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22-06-30 ~ 2022-07-12
고성희, 김정범, 박성철, 수박, 양태근
무료
02-379-4648
《은유의 무게》는 2-30년 이상을 거의 한가지 재료의 물성에 대한 미학적 탐구와 변주를 추구해 온 5인의 작가들을 초대한다. 철 (양태근), 돌 (수 박), 레진 (박성철), 세라믹 (김정범), 유리 (고성희) 를 주 재료로 다루어 온 작가들이다. 그들의 함축된 단일의 재료만으로도 그 물성의 깊이와 표현력과 독창성의 변주곡은 그 끝이 없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시각예술 작품들은, 직유적 표현법으로도 작품세계를 이어 가기도 하며, 또한 작가 특유의 은유적 표현으로 그 상징성을 표출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번에 초대한 5인의 작가들은 이러한 은유적 표현의 무게에 긴 세월을 매진해 왔고, 그 정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성희, 작은날에대하여, 106 x 82cm, spectrum, glass, slumped, 2021
고성희, 기억, Ø 50x20cm, 크리스탈, Cast, 금속, 2020
고성희의 투명하고 매끄러운 유리로 가공된 인체 형상은 조각과 유리를 접목한 작가의 대표적인 유리 조형 작업이다. 신체의 은유적 세계를 드러내며 유기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된 인체의 단편적 표현은 유리 고유의 물성과 결합되어 인체 특유의 굴곡과 양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는 오랜 시간 조형적 대상이 되어왔으나 재현적, 표현적 한계에 부딪혔던 전통적 인체조각을 벗어나 새로운 소재의 사용과 형태적 변화를 꾀한 현대적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유리 물성의 표현을 극대화시킨 그만의 독자적인 연마 기법은 인체 조각을 새로이 변용시키며 현대적인 미의식을 투영시킨다.
김정범, Tagu, 148x50x35, ceramic, steel, 2020
김정범, Blue Head, 26x26x39cm, ceramic, 2018
김정범의 예술 연습은 포스트모던 세계를 정의하는 영향, 긴장, 모순을 구현한다. 작가는 현대 사회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변화들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김정범의 작업은 그 개념들을 하나하나 해체하고, 이질적인 것들을 융합하여 재구축함으로써 우리의 삶의 의미들을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기호들이다. 그러한 해체와 재구축의 끊임없는 과정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가치들을 이념에 의해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적인 가치들을 그대로 성찰하게 되는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박성철, Style-加加, 73x113x20cm, 알루미늄, 레진, 2012
박성철, Style-加加, 93x103x20cm, 구리,알루미늄,레진, 2019
박성철의 작품 속 미인도는 자신을 더욱 드러내고 과시하기 위해 커다란 가체머리를 한 모습이지만 그 속에는 부풀려진 욕망과 화려한 겉모습만이 남아있다. 자신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공허한 모습으로 뽐내듯 서 있는 모습을 통해 현대 사회 속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빗대어 표현해 본다.
수박, 광대 - 나르시스, 25x25x17cm, 대리석, 2022
광대-구름에 달 가듯이 49x26x74cm 오석, 2020
수박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시사적인 내용에서 어떤 사건, 혹은 동물이나 인물들의 모습을 은유적 형상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광대의 이미지에서 차용한 현대인의 애환을 각종 삶의 기호로 표출해 냄으로써, 또 다른 삶의 변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방법론 적으로는 수박의 작품은 그가 말하는 사각 틀의 채움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순환, 인간, 특히 광대의 점박이 문양 이미지는, 그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현대인의 애환에 대한 그의 영원한 명상의 세계임에는 변함없을 것이다.
수박은 우리 모두에게 조각은, 몸과 정신이 합일됨으로써 현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광대들의 이미지들을 통해, 우리들의 삶이 더욱 값진 의미를 창출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줄 것이다.
양태근, 공존, 85x65x5cm, 브론즈,스테인레스 스틸, 2021
양태근, 상생, 철,스테인레스 스틸,황동, 50x37x180cm, 2020년
양태근은 오랜 시간 자연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양태근에게 인간의 진보는 여전히 ‘의심’의 대상이다. 일찍이 형태와 형식에서의 혼종성(hybridity)을 통해 ‘합리적이라 불리는 규칙들’로부터의 감각적 일탈(逸脫)을 시도해온 작가는 본인의 작품에서 산업 문명의 소외자로서의 동물과 인간 자신을 더욱 구체적으로 출현시키면서 인간 위기 상황을 재현한다.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예술 담론의 장으로 끌어들이며 관객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현실적으로 감각 가능한 주제 의식 안에서 끊임없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물성이 지닌 은유적 무게와 그들이 암시하는 은유적 무게를 동시에 느껴볼 일이다. 덧붙여 은유의 무게에 대한 예술적 감흥은 각자의 저울에 달아 봄 직하다. 있을 수도 있고 0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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