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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래 : Re-Vitality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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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서문


“스테인리스 스틸은 차갑지만 구리는 따뜻한 것 같아요. 다양한 형태로 변형시킬 수 있거든요. 구리는 그런 면에서 다른 금속들보다 훨씬 인간적이죠.”

– 조각가 이길래


서울 Gallery BK 이태원은 2022년 3월 10일부터 4월 7일까지 무생(無生)의 동(銅)파이프를 이용하여 자연의 재탄생의 순간을 기록하는 조각가 이길래의 개인전 <Re-Vitality>를 진행한다.

한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고 그것의 푸르름을 유지하는 나무가 있다. 엄동설한에도 변치 않는 소나무의 절개는 조선시대 문신이자 시인인 윤선도를 비롯, 많은 선조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다. 기개 높고 호방한 선비 정신의 근거이자 속기(俗氣) 없는 그 자태는 자연을 향한 강한 생명력과 함께 올곧음의 상징이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소나무의 절개를 조각하는 이길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의 마음 속 풍경을 장식한다.

소나무란 정신적으로는 사유의 대상이자 서민들에게는 놀이터의 역할까지 겸하는 매우 중층적인 상징의 고리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우리의 역사성도 깃들어 있고, 자유분방한 형태, 한 그루 나무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색감, 세월의 풍화를 머금고 있는 듯한 표피 껍질 등 많은 조형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소나무 한 그루에서 모든 작품이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길래 작가노트 中


작가는 과거, 적재되어 있는 수많은 파이프의 벌집과 같은 단면의 형상에 묘한 인상을 받고 작업에 녹여내기 시작한다. 그는 파이프의 단면을 세포 단위로 생각하여 선이나 고리 모양으로 자르고 용접 작업을 통해 전체적인 형태를 완성, 그 위에 세심한 붓터치를 더해 나무 표피의 중첩된 거친 마티에르를 묘사한다. 재료의 물성을 탐구하고 그 결과에 더해지는 작가의 미학적 정신은 때로는 비구상적, 추상적이거나 때로는 지극히 구체적인, 특정할 수 없는 생명체적 결과물을 이끈다. 숨이 없는 파이프를 이용해 굽이치는 역동적인 노송(老松)의 자연적 형태를 표현함으로 새로운 숨과 생명력, Vitality를 불어넣는 순간이다.


이길래는 소나무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기 이전부터 ‘자연’이라는 개념을 탐구하고 구체화하였다. 그 영향으로 그가 이루어내는 소나무들은 자연의 형상을 담고 있는데, 부분적으로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결부된 형상을 띠고 있다. 이는 ‘자연과 인간은 하나’라는 동양적 철학으로부터 파생되었으며 작가가 오랜 기간 탐구해 온 결과물이자 산물이다. 작가의 꿈틀대는 듯한 소나무의 형상은 하늘과 땅, 인간, 자연이 얽히고 설켜 이루어내는 순환적 구조를 띠고 있기도 하며 보는 이에게 그의 동양 철학적 사상과 접목된 조형적 성찰에 대한 집중을 환기시키도록 한다.


생명이나 물체가 분해되면 그 기능이 소멸되듯이, 세포나 파편이 응집되면 유기체적 생명력을 유지하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영원한 스승인 자연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죽지 않는 소나무를 만들며 이 땅 위에 그것을 식수(植樹)해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조화롭게 합하여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연마질을 통해 숨이 없는 곳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조각가 이길래야말로 현 시대에 존재하는 진정한 연금술사일 것이다.


Gallery BK 디렉터_ 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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