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명: <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
- 전시기간: 2021. 10. 8(금) ~ 2021. 12. 12(일)
- 장소 : 호암미술관
- 주요내용
<야금 冶金: 위대한 지혜>전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금속미술을 통해 한국미의 독창성을 짚어본다. ‘야금’은 광석의 채굴부터 불로서 금속을 다루는 과정과 결과물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선사 청동기부터 고대 장신구와 무속 도구, 불교미술 등 전통미술과 국가무형문화재, 현대작가들의 공예, 조각, 영상 등을 아우르는 융합 전시로 구성하고, 노출 콘크리트 공간에 쇠로 만든 파티션과 쇼케이스를 사용하는 파격적 연출로 거친 자연에서 가장 귀한 창조물을 만드는 인간의 위대함을 표현했다.
전시의 구성은 선사시대 청동기 유물 중심의 1부 <자연과 신: 오랜 추상과 상징의 미학>으로 시작하여, 2부<왕: 숭고한 권위와 호국의 염원>, 3부 <부처: 적멸의 빛과 해탈의 울림>에서 고미술 전반에서 찾을 수 있는 야금의 전통을 다룬다. 마지막 4부 <예술: 위대한 지혜와 영원한 예술>에서는 현대 야금의 전통과 계승을 대표하는 국가무형문화재의 작품과 현대작가의 조각, 공예, 영상 등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야금에 깃든 위대한 지혜를 폭넓게 소개한다.
전시전경_ⓟ한도희
1부. 자연과 신(神): 오랜 추상과 상징의 미학
선사시대 인간에게 자연은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이자 신의 영역이었다. 당시 최고 지배층인 샤먼(제사장)들은 모든 이들이 경배했던 자연과 하늘에 소통하는 절대적 의식의 매개체로 청동 의기를 사용했다. 금속의 반사되는 성질을 이용해 빛을 발하는 청동 거울과 검, 청동 방울의 경쾌한 울림은 곧 하늘의 빛과 소리로 여겨졌다. 청동기에는 신을 숭배하는 동시에 신의 영역이자 두려움의 대상인 자연의 불과 흙을 극복하면서 금속을 만들어낸 인간의 위대함이 함께 공존한다. 청동 의기 제작에는 당시 최고의 기술과 재료가 동원되었고 성스러운 기운을 상징하는 기하학적인 문양을 새겨 넣어 기형과 장식의 조화를 이루었다. 이 시기 야금의 결정체인 청동 의기는 선사인들의 삶과 정신을 지탱한 절대적인 상징성을 고스란히 담아 내면서 한반도 야금 문화의 서막을 열었다.
1부전경_ⓟ한도희
2부. 왕(王): 숭고한 권위와 호국의 염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청동기를 넘어 금, 은, 동, 철과 같은 새로운 재료에 기반한 금속기의 출현은 바로 국가와 왕조의 성립으로 직결된다. 과거 샤먼(제사장)들만이 가졌던 하늘과 교감할 수 있는 권위가 왕이라는 존재로 옮겨가며, 야금의 기술은 보다 체계적으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금속 시대를 맞이 한다. 왕의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금관과 장신구에 다양한 금속과 보석이 활용되고 금속 제작과 장식 기법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국가를 수호하고 전쟁 등에서 필수적인 무구류는 금속의 강성과 실용성을 극대화하며 야금의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강철 갑옷과 칼 등은 그 자체가 강한 힘의 상징이자 호국의 의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왕과 국가가 등장한 시기부터 정립된 야금의 장식성과 실용성의 조화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예술의 영역까지 포용하는 하나의 전통이자 문화로 자리매김 하였다.
2부전경_ⓟ한도희
3부. 부처(佛): 적멸과 빛과 해탈의 울림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이래 수많은 불교 미술품이 깊은 신심(信心)을 바탕으로 탄생하게 된다. 국가의 안정적 통치를 위해 현실과 정치의 중심에 왕이 존재하고 백성들의 심적 위안을 위한 종교로서 불교를 도입하고 확산시켰다. 그 과정에서 부처는 왕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권위를 지닌 존재로 숭앙되어 예배의 대상으로 불상이 조성되고 격식을 갖춘 의식도구들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특히 신앙을 바탕으로 제작된 불교 미술은 다른 미술의 영역보다 전폭적인 결속과 지원으로 그 시대 최고의 미술로 오늘날 전해진다. 이러한 경향은 삼국시대부터 전 시대를 거쳐 지속되었고 그 속에는 야금에 대한 오랜 시간 축적된 지혜를 품은 우리 민족의 격조 있는 신앙과 자신감이 자리한다.
3부전경_ⓟ한도희
4부. 예술(人): 위대한 지혜와 영원한 예술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한 야금의 전통은 오늘날 창의적인 모습으로 시대의 지혜이자 예술로서 재정립되어 있다. 뜨거운 쇳물을 부어 만드는 범종, 달궈진 쇠를 수없이 두드리고 세공하는 장도, 단단한 금속 표면에 인고의 새김을 이어가는 입사 기법 등은 한국 야금 미술의 정수이다. 전통을 계승 보존하며 새로운 기술과 시대미감이 더해진 작품 속에서 우리 야금의 창의적인 생명력이 강하게 전해진다. 현대미술 작가들은 야금의 다양한 면모를 나름의 시각으로 해석하여 조각, 설치, 영상 작품 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금속을 통해 전해지는 현대인의 사유와 예술적 의지를 담은 작품들은 이 시대 야금 문화가 인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야금의 위대한 지혜와 예술성을 다시 한번 발견하고, 전시대를 관통하는 야금의 무궁무진한 예술적 가능성과 생명력에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다.
4부전경_ⓟ한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