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THEO는 2022년 6월 3일부터 6월 30일까지 김우진 개인전 『SIGNATURE 』를 개최합니다.
잠깐 멈추고 손가락 마디를 들여다 봅니다. 구불구불한 능선들로 이루어진 무늬는 평생 변하는 법이 없습니다. 이렇듯 지문은 고유한 것으로 새로운 세포가 자라더라도 언제나 그 패턴을 유지하기 때문에 그 원형이 보존됩니다. 시간 속에서 삶, 그리고 몸의 모습의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운데 결코 변화하지 않습니다.
이제 넓은 전시장에, 갤러리에 들어섰다고 상상해봅시다. 이 곳에는 다양한 매체와 스타일을 지닌 여러 작품과 세계가 혼재합니다. 이 때 사람보다도 훨씬 큰, 고고한 자세로 화려한 색깔을 내뿜고 있는 동물들을 우리는 발견합니다. 빨간색과 파란색, 노란색과 초록색 같은 강렬한 원색 그리고 다양한 동물 형상을 지표로 김우진 작가의 작품을 곧 바로 식별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가 부단히 활발한 작품 활동을 십여 년째 이어오고 있으면서도 강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그의 예술적 지문은 그 만이 가진 원색의 조합과 채색법 그리고 특유의 동물 형상입니다.
김우진 작가는 지금껏 장르나 소재에 구애받지 않고 유토피아의 본질을 탐구했습니다. 그가 유토피아로 향하는 여정에서 만들어지는 원색의 동물들은 소재의 물성과 질감, 형태, 색감들 모두 무한하게 변형되어집니다. 공터에 널린 고무대야나 버려진 플라스틱 의자와 같은 것들을 소재로서 탐구하거나 이러한 소재에 내재하는 의미와 작품세계의 연결을 시도하며 작품의 의미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작가는 탐색의 과정에서 주저하지 않고 여러 번의 과감한 시도를 거쳐왔습니다. 일례로 작품의 내구성을 보강하기 위해 주로 사용했던 소재인 플라스틱을 스테인리스 유닛으로 바꾼 바 있습니다. 작품의 견고함을 염두에 둔 것인데, 한편으로는 스테인리스의 물성이 동물 형상에 기존의 플라스틱과는 다른 강한 에너지를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다양한 색감과 표현을 더하면서 플라스틱이 가진 기성품 특유의 원색이 아닌 한 단계 더 성숙한 색감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김우진 작가의 작품세계는 불변하는 근본, 즉 예술적 지문을 토대로 다채롭게 변화해 왔습니다. 요컨대 김우진 작가의 시그니처는 그의 작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공통 요소로서 변형 속에서도 명확하고 응집하며 변하지 않는 정체성, 즉 창조적 자유를 부여합니다. 이런 창조적 자유는 작가는 단순 반복에서 자유로울 때에도 실험과 도전 속의 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따라서 김우진 작가의 시그니처는 작업 과정이 쌓여갈 수록 그 외연은 확장되고, 내면은 더욱 견고해지는 것입니다.
그가 가지고자 하는 예술적 균형이란 선택한 장르나 매체에 상관없이 예술적 지문—시그니처—을 유지한 채 수축하고 확장하는 갈대 같은 유연함 속의 균형입니다. 예술적 균형과 창조적 자유에 무게를 둔 이번 전시의 신작들은 그의 작품세계에서 조형성을 덜어내고 평면성을 더하는 실험을 거친 것인 한편, 소재의 범위는 알루미늄을 포함하며 한층 더 확장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여전히 ‘다채로움’ 속에서 보여질 김우진 작가의 또 한 번의 시도를 이번 전시를 통해 체험하고 작가의 시그니처에 대해 다시금 탐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