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21-10-14 ~ 2021-10-27
김호준
무료
02-379-4648
전체로서의 풍경 - 김호준의 근작에 대해
드로잉적이다라고 한다면 어쩐지 작품자체가 현재 진행형이란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완결되지 않은 상태란 그 자체가 생동하는 느낌에 차있다. 70년대 이후 현대미술에서 특히 작업상의 프로세스를 대단히 중요시한 풍조가 한동안 만연되었다. 완결한다, 완성한다는 것보다 미완이다, 아직 진행에 있다는 말이 훨씬 유연성을 갖고있을 뿐아니라 풍부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김호준의 작품에서 받는 인상도 아직 완결되지않은 진행중에 있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이 다분히 드로잉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음도 여기에 기인된다. 드로잉이 진행인만큼 순간순간이 살아숨쉰다. 완결에서오는 고식성이나 관념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않는 생동감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몇 해전 전시 팜프랫에 적은 다음 언술은 그의 작품에 접근하는데 하나의 길잡이가 되기에 충분하다.
“어떤 여운과 울림에 의한 상상이 가능한 대상에 관심이 있다. 상상은 너머(beyond)에 대한 동경으로 현상(be)의 저편(yond)에 있는 어떤 것을 찾는 과정이다.” 고 했을 때, 그 찾는 과정이야말로 현재 진행형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본다. 또 이 언술 속에 “여운과 울림에 의한 상상이 가능한 대상” 이라고 했는데 이 점은 직접적으로 자연과의 교감이 되겠지만 그것은 끝나지않은 진행으로서의 너머의 세계로 향한 도정을 말해준다. 여기에 그의 작품이 지닌 매력으로서 깊은 감동의 여운이 잠재된다.
다음 구절은 자연으로서의 대상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렇지만 모든 현상이 다 나에게 의미가 있다가보다는 시각적 여운과 울림이 있는 대상이 중요하다. 특히 물, 풀, 숲 등 집합적인 군집의 성격을 띠고 있는 사물에 흥미가 있다.”
군집된 자연현상은 개별로서의 대상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대상이고 동시에 전체로서의 풍경이다. 화면엔 풀과 숲이 빽빽하게 차지한다. 나무들로 뒤엉킨 숲, 풀들로 무성한 들판은 하나하나의 대상에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고 언제나 전체로서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들이 살아있는 현재형이기에 그의 작품은 드로잉적인 속성을 띠지 않을 수 없다. 오토마틱한 자동기술은 실은 무위의 상태에서 붓이 가는대로 내맡긴다는 것인데 김호준의 드로잉은 단순한 오토마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상으로서 대상을 저버리지 않는다. 그가 바라는 저너머의 그 무엇은 바로 이같은 구체적 현상을 매개로 했을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상을 통해 확인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의 화면은 다분히 식물성이란 인상을 받는다. 단순히 숲이 있고 풀이 있다고해서가 아니라 가너린 생명체가 이루는 군집으로서의 강인함이 화면 전체에 더없이 여운이 짙은 울림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수한 시간의 겨와 공간의 폭이 서로 직조되면서 만들어내는 독특한 탄력의 구조에서 연유한다. 이들 풀과 나무들이 화면을 뒤덮어가는 만큼 화면은 전면성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드러낸다.
전면성이란 화면에 대한 치열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가 어떤 대상을 그리든, 어떤 매개를 떠올리든 언제나 평면에로 환원될려는 의지를 지니는 만큼 화면은 어디에도 속하지않는 그 자체로 독립된 존재로 등장하게 된다. 이는 작가가 부단히 자기작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성찰로서의 의식을 지닐때만이 기능한 것이기도 하다.
오광수(미술평론가)
A bird sitting on tree, 91x73cm, oil on canvas, 2021
Blue quince tree, 163x130cm, oil on canvas, 2021
푸른모과나무
모과의 진한 노란색과 향기는 그 생김새에 비해 압도적이다. 입이 떨어지고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모과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이내 툭툭 중력에 이끌려 땅으로 돌아간다. 모과 몇 개를 주워와 바구니에 담아 두니 향기가 진동한다. 이내 욕심을 내어 모과청을 만들어볼 요령으로 한가득 주워왔는데 안으로 벌레먹은 것들이 태반이었다. 과욕이 부른 사태를 자책하며 모과향은 실컷 즐겨보았다.
모과를 그리면서 모과의 노란색 열매와 어울리는 나무색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바다의 파란색이 떠올랐다. 그리고 모과의 형상이 사람의 얼굴 형상과 닮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웃는 얼굴, 우는 얼굴, 찡그린 얼굴 등 모과의 형태는 사람의 얼굴 만큼이나 다양했다. 푸른색의 모과나무는 어두운 밤에 외로이 서있고 가지 끝에 달려있는 노란 모과열매는 천태만상의 세상사라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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