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휴먼 앙상블
2021.11.5 - 2022.2.27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 3, 4관
‘탈인간중심주의’를 의미하는 ‘포스트휴먼(Posthuman)’과 개체들이 모여 함께 조화를 이룬다는 ‘앙상블(Ensemble)’로 이루어진 {포스트휴먼 앙상블} 전시는 전시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이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이 아닌 개체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입니다.1)
매해 주요 이슈에 주목하는 ‘ACC FOCUS (포커스)’는 2020년 {{이퀼리브리엄 Equilibrium }} 전시에서 다루었던 환경 이슈를 통해 지속적으로 환경의 기억과 역사를 소환하는 작가들의 행위가 생태계 평형을 이루는 경계의 고투로 보았듯이, {{포스트휴먼 앙상블 }} 전시는 코로나 팬데믹이란 자연의 반격으로 야기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포스트휴먼은 어떠해야 되는지, ‘새로운 주체성’을 고민하는 이들의 노력에 동참합니다.
‘포스트휴먼’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떠올리는데, 그것은 1950~60년대 인공지능과 기계가 주목받던 시기에 처음 ‘포스트휴먼’이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기계와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소머즈(Bionic Woman)나 600만불의 사나이(Six million dollar man)와 같은 사이보그에 초점을 둔 ‘트랜스휴머니즘’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스트휴먼’ 연구자들은 거기에 머물러 기계 존재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인 ‘비인간’으로 그 범위를 넓히고 인간과 비인간 간의 관계에 주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 노력은 인류가 세계의 주인공이 되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을 주도하고 있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시기에 인류가 포스트휴먼으로서 가져할 덕목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단초를 제시합니다.
주변에서 발견되는 돌 하나, 풀 한포기가 간혹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들로 인해 의미있는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또한 생태계의 순환에서 인간을 포함하여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존재들마저도 이제는 자연과 더불어 상호 소통하는 관계가 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이미 인간과 비인간의 네트워크는 형성되어, 생태계의 모든 종들은 순환하고 있습니다. {{포스트휴먼 앙상블 }} 전시는 다양한 비인간의 존재를 인지하고 더 나아가 ‘감정’이란 새로운 비인간의 존재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또한 궁극적으로 인간은 비인간과 어떻게 관계 맺음을 하고 이해하고 소통할지 화두를 던져보고자 합니다.
따라서 전시는 비인간의 범위를 우선, 대부분의 인간이 관심을 두지 않는 잡초, 곰팡이, 도시의 버려진 물건들 등과 같은 인간이 하찮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의 존재들을 포함합니다. 둘째, 너무 작아 맨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세포, 바이러스와 같은 비인간을 비롯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를 포함합니다. 셋째, 인간의 부분이지만 실체화되지 않아 과학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감정을 새롭게 비인간의 범주에 포함합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속에서 더욱 발전한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 존재가 인간의 감정을 해석하고 데이터의 형태로 전이시켜 실체화, 개체화하는 과정을 ‘번역’을 통한 소통의 개념을 해석해보고자 합니다.
결과적으로 전시는 인간과 비인간이라 이야기할 때,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이분법적 사고라기보다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 경계가 없음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우열의 관계가 아닌 상호 존중되어야 하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맺음과 소통을 통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공존 속에서 인간은 비인간으로부터 어떠한 위안을 받고 치유를 받을 수 있는지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일련의 전시 구성을 통해 인간, 비인간이란 개체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는 앙상블의 단계로 발전하고 공존하기 위해, 포스트휴먼은 겸손과 존중의 마음으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자신의 감정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비인간의 아픔을 동정이 아닌, 측은지심으로 대하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봅니다.
그 마음은 우선 우리 주변의 비인간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며, 궁극적으로 트랜스휴머니즘에서 인간을 초월하고 지배할까봐 두려운 존재로 인식하는 인공지능 개체들에게 인간이 부여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입니다.
전시기획 유영아
(아시아문화원 전시기획팀 선임큐레이터)
[전시 구성]
전시 동선 흐름 : 복합4관 ☞ 복합3관
프롤로그
은유와 풍자를 통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단상 - 새로운 주제 모색
{{포스트휴먼 앙상블 }} 전시의 컨셉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인도네시아 작가 루카스 실라버스(Lugas Syllabus)와 김제민 작가는 매칭되었으며, 두 작가 모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주체성에 대한 단상을 은유와 풍자를 통해 보여준다.
루카스 실라버스는 자연과 기술을 모습을 하나의 화면에 배치하여 기술이 발전해도 끊임없이 순환되는 자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김제민은 의인화된 잡초의 모습에 감정을 투영하여 힘든 일상을 버텨가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인간과 다른 종인 ‘식물’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잡초의 반복되는 생과 사의 순환을 통해 영원할 것 같은 인간의 문명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섹션 1, 2, 3
보이지 않는 비인간의 존재— 식물, 곰팡이, 미지의 우주, 도시 비인간
참여작가: 이경하, 레나 부이, 김설아, 황문정, 김태연, 로버트 자오 런휘, 페이 잉 린, 양희아
섹션 1, 2, 3은 인간과 다른 존재인 ‘비인간’은 어떤 존재들인지를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식물, 동물에서부터 너무 작아서 볼 수 없거나 보이지 않는 존재들까지 다양한 비인간들을 파악하고 그러한 존재들이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에필로그
번역을 통한 비인간과의 소통 & 공감
참여작가: 천영환, 이스트허그, 장전프로젝트 (장준영 & 전지윤), 조은우
섹션 1, 2, 3에서 다양한 비인간의 존재들을 드러내고 인간과 동등한 관계로 인지하였다면, 에필로그는 프롤로그에서 의인화와 도상을 통해 포스트휴먼의 새로운 주체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에 조응하여, 근래에 들어 기쁨, 슬픔, 분노 등과 같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을 개체화, 실체화하는 흐름처럼 새로운 비인간의 존재로서 인간의 ‘감정’을 제안한다. 뇌파측정기,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를 통해 인간의 감정을 해석하고 여러 색과 궤적 등으로 번역하고 다른 상태로 치환하여 밖으로 드러내고 들여다보는 행위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상처받았을 마음을 비인간을 통해 위로 받고, 자신도 타인을 동정이 아닌 겸손하게 측은지심으로 위로하기를 포스트휴먼의 덕목으로 제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