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정연두: 오감도(烏瞰圖)
2022. 4. 28. - 7. 31.
Opening 4 p.m. April 28, 2022
울산시립미술관의 미디어아트 전용관(XR랩) 2번째 전시로 정연두 작가의 ‘오감도(烏瞰圖)’를 준비하였습니다. 《정연두: 오감도》는 까마귀의 시선으로 바라본 울산의 모습입니다. 이상의 시(詩) <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한 곳에 오래 정주하지 못하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현대 도시민들의 삶을, 서식지를 찾아 먼 여행을 떠나는 까마귀 떼에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가수 안코드(Aancod)는 일본인 부모를 두고 한국에서 성장한 백인 보헤미안으로,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고 정처 없이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작가는 까마귀 떼와 가수 안코드를 통해 울산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의 꿈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정연두 작가의 작업세계를 관통하는 실제와 허구의 미묘한 긴장관계가 실감미디어 작업을 처음 시도하는 이번 전시에 또 어떤 방법으로 구현되는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오셔서 함께 감상하는 기쁨을 나누시길 바랍니다.
정연두: 오감도(烏瞰圖)
도시의 서사, 그리고 꿈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허정선
《정연두: 오감도(烏瞰圖)》는 울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전용관(XR랩) 두 번째 전시이다. ‘오감도’는 까마귀의 시선으로 바라본 울산의 모습이다. 이상의 시(詩) <오감도(烏瞰圖)>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한 곳에 오래 정주하지 못하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현대 도시민들의 삶을, 서식지를 찾아 먼 여행을 떠나는 까마귀 떼에 비유한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가수 안코드(Aancod)는 일본인 부모를 두고 한국에서 성장한 백인 보헤미안으로,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고 정처 없이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다.
작가는 까마귀 떼와 가수 안코드를 통해 울산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서사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든 도시의 꿈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꿈은 허공의 메아리가 아니다. 꿈은 허구적 내러티브가 아니라 철저한 현장성에 기초하고 있다. 이는 정연두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실제와 가상의 미묘한 긴장관계와 맞닿아 있다. 긴장관계라기보다 오히려 이중주라는 표현이 더 맞겠다. <내 사랑 지니>(2001), <원더랜드>(2004), <로케이션>(2005), <다큐멘터리 노스텔지아>(2007), <씨네메지션>(2010), 그리고 연출가 수르야의 참여로 완성된 <DMZ 극장>(2021)에 이르기까지 이중주는 실제와 가상, 현실과 허구, 기억과 재현의 형식으로 연주된다.
이번 실감 비디오에서 이중주는 서사와 꿈으로 교체된다. 서사와 꿈의 이중주는 산업도시 울산의 모습과 안코드의 노래가 오버랩되면서 영상 속에서 더욱 강화되는데, 작품은 마치 기승전결이 있는 드라마와 같은 서사 형식을 띄고 있다. 안코드의 노랫말을 따라가다 보면 이 서사는 산업도시 울산의 내러티브로 읽혀지고 꿈의 세계는 ‘빛’의 환영으로 다가온다.
영상의 클라이맥스 부분에 물방울 같은 ‘빛’의 환영은 그 어떤 메커니즘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실낱같은 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빛은 산업도시의 반복적인 삶의 메커니즘 속에서 빼앗겨버린 도시민들의 몸의 원초적 감각과 정감의 회복을 상징하는 아이콘 같은 것이다.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은 포스트모던의 조건이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모던의 조건으로부터 축적된 것이며, 후기산업사회의 정보과잉이 초래한 “정감의 쇠퇴”도 결국 근대 산업도시의 산물임을 주장한다. 매일 반복적인 삶을 살아가는 도시민들의 생기 없는 삶, 자유를 잃은 구속된 삶, 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벗어나는 통로를 작가는 ‘빛’의 환영으로, 그리고 처용의 가면을 벗고 맨발로 노래하는 안코드의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인간성의 본성을 발현하는 질적인 삶은 몸의 감각과 정감의 회복이 이루어질 때 온전히 가능해진다.
영상의 결말은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온다. 까마귀 떼가 청색 하늘을 날고. 태화강의 수려한 강물과 산천의 아름다움이 보는 이의 가슴을 열어젖힌다. 가면을 벗은 안코드는 음유시인이 되어 자유의 시를 노래한다.
“나도 날 수 있을까”
“빛은 있어”
“빛은 있어. . . 언제든지 . . . 어딘가에”
작가소개
정연두는 1969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영국 골드스미스 컬리지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에서 활동 중이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퍼포먼스가 직·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사진, 영상 등 미디어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주로 현대인의 일상에서 작업의 소재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가능성을 탐구하는 그의 작업은 사진과 공연적 연출 혹은 영화적 형태로도 보여진다.
기억과 재현, 실재와 허구를 교차시키며 타자의 현실을 매번 다르게 반복함으로써 시대의 틈을 작품에서 드러내며, 때로는 낭만적 감상으로, 때로는 현실 비판적 시선으로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를 위해 작가는 늘 가장 적합한 미디어를 선택하고자 노력하며, 혹여 자신이 다루고 있는 매체가 다른 분야의 그것 일지라도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작업 태도를 견지한다. 그 결과 다양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의 시각예술과 퍼포먼스의 경계를 넘나들며 본인의 작품 의도를 타인과 공유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판타지를 현실과의 미묘한 차이 속에 연출함으로써 환영으로서 예술과 삶의 본질을 강화한다.
대표작으로는 <다큐멘터리 노스텔지아>(2007), <씨네메지션>(2010), <높은 굽을 신은 소녀>(2018), <소음사중주>(2019), <DMZ 극장>(2021) 등이 있으며, 최근 참여 전시로는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 2021년 토탈미술관,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 2019년 도쿄현대미술관, 2018년 프랑스 맥발미술관, 2018년 독일 ZKM미술관 등이 있고,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도쿄현대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시애틀미술관, 맥발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