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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 멀어진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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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도스 기획 이혜진 '멀어진 날들'
2022. 3. 16 (수) ~ 2022. 3. 22 (화)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이혜진 ‘멀어진 날들’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전시기간: 2022. 3. 16 (수) ~ 2022. 3. 22 (화)






2. 전시서문

 

  그날 그때 그곳에서 우리는


김혜린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사람마다 그날의 분위기를 기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공기의 흐름과 온도처럼 피부에 와닿던 느낌이 될 수도 있고 함께 이야기하던 사람으로부터 전해지던 청각의 자극이 될 수도 있으며 순간적으로 끼쳐오거나 은은하게 감돌던 향기의 여운이 되기도 한다. 또는 주변의 모든 대상들을 포함한 채 시야로 유유히 흘러드는 공간의 잔상으로도 기억되기 마련이다. 당시의 상황과 현상 그리고 분위기를 조감하기 위한 감각은 항상 깨어있다. 우리는 이러한 감각들을 통해서 기억을 떠올리고 그것을 감상하고 이해하며 공감으로까지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사고의 확장에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때문에 가장 강렬한 인상으로 남은 것이 불변적이며 그것이 곧 어떠한 날의 기억을 불러온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기억에 포함되는 모든 것들을 포괄하며 기억을 해 나가는 과정의 첫 번째 성립 조건에는 공간이 있다.


  기억에 대해 물을 때 으레 ‘무엇을’보다는 ‘어디서’가 앞선다. 즉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어떠한 대상이 있다면 그것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와 행위가 벌어지는 장소가 어디인지부터 먼저 확인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간은 고로 기억의 형상을 간직하고 기억은 공간에 조판되고 있는 것과 같다. 이에 따라 이혜진은 이 불가분의 관계에 주목하며 공간을 화면에 담고 그것을 새겨나가는 하나의 과정을 통해 또다시 기억을 소생하며 공유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바람의 리듬을 타고 흐르는 시간과도 연관이 된다. 시간은 숲을 에워싸다가 수풀과 나무 사이를 휘젓는 어느 때가 되기도 하고 넓은 운동장을 더 광활하게 보이게 만드는 한적하고 고즈넉한 어느 무렵으로 관여되기도 한다. 이에 항상 기억의 배후에 있음으로써 불변하는 것들에 대한 약속으로도 느껴지던 공간이라는 것은, 시간을 하나의 배경으로 수용함을 통해 조금씩 움직임을 꾀하며 변주된다. 즉 불변이라는 것이 불멸을 보장하지는 않고 고정된 채 유동적이지 못한 것은 오히려 낡고 늙게 되어 빛바랜 여백을 만들게 되므로, 공간에 서리고 축적됨으로써 여백을 채워나가는 시간의 순환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은 이처럼 시간적 배경으로 구축되어 기존에 간직된 기억에 보다 확대되고 깊어진 새로운 차원을 매개하게 된다.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집약된 기억이라는 것은 표면적으로 단단해 보일지라도 공간과 시간의 영향을 받고 그것들을 체득하여 인상과 잔상을 파생한다는 점에서 연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약하고 어리다고는 볼 수 없다. 스스로 연상되고 다른 이들과 공유됨으로써 어느 날 어느 곳에서라도 회자될 수 있는 추억으로서의 깊이와 가치를 창조해내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억이라는 것이 성숙될 여지가 무한한 것인 만큼 이혜진은 섬세하고 침착한 방법으로 그것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연필의 선에 의해 묘사된 대상들은 소박하지만 진솔하고 대범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이다. 그 어떤 기교나 욕심 없이 구현된 대상으로부터는 오히려 기억의 소산물을 솔직하게 구현할 수 있는 내면의 당당함이 읽히기 때문이다. 또한 먹의 오묘한 농담과 먹이 자아내는 고유의 차분한 색은 관람자로 하여금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공간에 대해 미묘하고도 세세한 감각을 부여함으로써 감성을 자극한다.

 

  이렇듯 작가가 자신만의 회화 언어를 통해 공간으로서의 기억을 표현하는 방법은 단순히 보이는 것을 제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보이는 것 너머에 있는 감각과 감정을 지각하게 하며 눈에 띄지 않는 것들과 때로는 낯설게 보이는 것들에 대한 기억을 전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생경한 것은 아니다. 우리 중 누군가로부터 중첩된 것일 수도 있고 그동안 가려져 보이지 않았으나 예쁘게 보아줄 만한 계기를 마련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는 생겨나고 자라고 변주되는 순환의 과정에 대한 통찰이며 새롭게 감각되는 것들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가 된다. 나아가 작가가 여러 감각들을 통해 수집한 공간으로서의 기억은 시간과 맞닿은 호흡에 의해 공감각적인 변화를 맞는다. 그에 따라 사고와 감정이 확장되고 지속됨으로써 작품이 간직된 공간에 머무르는 이와의 연대로 이어진다. 공간에 새겨졌고 새겨질 기억들을 통해 당신이 남겨 놓았고 당신에게 남겨질 기억들 역시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애로 연장되는 것이다.









<숲집3>, 종이에 연필과 먹, 90×145cm, 2019











<숲집4>, 종이에 연필과 먹, 52×76cm, 2019











<숲집을 위한 드로잉1>, 종이에 연필, 55×40cm, 2019











<운동장1>, 종이에 연필과 먹, 130×97cm, 2021











<운동장3>, 종이에 연필과 먹, 112×145.5cm, 2022






3. 작가약력


이혜진 Hye Jean LEE


2020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
2012  M.A. Drawing,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2010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2007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사



개인전
2022  멀어진 날들, 갤러리도스, 서울
2020  Open Studio, 권진규아틀리에, 서울
2020  밤의 공원, CICA미술관, 김포
2018  바람이 지나는 길, 갤러리한옥, 서울
2016  Drawing Room, 우석갤러리, 서울
2014  구름이 흐르는 마을, 아트팩토리, 파주
2013  열두 달의 드로잉, 갤러리도스, 서울
2010  바람이 보내온 숲, 관훈갤러리, 서울


주요단체전
2021  한국화회, 한벽원미술관, 서울
2021  예술하라, 충주문화회관, 충주
2021  Villa d'Art Festival,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서울
2020  한국화회, 서울대학교문화관, 서울
2020  사이의 간극,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성남
2019  학위청구전, 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
2019  한국화회, 우석갤러리, 서울
2019  뿌리극장, 서울대학교관정도서관, 서울
2019  Mentor Mentee, 한원미술관, 서울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목포예술문화회관, 목포
2018  Zebra Art Fair, 대안공간눈, 수원
2018  Villa d'Art Festival,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서울
2018  [ ]점, 겸재정선미술관, 서울
2017  Art Road77, 논밭예술학교, 파주
2017  게으른 산책,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성남
2016  젊은 한국화, 정부서울청사, 서울
2016  Spaceless, 우석갤러리, 서울
2016  광화문국제아트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서울
2016  New Drawing Project,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
2015  경계 없는 대화, 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
2015  Open Studio, 서울대학교미술대학, 서울
2015  Art Road77, 아트팩토리, 파주


선정 및 레지던시
2022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2020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권진규아틀리에


작품소장
마인드프리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경영대학, 서울대학교행정대학원, 서울시청,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현대건설, LG인화원 및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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