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포항시립미술관 소장품전 《연결_시제》는 구입 이후 한 번도 전시되지 않은 4점의 동시대 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국·공립미술관의 소장품은 미래세대에 물려줄 공동의 시각유산으로, 외부 환경 변화와 차단된 수장고에서 영구히 보존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치 우리가 박물관 유물을 통해 수 백 년 전의 문화사를 추측하는 것처럼, 먼 미래에는 미술관 작품을 시각적 단서삼아 21세기 초반 사회상을 다각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이러한 미래를 상정하며 2022년 현재, 우리가 사는 시점에서 유효한 근(近)과거의 문화사를 조직해 수장고 위로 올려 보내고자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동시대 예술가들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추상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공동의 삶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실의 사물들이 시각 예술에 대거 등장하였다. 예컨대 수퍼플렉스는 비트코인 그래프 조각 Connect with Me (4) (2018)를 통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이면의 개인의 불안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낸다. 또 계단에 위치한 권오상 작가의 <뉴 스트럭쳐 9 키 & 그래픽> (2016)에서는 쏟아지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파편화된 이미지들의 조합을 볼 수 있다.

일견 이 《연결_시제》의 작품들은 우리가 스쳐 지나간 일상의 사건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지만, 작가들은 자신이 다루는 시각 매체의 역사와 새로운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를 변주하며 새로운 예술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김세진 작가의 <그들의 쉐라톤> (2006)에서는 다큐멘터리 기법의 차용을 통한 비디오 아트의 확장을, 이문호의 <Apartment> (2008)에서는 사진, 조각, 설치 개념의 경계를 흐리는 색다른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사회 변화와 매체기술의 흐름에 영향을 받는 것은 비단 예술작품 뿐 아니라 그 작품들을 전시하는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2020년 초반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국제물류 이동을 제한해, 각 미술관이 소장품을 대거 활용한 기획 전시를 하도록 촉발하였다. 이에 더해 고도로 발달한 가상현실 기술은 미술관이 닫힌 상황에서도 관람객들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수장고 속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온라인 감상의 장을 열어주었다. 《연결_시제》는 이렇듯 소장품의 가치가 재조명되는 시기에, 수장고에 갇혀있던 작품들이 종과 횡으로 연결되기를 바라며 기획되었다.

보존된 소장품은 과거와 현재의 예술을 연결하는 다리로서, 과거·현재·미래 어느 시점에 접속해도 유효한 미술사의 한 페이지로 기능한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이러한 소장품과 시민들의 소통의 장을 만들어내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찾아가는 미술관’ 전시를 통해 미술관에 방문하기 어려운 시민들에게 미술관 소장품을 공개해왔으며, 야외 공원의 상설 조각 작품들을 증강현실(AR) 게임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앞으로도 우리 미술관 소장품이 시민들이 향유하는 공적인 재산으로서 시대를 넘어 다양한 맥락에서 호출되기를 바란다.

권오상, 뉴 스트럭쳐 9 키와 그래픽, 2015-2016, 알루미늄에 프린트, 380(h)x185x216cm

김세진, 그들의 쉐라톤, 2006, 싱글채널 비디오, 3분 8초

수퍼플렉스, 나와 연계해 (4), 스틸 튜브, 폴리우레탄, 에나멜 페인트, 86×423×75cm 

이문호, 아파트, 2008, 잉크젯프린트, 35x45cm,15pie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