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빨래
SOUL WASHING
권지안 Kwon Jian
2021년 12월 10일(금) - 2022년 01월 06일(목)
2012년 첫 개인전을 연 이래로 그녀의 뜨거운 피는 수많은 영광과 상처들로 숨가쁜 시간들을 보냈다. 불안정함 속에 묘한 규칙이 있고, 안정된 것에 불안함을 느끼고 비정형성을 좋아하는 그녀의 기호와 계산되지 않은 직선적인 솔직함, 그만의 특별한 감수성은 자석과 같은 끌림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권지안은 그만의 독특한 에너지로 인해 알아갈수록 사랑하게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촛농이 흐르고, 또 변하고 쌓이고 합쳐지는 날것의 생명력을 그녀는 좋아한다. 그런 날것의 변화와 흐름에 자신이 투영되면서 그만의 새로운 호흡이 드러난다. 다시 오지 않을 이생의 이 순간을 위한 새로운 작업들이 탄생되는 것이다. 그녀의 조카와 함께 했던 클레이 아트 놀이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탄생 되었던 <Cake>시리즈 작품은 제프쿤스의 표절이라는 공격을 받았지만 오히려 전세계 미술인들이 관심을 가졌고 다시 ‘희망’이라는 단어로 권지안에게 돌아왔다. 누구나 위기에서 탈출하는 기제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녀는 세상의 냉소적 에너지를 긍정의 에너지로 바꿀 줄 아는 힘이 있다. 그렇게 안으로 안으로 들이키는 고통은 단물이 되어 새로운 에너지의 변주로 드러난 작업이 <Just a Cake>시리즈이다. 그는 “살고자 해서 버텼지만 견디고 담금질을 하다 보니 선물이 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상처받은 케이크는 나의 과거와 오늘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 밝힌 희망의 초는 힘겨운 세상과 만난 현대인을 위한 희망의 빛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솔비, 권지안이라는 두 개의 자아가 만나고, 시,공간이 만나고, 음악이 캔버스와 만나고, 입체와 평면이 만나고, 퍼포먼스는 평면으로 드러나고, 촛농이 흐르면서 흐르는 시간과 멈춤의 순간들이 만나는 등 그의 작업은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종합적인 접점들, 경계와 경계의 만남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림을 한다는 권지안의 작업은 회화, 조각, 설치, 행위, 바디페인팅 등 다양한 양식을 통한 자신의 카타르시스의 행위이자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의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 작업의 상징성을 지닌 <Just a Cake - Piece of Hope>시리즈와 <허밍 Humming>시리즈를 보여준다. 선물과 축제,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케익시리즈는 2020, 2021 전세계를 떠돈 COVID-19라는 유행병으로 지친 우리들에게 “잘 견뎠다” 이제 새로운 희망으로 새로운 축제의 시절을 맞이하자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나는 용기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매순간 두렵지만 용기를 위한 도구를 찾는다. 상처를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면서 위기 속에서 작업을 하면 반드시 치유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나태주 시인이 “하늘글씨”라고 표현했고 미술평론가 안현정은 “소리그림”이라 표현한 <허밍 Humming>시리즈는 아버지를 세상에서 떠나 보내고 어떠한 말로도 어떠한 노래로도 표현되지 않는 극한의 슬픔에 대한 시각적 결과물이다. 언어 이전의 언어, 음악 이전의 음악, 절망과 생명의 교차점에서 가장 깊은 자신의 내면과 만나는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