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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녕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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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녕 개인전
2021.11.30 - 12.14
갤러리민정




■ 전시개요

전 시 명 :  권녕 개인전
전시일정 : 2021.11.30 ~ 12.14
전시장소 : 갤러리민정 (서울 종로구 삼청로 90-2(삼청동))
                 T. 02-723-4433
관람시간 : 화, 목, 금, 토, 일: 10:00~18:00 / 수: 14:00~20:00
               * 월요일 휴관


■ 참여작가

권녕 
경원대 회화과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
E.mail : verda0215@naver.com




■ 전시평론


권녕-정신이 경험하는 매혹의 표현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이 세계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한데 그림은 그 모두를 대상으로 겨누고 있다. 그것은 한 몸으로 다가와 화폭 앞에 어른거린다. 화가들은 보는 것과 볼 수 없는 것, 표현 할 수 있는 것과 표현 할 수 없는 것, 아니 구체적인 형상을 지닌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언어와 문자의 지시성에서 벗어나 있는 것, 그래서 침묵에 놓인 것들, 다만 모호한 시각이미지로 배회하는 것이 미술의 운명이다. 그러니 재현되면서 동시에 재현되지 못하는 것, 추상이면서 부단히 무엇인가를 연상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그림이다. 그려지면서 그려질 수 없는 것을 동시에 껴안으면서 밀고 나아가는 것이 그림이라 그것은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영역 안에서 제 삶을 거느린다.  

권녕의 그림은 물감과 붓질, 색을 지닌 물질의 질료성과 작가의 신체 운동이 이룬 궤적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외부세계를 연상시키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부재한 채 평면성의 화면과 색을 지닌 물감, 붓질로만 이루어진 이 그림은 추상화에 해당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활짝 핀 꽃무더기가 바람에 뒤척이거나 수시로 낙화하고 있는 듯한 장면 내지 익숙한 자연 풍경의 어느 한 부분을 연상시켜주는 것도 같다. 이미지이자 물질이고 형상이자 질료이며 색채이자 선이고 붓질이자 신체 운동이 그대로 한 몸을 이루는 그림이다.  



mixed media, 90×90, 2021


mixed media, 130×130, 2020


추상표현주의에 유사한 어법과 관습을 따르고 있으며 색채와 제스처, 다양한 물질감의 연출이 우선되고 있다. 가능한 자신의 감정과 정신의 활력을 자유롭게 펼쳐내려는 시도가 활달하다. 우선 주어진 그림의 한계이자 조건인 사각형의 캔버스 위로 일정한 면적을 구획하면서 색/물감이 유기적 형태로, 유선형의 볼륨을 지닌 채 신속하게 문질러진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이 붓질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부산한 감정의 융기와 섬광처럼 출몰하는 아름다운 인상을 포착하려는 이끌림으로 인해서다. 따라서 화필의 움직임이 보다 신속하고, 보다 활달하며, 보다 직접적인 것처럼 보인다. 빠르게 일을 진행시키며 물감과 붓질, 색채와 질료가 그대로 그림이 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질료 상태와 신속한 붓질의 속도와 방향에 따른 다양한 표정과 상태를 지닌, 촉각적인 질감을 거느린 물감들이 저부조로 매달려 있다. 홍건하게 칠해진 습성의 물감들은 수직의 방향으로 흘러내리면서 화면에 작용하는 중력의 힘을 반영하고 있고 이와 대조적으로 두껍고 거친 마티에르를 지닌 것들과 튕겨진 물감의 얼룩들이 또한 뒤섞여있다. 그러한 물감의 상황과 색의 충돌들 자체가 그대로 그림의 내용을 이룬다. 따라서 좋은 추상은, 회화는 이 모든 요소들의 농익은 조화, 숨 막힐 것 같은 감각의 물질화일 것이다. 그것의 자연스러운 버무림과 균형 감각이 보다 높아져야 하는 것이다. 
 


mixed media, 130×162, 2020


mixed media, 130×162, 2021


활달하게 칠해진 붓질의 운용은 흡사 꽃/꽃잎의 형태를 연상시키는 편이다. 흡사 충만한 과일의 형상이나 꽃 이미지를 연상시키면서 부풀려진 상태로, 두툼하게 칠해진다. 붉은색, 핑크와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회색과 흰색, 검정색 등이 어우러져 이룬 색의 조화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일정한 방향을 반복해서 순환하는 이 짧은 붓질의 순환이 이룬 리듬감과 어둡고 밝은 색들의 대조가 악센트를 이루는 화면이기도 하다. 

폴 발레리는 화가에게는 말을 하지 못하는 인간을 위해 그림을 그리겠다는 마음가짐이 항상 필요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매우 아름다운 것이 우리로 하여금 너무도 감탄한 나머지 침묵하게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그런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예술가의 목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권녕은 마음과 정신에서 떠오르는, 그것이 경험하는 매혹을 그림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사실 그것이 어떤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거나 정의하기 어렵다. 그저 작가는 캔버스와 물감/색과 붓을 통해 자기 내부의 요청에 순응해서 칠하고 성형해나갈 뿐이다. 화가가 원하는 유일한 것은 그 자신에 있어서 가장 얻기 힘든 것이고 그림은 바로 그것을 그리고자 시도한 절실한 흔적이란 사실이다. 




■ 작가의 글 2021

생각지도 못했던 ‘팬데믹’이라는 시간을 마주하면서 혼란스러웠다. 
마치 내 인생의 시간을 갑자기 도둑맞은 듯 말이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떨어져나간 내 시간들의 흔적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긴 시간 내 온몸에 흡수되어 질척이듯 쌓여있는 시간의 흔적들 말이다. 의식적이거나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까지도 모두 내가 살아온 시간이 집약된 결과물일 것이다.

그 시간의 흔적들을 캔버스 위에서 가감 없이 쏟아 내고 싶었다. ‘의도적’으로 의도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야말로 감각적이고 즉흥적이며 우연한 이미지들을 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리라. 내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은 작품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과정의 행위는 고통스러웠다. 내가 견뎌온 시간의 흔적들만큼이나 말이다.

세상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내 나이 일갑(一甲)을 맞이할 즈음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했었다. 지금에 와보니 별반 다르지 않은 듯도 하다. 오랜 시간을 보낸 뒤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외엔 말이다. 그 흔한 폭풍 같은 시간을 견디고서야 얻게 되는 비루한 결과일지라도 내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애틋한 시간의 흔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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