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아 - 골목에 들어가기(Into the Corner)
전시 장소 ㅣ LABEL GALLERY(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이로26길 31)
전시 일정 ㅣ 2022년 05월 19일 ~ 06월 24일
관람 시간 ㅣ 월 ~ 토요일, 오전10시 ~ 오후6시 (일, 공휴일 휴무)
참여 작가 ㅣ 손 은 아 (Son Yun A)
사라지기 전의 기억 A, 180x150cm, oil on canvas, 2019
사라지기 전의 기억 B, 180x150cm, oil on canvas, 2018
Scene H, 120x120cm, oil on canvas, 2021
■ 전시 개요
낡은 것에 남겨진 흔적의 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는 손은아 작가의 개인전 '골목에 들어가기(Into the Corner)'가 5월 19일부터 서울 성수동 레이블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가 말하는 낡은 면은 오래된 물건이나 자동차 등의 낡고 찌그러진 표면들, 그것에서 느껴지는 회화적인 이미지들을 말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세밀한 묘사로 화면에 사실적으로 재현된다. 세밀함에 집중하는 것은 기존의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이 추구하는 것처럼 현실 이미지와 시각적 착각을 일으키려는 의도는 아니다. 낡은 면들 각각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 그 섬세한 표면을 강조하여 표현하기 위함이다. 작가는 그것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그 속에서 그가 느낀 삶의 표정이나 주관적인 시선들을 담아 조형미를 더하고자 한다.
낡은 물건들이 마구 버려지듯 오래된 골목이나 집들도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점차 그러한 일들에 무감각해지는 듯하고, 작가는 그러한 소멸이 힘들게 이어왔던 인생 역사 전체를 버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다. 분명 그 오래된 골목에는 많은 이들의 추억과 어려웠던 시절의 희노애락이 있었을 것이며, 많은 이들이 자의로는 떠나고 싶지 않았던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손은아 작가는 그 공간들을 찾아내어 기억하고 각인하는 일이 마치 그에게 주어진 고유의 소임이라도 되는 양 그저 여기저기 골목만 보면 뭔가를 찾아 기웃거리고, 사진을 찍어서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
손은아의 작업에 대해 경기대학 교수 박영택 미술 평론가는 “전체적으로 무거운 회색 톤이 흐릿하게 퍼져 안개처럼 엉겨있는 느낌이다. 치밀한 세부묘사보다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색채로 누르면서 조율하고 있어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라 평가했다.
이어 “불투명한 공기의 층을 감촉시키는 색채 구사로 인해 이 그림은 사실적인 재현이면서도 사실은 심리적인 풍경의 이미지에 해당한다. 특정 장소에서 환기되는 분위기, 정서를 극대화하는 풍경화인 셈이다.” 라 덧붙였다.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낡은 면의 미학은 어디에서나 존재했다. 생활의 흔적들에는 언제나 사람과 매우 가까웠던 친밀함이 있다. 작은 광고 스티커의 벗겨짐, 효용가치가 떨어져서 마구 늘어진 전선들이 서로 엉켜서 복잡한 형태로 이루어진 모습, 오랜 세월에 풍화된 전봇대 생채기 하나하나조차도 세상에 같은 형태란 없다. 이번 전시를 통해 비록 낡고 부서진 잔해들 같아 보이지만 새것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전시는 6월 24일까지 진행된다.
Go through A, 80x118cm, oil on canvas, 2020
손은아 -서글픔이 주는 묘한 힘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낡고 오래된 사물들의 허물어지고 박락된 피부는 그것들이 자신의 지나온 생애를 남김없이 그대로 발설한다는 점에서 정직하고 그래서 당혹스럽기도 하다. 그 자리에는 모종의 알리바이가 없다. 구차한 변명의 밑자락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이다. 사실 모든 존재는 시간 앞에서 잔인할 정도로 평등하다. 결국은 소멸과 부재로 종착될 텐데 그 부재를 부재로 알고 슬퍼하는 것은 인간일 뿐이다. 유한한 인간은 늘 그러한 부재, 죽음, 망각을 애도하고 극복하거나 기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미술의 역사가 또한 다르지 않다.
