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온빛사진상 수상작 사진전
김선재, 이강산, 김선일
2022. 2. 5 _ 2022. 2. 27
아트스페이스루모스
전 시 소 개
‘천안역. 해가 어스름해지다 어느새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았다. 일과를 마친 사람들은 다시 비둘기호로 모여들었다. 할머니들은 같은 자리다. 무거웠던 ‘다라이’는 하루 새 비었다...비둘기호는 ‘명예퇴직‘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임무는 통일호로 넘어가게 됐다... 정해진 길을 가는 열차의 숙명, 또 그와 함께했던 모든 이들의 아쉬운 마음을 담아보려 애썼다.’
1998년,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한 장항선 비둘기호를 사진에 담으면서 쓴 작업노트다. ‘그 열차를 타고 오가던 지역민들의 일상과 애환을 대하는 사진가의 마음 풍경이 그대로 읽힌다’ 는 심사평과 함께, 사진가 김선재의 <장항선 비둘기>가 2021년 온빛 후지필름상을 수상했다. 지난 11월 27일 스페이스22에서 열린 온빛상 최종 후보 5인의 프레젠테이션 결과다.
총 2명의 수상자가 선정되는 본상의 또 다른 수상은 이강산의 여인숙, 그리고 젊은 사진가를 발굴, 지원키 위해 작년에 처음 재정된 온빛신진사진가상의 두 번째 수상은 김성일의<aufheben_지양>이 차지했다.
김선재 <장항선 비둘기>는 그 기능을 다 하고 끝내는 시대에 뒤처져 사라진 열차, 일명 ‘보따리 장사’로 불리던 서민들의 애환을 싣고 천안과 장항을 오갔던 장항선 비둘기호의 서정을 차분하고 따뜻하게 담아낸 작업이다. 23년의 시공을 건너온 한 사진가의 애정 어린 기록이, 심사위원들 뿐만 아니라 후원단체장으로 참여한 임훈 후지필름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강산 <여인숙>은 14년 남짓 전국의 전통 여인숙을 직접 찾아다닌 사진가가 틈틈이 여인숙에 달방을 얻어 촬영한 결과물이다. “사진가의 눈은 소외된 곳의 진실을 찾는 눈이어야한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여인숙에서 생활하는 인물들의 사연이 사진을 통해 절절하게 전해진다. 심사위원들과 후원단체장 신제섭 혜윰갤러리 대표는, 장기간의 계획을 세우고 시간과열정을 쏟은 프로젝트와 그 결과물이 주는 완성도에 주목했다.
김성일 <aufheben_지양>은 점점 그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간의 상이한 가치관과 그로 인한 갈등을 사진에 담았다. 아직은 보완해야 할 점이 더 있으나 이 시대에 살펴볼 가치가 분명한 주제 및 그 의의에 관해 작가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심사위원 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온빛신진사진가상 수상작으로, 차후 완성된결과물에 대한 기대를 주기에 충분했다.
해가 갈수록 응모자가 늘어나는 온빛상 2021에는 전국에서 총 57명의 사진가들이 응모함으로써, 연말이면 열리는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가장 큰 행사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본상과 신진사진가상까지, 세 수상작을 보두 볼 수 있는 2021 온빛사진상 전시는 서울 갤러리 류가헌에서 첫 선을 보인 후, 2월 5일부터 27일까지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선보인다. 또한 전시 오픈일인 2월 5일 오후 3시부터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아티스트 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온빛 다큐멘터리
‘온빛다큐멘터리'는 2011년 사진가들이 함께 한국다큐멘터리 사진의 활성화를 위해 뜻을 모아 사진의 본질인 기록성을 다시 돌아보면서 사진을 통해 이 시대를 보다 깊이 있게 해석하기 위해 모인 사진가 단체이다. '온빛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대중과 올바른 소통을 이루어 사진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함과 동시에 한국다큐멘터리사진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시대의 진정한 기록이자 미래에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사료가 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인류의 기쁨과 고통, 그리고 인간의 존귀함을 열정적 의지로 담아내고 있다.
우리들은 대중적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의미 있는 스토리를 발굴, 사진으로 기록하여 사회적소통과 공감을 이루고자 한다. 동시대인들의 삶에 대한 정보 공유, 인간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에서 비롯하여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변화에 '온빛다큐멘터리'가 소중한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온빛사진상>은 다큐멘터리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누구나 응모할 수 있으며, 사회적인 다큐멘터리사진 뿐 아니라 순수 다큐멘터리, 생태-자연 다큐멘터리, 포토저널리즘 등 사실적인 기록 사진에 기반한 작가의 세계관을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이면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는상으로 온빛 다큐멘터리 회원 사진가들이 선정하는 사진상이다.
작 업 노 트
온빛후지필름상
김선재 _ 장항선 비둘기
1998년 당시 장항선은 천안역에서 장항역까지 총 29개 역을 지나며 충남의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였다. 이미 운행이 줄어들어 천안역과 장항역에서 아침, 저녁 각 2회씩만 운영되었던 장항선 비둘기호는 요금이 가장 저렴했던 통근 열차로 학생, 직장인, 그리고 서해안에서 해산물을 싣고 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든든한 발이었다.그러나 철도청은 늘어나는 적자와 안전 문제를 이유로 비둘기호를 통일호로 대체하기 시작했고 장항선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그 시한은 1998년 11월 30일이었고, 12월 1일부터 통일호가 대신하게 되었다. 이 작업은 바로 장항선 비둘기호가 마지막으로 운행했던 1998년 11월 한 달과 통일호의 첫 운행일인 12월 1일까지 촬영한 결과물이다.
