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4. 19 – 05. 07

권빛샘 (Bichsaem Kwon)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는 오는 4월 19일부터 5월 7일까지 권빛샘의 개인전 “NIGHT WATCHER”를 개최한다. 권빛샘은 ‘어두운 밤, 숲 속 풍경’이라는특정 시간과 장소를 매개로, 삶의 다양한 관계로부터 구현되는 복합적 감정과 심리를 작가 특유의 색조와화면 속 등장요소들의 다층적 의미들로 “SCENERY”(무대배경, 세트, 장치, 풍경)를 창출해내고 있다.

TheHermit. 어두운 산 속 누군가 등불을 들고 서 있다.

어둠 속에 있다는 것은 깨달음, 즉 빛으로 나가기 전의 상태를 암시한다. 해 뜨기 전의 가장 어두운 상태는 새로운 탄생을 기다리는 것을 의미하며 외부 세계보다는 내적 세계에 집중하는욕구를 나타내기도 한다. 여기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TheHermit” 카드 속 등불은 자신이 걸어가야 하는 길을 비추고 있는 듯하면서도 동시에 누군가가 등불에 의지하여 길을 찾을 수 있도록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등대와도 같은 이 등불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끄는역할을 하는 동시에 길을 헤매는 이의 앞길을 비춘다. 화려하지도, 강하지도않은 작은 등불은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밝히는 존재이며 권빛샘은 그러한 어둠 속의 작은 등불을 그림에 지속적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권빛샘은 작가노트에서 심리적 불안과 고독의 감정이화면에서 어두운 색조와 자연이라는 미지의 공간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말하였다. 유난히 어두운 숲 속, 호숫가, 산등성이 등의 화면 속 장소가 작가의 감정선을 그대로 전달해주고 있다. 작가는 그 심리 그대로를 지닌 채 화면 속 장소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출현하여, 연기하거나 역할 하기를 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권빛샘의 그림이각기 어느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을 반영한 듯한 하나의 ‘장면’(scene)으로보이는 것은 아마도 이 때문 일 것이다.

그림에는 그 외,거울, 텐트, 울타리, 문 등의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을 가르고 명시하는 듯한 사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는작가가 화면의 안과 밖을 수시로 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동시에, 내부와 외부의 사이를 넘나들며경험하는 경계심과 위기감 등의 복잡한 심리를 그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빛샘의 불안 심리가만들어낸 상징화된 사물들은 앞으로도 계속 걷게 될 불확실한 예술가의 길을 일괄적으로 표식화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보이지 않는 목적지를 향해 작고 약한 불빛을 비추는 모습에, 또는 고독한 밤하늘의 별빛을찾아내려 망원경을 꺼내 든 행위에, 작가의 예술을 향한 의지, 소망이담겨있다. 그리고 그것을 작가는 특정 단색이 아닌 다채로운 색상의 중첩을 통하여 표현 해 놓는다. 그 길이 무조건 어둡지만은 않을 것을 내심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권빛샘이 밝혀 든 등불에 의지하여 어느새 산 속깊은 곳에 도달한 우리는 작가의 장면 속에서 서로의 경험의 시공간을 공유하기에 이른다. 작가가 연출한각 각의 장면들은 잊혀졌던 흔적을 재생시키기 위한 단편적 서사로써 기능하며 새로운 경험을 생성하는 데에 기여한다.

그림의 본질이 추구하는 바를 등불이라는 대상의 역할로 발견하게 되고, 작가의 무의식적욕구에 따라 관람자의 행위가 유도되는 것을 직접 목격한다. ■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