 이미지의 편린들과 겹쳐지면서부터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이 상기시키는 아날로그함이 과거의 시간들을 떠 올리게 한다. 그렇게 소환된 개인적인 기억의 사소함이 작가의 노동과 만나 좀 더 보편적인 과거의 담론을 보여주며 그 담론은 개별적 사소함의 소중함에 대해 일일이 역설하고 있다. 작업의 내용뿐 아니라 구조적인 형식 역시 마치 카메라가 작은 풀꽃을 클로즈업하다가 들판으로, 땅과 바다로, 결국에는 우주로 줌 아웃을 하는 것처럼 부분에서 전체로 다시 그 전체가 부분의 이야기를 보게 만든다.
작가는 특정한 기억을 한 줄의 문장으로 요약하듯 한 이미지로 정리한다. 시간은 선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면 무한히 쪼갤 수 있듯 이미지로 변환하는 순간 무한한 이미지의 변주가 가능하다. 인간이 통과는 시간이란 정지 화면 없이 흘러가는 것이어서 한순간도 겹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송민규의 작업은 한 선상으로 읽히지만 모조리 다르다. 당장 현재의 시간을 이미지로 변환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과거는 대게 이미지로 남는다. 그러기에 자신만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시간들은 누구에게나 쌓여간다. 그 개인적인 이미지들은 시간이 흘러 부정확해졌고, 다 틀리게 읽히며, 사소하고, 연약하다. 송민규의 작업은 그 힘없는 개인의 이미지들을 시간별, 색인별, 장소별, 상황별, 날씨별, 지역별 등 최대한 세분화해서 정리하고 기록 보관하려는 태도처럼 보인다. 이런 정리와 분류와 기록의 과정을 거치면 기억의 사소함과 역사의 장대함 간의 거리가 멀지 않아 보이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부분과 전체, 전체와 부분을 오가며 읽게 만드는 작품에 구조와도 같다.
그러나 작가의 목표가 모든 서사를 모아 장대함을 드러내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작업 방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언뜻 보면 컴퓨터 그래픽의 출력처럼 보이는 화면은 그가 ‘굳이’ 그리고, 반복하고, 변형하고 칠해나간 것이다. 마치 어떤 텍스트가 있을 때 복사가 아닌 필사를 하려는 마음과 태도와 겹친다고 볼 수 있다. 마주했던 모든 시간과 공간을 통과하며 남겨진 이미지와 필사적으로 동행하려는 마음처럼 보인다. 그토록 치열하게 세상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이미지화시켜 기록하고 분류하려는 작가의 노동은 시간 앞에 승자가 없듯 아마도 영원히 목표에 다다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줌의 결론보다 중요한 예술적인 태도는 ‘굳이’에 있다고 생각된다. 어차피 예술은 불가능함과 부질없음과 무의미를 굳이 드러내고 탐하려는 데 있지 않을까? 그 ‘굳이’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것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다다를 수 없는 목표를 향해 가는 모습이어서 위로가 된다.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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