김선재_장항선 비둘기
비둘기호는 특별함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일상을 매일 함께했다. 사람들은 열차에서 내림으로써 하루를 시작하고 또 저녁이 되면 비둘기호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얘기꽃을 피우고 쪽잠을 청하다 가는 이 공간은 또 다른 집과 같은 안식처였다. 낡고 느렸지만 많은 이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그들의 사연을 묵묵히 안고 달렸던 장항선 비둘기호는 이렇다 할 인사 없이 조용히 떠나갔다. 그리고 그 역할은 또 별다를 바 없이 통일호가 이어받았다. 그 과정을 담으며 감상에 빠져 서민의 무기력함과 떠나감에 대한 아쉬움만을 찾기보다는 느리고 더뎠지만 살아있는, 반복적인 삶 안으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고자 했다.
김선재_장항선 비둘기
스물일곱 나이에 기록했던 사진들을 정리하여 풀어놓는데 2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인생의 첫 전환점에 했던 작업을 또다시 찾아온 전환점에서 선보인다. 짧은 한 달 동안 총 33통 937컷으로 많은 것을 다 담을 수는 없었다. 다시 가지 못한 아쉬움과 늘 따뜻하게 맞이해주셨던 분들에 대한 죄송함이 여전하다. 항상 따뜻하게 나를 맞이해주셨던 이 작업 속 나의 페르소나 ‘전분점 할머니’께 이 사진들을 바친다.
작 업 노 트
온빛혜윰상
이강산 _ 여인숙
2007년 7월 22일, 포항 구룡포의 ‘매월여인숙’을 흑백필름에 처음 담았다. 어언 14년이 지났다.
사진집 『여인숙』에 실린 여인숙은 모두 전통 여인숙이다. 이 여인숙들은 대부분 이미 철거되었거나 철거 예정지로서 머지않아 사라질 낙후된 건축물이다. 나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특히 주목했다. 여인숙 실내외 풍경보다 여인숙을 생존의 공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했다. 그런 까닭에 나는 틈틈이 여인숙에 달방을 얻어 생활했다. 그것은 여인숙 사람들을 필름에 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강산_여인숙
나는 특별히 ‘대덕여인숙’에서 일 년을 보냈다. 냉난방이 전혀 되지 않는 0.8평짜리 독방에서 네 계절을 견디는 동안 나는 세상이 외면한 최하층민 달방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의 가치’를 새삼 깨달았다. 세상으로부터 한두 걸음 떨어져 있거나 완전히 소외된 뒷골목 여인숙 사람들로부터 나는 삶이 극한에 이를수록 극명해진다는 진실을 발견했다. 그 진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처연한 사투이면서 동시에 공존을 위한 아름다운 동행이기도 하다. 휴먼다큐 사진전 「여인숙」과 사진집 『여인숙』이 그 진실에 대한 가치 있는 증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아래와 같은 사진의 전통적 명제에 충실하게 부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진은 그 탄생의 근원이 ‘사람의 삶’을 기록하기 위한 예술적 수단이다.
작 업 노 트
2021 온빛신진사진가상
김성일 _ aufheben(지양)
<상처로 숨 쉬는 법>의 저자 김진영은 헤겔 철학의 특별한 단계를 언급한다. 그것은 aufheben(지양)이다. 지양은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 그 단어는 정과 반이 대립하고 합으로 흘러가려는 그 과정을 최대한 막아보려는 노력을 뜻한다.
즉, 지양이라는 말은 합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으려는 요소 안에 머물며 어떠한 희생도 당하지 않은 상태로 합으로 갈 수 있을만큼 사유하며 기다린다는 뜻이다.
김성일 _ aufheben
나는 특별히 세대간의 갈등에 집중했다. 코로나 전후 동안 한국 사회의 세대간의 대립은 심각한 수준이었고, 이 갈등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50-60대의 노인들의 일상과 태극기 시위를 중점적으로 필름과 센서에 기록했다. 기록하면서 느꼈던 점은 대립하는 듯 보이는 노인세대와 청년세대는 사실 게토화되어 사회 안에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사실 같은 사회 안에서 살아보고자 하는 똑같은 낭만과 삶을 가지고 임했던 것이다. 과거, 공산당원을 늑대로 그리는 미술시간이 있었지 않았나.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 안에서는 서로를 향해 괴물이라 부르고 있다. 실질적으로 서로에 대한 아무런 이해 없이 상대방을 비방하고 적이라 규정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쉽게 발견된다. 이러한 대립은 상대방을 도려내는 결과 밖에 낳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의 삶의 현장은 존중받아야만 하며, 대립보다는 화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향하여 다른 존재인양 대립하는 그 날선 과정 속에서도 지양의 시간은 반드시 흐른다. 나는 지양의 과정이 여러 종류의 <삶>을 통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삶은 처음에는 대립의 목적을 가지고 정과 반을 끊임없이 투쟁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결국 어떠한 것도 희생시키지 않고 합으로 나아가게끔 도와주는 도구가 된다.
김성일 _ aufheben
사회는 수 많은 서로가 억압당하지 않으면서도 미래로 나아가는 공간이다. 분명히 지양의 단계는 우리에게 꽤 지루하고 힘든 시간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바른 시민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합으로 넘어가는 그 과정 속의 대립을 너무 빨리 포기시켜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처절한 지양의 시간 속에서 서로를 희생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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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ing Times
2022. 2. 5 – 2022. 2. 27
◎ Artist Talk
2022. 2. 5 Sat 15:00
화요일 – 일요일
10:00 – 18:00
입장료 :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