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21-11-12 ~ 2021-11-20
정영환
02.2105.8190~2
■ 정영환 작가노트
전시장에 있으면서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 “왜 파랑색으로 그림을 그렸나요?”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과 파랑색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미술에 대한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떠나 남녀노소 첫 질문이 왜 파랑일까? 이었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점점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파랑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고, 현대미술이 뭐 있어?” 하는 나의 도전 정신의 색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제 작품 표현방식의 일부분인 색, 즉 파랑색을 나도 왜 좋아할까 계속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점점 제가 왜 파랑색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더군요. “파랑색은 영적인 색입니다. 모든 만물을 천상으로 끌어 올리는 영적인 색깔인 것이죠. 파랑색은 귀족의 색이면서 성공의 색이고, 차갑고 냉철하면서 이지적이고, 세련되었습니다. 또한 파랑색은 어떤 색과 조우하느냐에 따라 색의 속성을 달리하는 변화무쌍한 색이기도 합니다.” 자연의 모티프는 대학생시절부터 줄곧 작품의 일관된 주제였습니다. 물론 새로운 지평으로서의 청색시대(정영환작가의 파랑색 그림시기)가 있기 전 작품들은 다채로운 컬러에 추상과 구상을 아우르는 자연의 표현이었습니다. 돌과 흙 등 자연의 사물을 오브제로 활용하기도 하면서 말이죠.
블루 한 가지색으로 작업하는 것은 모노톤이 갖는 매력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작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표현방식 중 하나인 ‘몰입과 집중’ 때문이지요.
자연을 탐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인류가 탄생하여 갖는 보편적이고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태서부터 자연과의 교감이 형성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각박한 현실과 세상을 피하고자 할 때 사람들은 은연중에 산으로, 숲으로, 바다로 자연을 찾아서 각자의 삶이 짊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대도시에 사는 저도 창문 너머 보이는 야트막한 야산의 나무 한 그루가 소중하게 보일 때가 있죠. 그래서 저도 힐링을 하기 위해 떠납니다. 힐링 보다는 작품의 소재를 찾아서 여기저기 떠도는 것이죠. 많은 사진으로 실경을 수집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다가도 좋은 나무사진이 있으면 눈을 번뜩이며 그리거나 오려냅니다.
제 작품의 풍경은 어느 곳이라고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풍경화로써 ‘이 곳은 어디다!’라는 곳이 없습니다. 제 작업의 표현방식 중 중요한 하나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제 풍경은 계획된 조경과 같은 풍경입니다. 관객들은 어디서 본 듯한 곳, 가본 곳 등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그렇게 관객 분들도 작품을 보며 자신의 생각을 감추거나 드러냅니다. 작품에서 표현된 풍경은 제가 찍은 여러 사진과 여기저기서 수집한 이미지들의 조합으로 조경된 풍경입니다. 그 곳은 각기 다른 시간의 흐름과 역사를 가진 곳입니다. 그렇게 다른 시간의 장소와 기억, 역사 등이 한 곳에 합쳐져서 또 다른 시간과 풍경,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또한 서양화지만 한국화나 문인화에서 많이 활용되는 조형방식인 여백을 강조한 것입니다. 파랑색과 흰 바탕이 대비를 이루고 흰색을 캔버스 표면부터 수십 회에 걸쳐 쌓아올린 적층을 만들어 흰 바탕이 바탕으로서보다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여백으로서 미적 기능을 수반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연은 흰색의 물과 하늘로 에워싸여져서 공중에 부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현실 속 자연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처럼 보이나 초현실적 공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
제 작업은 다만 자연과 세상을 관조하는 방식이 ‘진경(眞景)의 표현’이 아닌 ‘계획된 조경(造景)에 의한 풍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전한 현대 물질문명사회는 분명히 인류에게 유익함과 공공의 이익을 제공합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그 이면에는 여러 폐해와 부조리도 만연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기억 속에는 어릴 때 땅을 밟고 다니고 그 곳에서 동네아이들과 많은 놀이를 했는데 지금은 농촌에나 가야 땅을 밟을 수 있을까 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은 놀려고 시간을 정해서 학원을 갑니다. 문명의 혜택이 많아진 만큼 우리는 더욱 각박해 지고 이웃과의 소통이 적어지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 소통하게 하는 것이 미술의 사회적기능이기도 합니다. 예술은 삶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감추기도 하고 어떤 특별한 기교를 부려서 그것을 더욱 강렬하게 나타내기도 합니다. 제가 작업을 해나가면서 거창한 예술적 구호나 메시지를 생각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작품으로 대중들이 저의 그림을 보면서 각자의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길 바랄뿐입니다. 팍팍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시리도록 파랗고, 시간과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유사 이상향으로서, 제 작품을 통해서 위안과 위로, 안식과 휴식을 드리고 싶습니다.
just gazing_80.3x116.8cm_acrylic on canvas_2021
mindscape_53x45.5cm_acrylic on canvas_2021
just gazing_91x116.8cm_acrylic on canvas_2021
mindscape_90.9x72.7cm_acrylic on canvas_2021
FAMILY SITE
copyright © 2012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
이 페이지는 서울아트가이드에서 제공됩니다. This page provided by Seoul Art Guide.
다음 브라우져 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This page optimized for these browsers. over IE 8, Chrome, FireFox,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