손은아는 도시의 후미진 골목길이나 문을 닫은 상가나 공장 건물, 혹은 오래되어 허물어지는 것들, 방치된 듯한 그 낡은 공간을 화면 안으로 호출 한다. 도시를 유랑하는 이의 시선에 걸려든 이 폐허의 이미지는 모종의 잔해들이자 사라지기 직전의 마지막 모습으로 겨우 남아있는 시신과도 같은 것이다. 작가는 그것들을 수습하고 애도하며 이를 기억하고자 그림으로 응고시킨다. 여기서 그림은 부재와 소멸, 죽음에 저항하는 나름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작가는 저 잔해의 이미지에서 역설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것들을 또한 오래 기억하고 간직하기 위해 그림으로 고정시켰다. 아마도 오래된 것들, 오래 살아남아 너덜거리면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에서 연민의 정이나 서글픔이 주는 묘한 힘을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은 주어진 대상을 차분하게, 더욱 가라앉은 감성으로 재현하고 있다. 이 사실적인 그림에서의 재현기능은 낡은 존재의 피부가 간직한 흔적을 부감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 되는 셈이다. 살아남은 것들, 아직 연명하는 대상들의 피부는 그간의 시간이 덮쳐 문질러놓은 상처들로 처참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게 마모된 피부는 질긴 생명력의 표상이자 고난을 극복한 자랑스러운 상처들이라 서글픔 속에서 빛을 낸다. 작가는 인적이 부재한 공간을, 사물을 그렸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회색 톤이 흐릿하게 퍼져 안개처럼 엉겨있는 느낌이다. 치밀한 세부묘사보다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색채로 누르면서 조율하고 있어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사람은 사라지고 건물과 사물들만이 컴컴한 공간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칠이 벗겨진 담벼락과 전봇대와 전선, 벽면에 붙은 인쇄물과 낡은 간판, 비닐 천으로 포박되어 가려진 것들, 비좁은 골목길 등이 흐릿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불투명한 공기의 층을 감촉시키는 색채 구사로 인해 이 그림은 사실적인 재현이면서도 사실은 심리적인 풍경의 이미지에 해당한다. 특정 장소에서 환기되는 분위기, 정서를 극대화하는 풍경화인 셈이다.
사실 모든 그림은 작가의 주관적인 정서와 세계관을 통한 해석에 기인한다. 대상 자체를 지시하려는 즉물적인 차가운 재현과는 거리가 있는 이 풍경은-사실 그런 재현도 온전히 가능하지는 않지만-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특정 관점이 투사된 결과물이다. 너무 빠른 속도로 대체되고 재편되는 도시 공간, 자본주의 공간 속에서 효율성과 합리성의 이름 아래 마구 사라지는, 너무 이르게 죽어가는 대상에 대한 애도의 감정과 그것들을 쉽게 방기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오랫동안 간직하려는 욕망은 유한한 존재가 품고 있는 시간관과 함께 이른 소멸을 재촉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적 성찰도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나로서는 이번 근작에서 <Scene H>가 가장 예리하게 다가왔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것을 보여주는 조형적인 구성이 단단하게 결합 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이미 작가가 소재로 삼고 있는 것들은 그 자체로 이미 매우 ‘쎈’ 것들이다. 그러나 그로인해 이런 유형의 그림은 자칫 소재주의화 되기 쉽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대상을 더 예리하게 추려내고 색채와 물감의 질료적 맛, 붓질이 쇠락하는 것들, 사라지려는 것들이 풍기는 체취 또한 건져 올리는 선에서 보다 단단해져야 한다.
Go through B, 80x118cm, oil on canvas, 2020
■ 작가 약력
손은아 Son Yuna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 대학원 졸업
개인전
2022 골목에 들어가기 (레이블 갤러리)
2015 Backside and......(세덱아트 갤러리)
2014 낡은 면-Backside (그림손 갤러리)
2004 개인전 Wheel (관훈 갤러리)
단체전
2005~8 채림전 (관훈갤러리)
2005 Box 전 (롯데갤러리)
2004 Print Box (후쿠오카 오쿠보 갤러리)
2003 가내수공업 (관훈 갤러리)
2003 Print Box (한전플라자갤러리, 구올담 갤러리)
2002 [ háuziz ] (다임 갤러리)
2002 Print Box (갤러리 고도)
1995 `뉴 폼` 전 (윤 갤러리)
1994 `가기` 전 (나 화랑)
1994 `청 미 연` 전 (백상 갤러리)
1994 `서울 현대 미술제` (문예진흥원)
SON YUN A
B.F.A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Korea
M.F.A Ewha Womans University Graduate School, Seoul, Korea
Solo Exhibitions
2022 Into the Corner (Label Gallery)
2015 Backside and......(Sedec Art Gallery)
2014 “The Worn-out Surface”
The Second Exhibition (Grimson Gallery)
2004 “The Wheel”
The First Exhibition (Kwanhoon Gallery)
Group Exhibitions
2005~8 「Charim」Exhibition (Kwanhoon Gallery)
2005 「BOX」 (Lotte Gallery)
2004 「Charim」 (Okubo Gallery, Hukuoka, Japan)
2003 「Handmade」 (Kwanhoon Gallery)
2003 「Print Box」 (KEPCO Plaza Gallery, Guoldam Gallery)
2002 「háuziz」 (Daim Gallery)
1995 「New Form」 (Yoon Gallery)
1994 「Gagi」 (Na Gallery)
1994 「Chung-Mi-Yeon」 (Baksang Memorial Hall)
1994 「Seoul Contemporary Art Festival」 (K.A.F.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