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두산갤러리에서는 오종의 개인전《호 위에 선 A Pause on the Arc》를 2021년 11월 10일(수)부터 12월 18일(토)까지 개최한다. 2020년 두산레지던시 뉴욕 입주작가 공모에 선정된 오종은 최소한의 재료와 제스처로 대상과 대상을 둘러싼 공간을 재인식하게 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그리고 이번 전시 《호 위에 선》은 바라보는 대상뿐 아니라 바라보는 나(관람객) 자신의 위치와 움직임을 새롭게 인지하게 하는 그의 완곡한 언어가 담겨있다.
오종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가느다란 실과 낚싯줄, 약간의 무게를 가진 체인이나 쇠막대, 투명한 아크릴판과 미세한 광택을 가진 안료 등 존재감이 희미한 재료를 중력과 무게, 최소한의 가공을 통해 공간에 위치시킨다. 그가 그리는 선과 면들은 주로 전시 공간에 존재하는 모서리, 창문, 기둥 등의 건축적 요소에서 비롯하거나, 벽의 미세한 균열, 빛, 그림자와 같은 무형이지만 시간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요소에 반응하며 생겨나고 또는 접혔다 펼쳐진 종이에 만들어진 깊이를 공간으로 삼아 시작되기도 한다.
주변의 가벼운 진동만으로도 흐트러질 수 있을 만큼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며 매달리고 얹힌 오브제와 잠시 시선을 옮기면 놓쳐버릴 만큼 가늘거나 투명한 점, 선, 면은 관람객의 시선과 신체의 이동이 고요히 일어나도록 만든다. 감각을 최대한 집중하며 오종이 허공에 그린 드로잉을 따라가다 보면 시선의 방향에 따라 작업과 공간이 매번 달리 보인다. 오종의 작업은 공간을 구획하거나 동시에 해체하고, 채우는 동시에 비우면서 공간에 새로운 눈과 발의 길을 낸다.
이번 전시 《호 위에 선》은 전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설치 작업으로 그동안 작가가 제시해온 가늘고 투명한 공간 드로잉의 규모와 물질성이 확장되며, 보는 이의 시선과 움직임을 이끌 뿐 아니라 서있는 위치와 딛고 있는 지면과의 관계를 새로이 감각하게 한다. 섬세하고 희미하게 존재하는 선과 연약하게 놓인 오브제, 각도에 따라 모양을 드러내고 감추는 안료의 면은 세심히 가까이 들여다보기를 유도한다. 반면 전시장을 길게 가로지르며 바닥에 세워진 철판과 무거운 중량의 추, 넓고 폭신한 펠트, 그 위에 세워진 유리가 만들어 내는 기하학적 선과 면은 재료의 물성과 무게, 규모를 완강히 드러내고 관람객으로 하여금 긴장감을 느끼며 조금 물러나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한다.
이러한 규모와 물성의 변주와 완만히 구부러진 선은 그것의 시작과 끝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며 상상 가능한 공간의 범위를 전시장 밖으로까지 확장시킨다. 따라서 그 크기를 가늠하고자 하는 시도는 오히려 그 위를 걷거나 멈추어 서 있는 관람객 자신의 상태를 감지하게 하는 경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 오종이 그려 둔 선의 주변과 사이를 천천히 오가는 일은 결국 우리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호 弧 위를 걷고 종종 멈추어 서 있음을 확인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오종(b. 1981)은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에서 순수미술 석사를 마쳤다. 그는 두산갤러리 뉴욕(2021, 뉴욕), 마크 스트라우스 갤러리(2021, 뉴욕), 사브리나 암라니 갤러리(2019, 마드리드), 서울시립미술관(2018, 서울), 갤러리 조센 헴펠(2018, 베를린), 이디오박스 아트스페이스(2017, 마이애미),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2016, 커네티컷), 마르소 파운데이션(2014, 멕시코시티)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누크 갤러리(2021, 서울), 갤러리2(2021, 서울), 송은아트스페이스(2020, 서울), 덕수궁(2020, 서울), P21(2020, 서울), 뮤지엄 산(2019, 원주), 아트선재센터(2018, 서울), 허드슨밸리MOCA(2017, 뉴욕), 마르소 파운데이션(2016, 멕시코시티), 갤러리팩토리(2015, 서울), 트리니티 뮤지엄(2013, 뉴욕), 한국문화원(2012, 뉴욕), 인터스테이트 프로젝트(2011, 뉴욕), 두산갤러리 뉴욕(2010, 뉴욕), 교하 아트센터(2009, 파주), 숲 갤러리(2008, 서울), 주한 캐나다 대사관(2007, 서울)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