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심윤 《모두의 심연》
포항시립미술관은 제17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심윤의 전시 《모두의 심연》을 개최한다. 포항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포항미술의 초석을 마련한 초헌 장두건 선생의 예술 업적을 기리고 지역 미술 발전을 위해 장두건미술상을 제정하였다. 장두건미술상은 대구·경북 지역 출생 또는 활동지를 두고 있는 작가를 대상으로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수상작가에게 이듬해 개인전을 지원함에 따라 2021년 수상작가 심윤의 전시를 마련하였다.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심윤은 현대인의 실존적 투쟁의 모습을 대형 캔버스에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인물 작업은 뒤틀린 신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모노톤의 회화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를 압도하고, 공간을 장악하는 흡입력을 가진다. 역동적인 구성과 억제된 색의 사용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오롯이 인물이 가진 감정에 집중하게 한다. 섬세한 묘사로 구현된 현대인의 모습은 좌절, 고통, 불안 등 격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안식과 위안에 대한 구원을 갈구한다.
《모두의 심연》에서 선보이는 심윤의 작업은 2020년부터 진행해온 ‘SIMCITY’의 연작이다. ‘SIMCITY’의 모든 작업에는 도시의 현대인으로 대변되는 남성이 등장한다. 이 남성의 얼굴은 어둠에 묻히거나 화면 밖으로 밀려나 식별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얼굴은 서로를 분별하게 하고, 인물의 심리 상태를 나타낸다. 심윤은 이러한 기능이 생략된 얼굴 없는 도시의 현대인들을 그린다. 얼굴 없는 불특정 존재는 누구인지, 어떠한 감정인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장면을 바라보는 이는 그 인물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이입한다. 이 때 인물 외부의 문맥과 신체의 동세는 작품 속 주체가 처한 상황과 감정을 더욱 깊이 받아들이도록 한다. 이로써 작품 속 인물은 누구인지 식별되지 않는 익명성을 가지게 되고 도시의 누구든지 될 수 있게 될 수 있다.
《모두의 심연》은 불특정 인물을 주체로 도시의 현대인의 심리를 보여주는 ‘SIMCITY’ 시리즈의 이미지 구현과 작가의 시선에 대한 변화를 조망하는 전시이다. 전시의 전반부에는 헬레니즘·바로크 시기 등의 조각 작품을 차용한 대형 작품을 선보이고, 후반부에는 특정 신체 부분에 미색의 사용하거나 확대하여 보여주는 등 인물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출한 작품으로 구성하였다. 대다수의 현대인은 기계와 같은 도시에서 하나의 부품처럼 삶을 영위한다. 《모두의 심연》에서 심윤은 이러한 삶 속에서 개인의 존재가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진 현대인의 모습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자는 자신의 삶을 얼굴 없는 도시의 현대인에 투영해 삶의 진정한 가치가 상실되어 가는 도시의 삶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심윤_ICARUS_2022_캔버스에 유채_450.0x259.0cm
심윤_PERFORMER IN THE CITY(3)_2022_캔버스에 유채_194.0x300.0cm
심윤_PIETA_2022_캔버스에 유채_259.0x300.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