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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영상∙설치전: 문법과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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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Ayoung Kim

문법과 마법 Syntax and Sorcery

2022년 8월 10일 – 9월 14일


“’길은, 시간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끝없이 멀어져 가고, 또 저 멀리로부터 다가온다.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PS)이 쏘아 보낸 신호, 이 커다란 구체 밖에서 비행해 온 신호에 응답하여 끝없이 새로 수놓이고 무한히 생성되는 길을 따라… 기이한 분리 사이, 캠이 보여주는 그림자 속 어딘가, 내가 지나온 길의 모퉁이에서, 나는 또다시 나를 보았다.” – 김아영, <딜리버리 댄서의 구> 중에서


갤러리현대는 8월 10일부터 9월 14일까지 김아영의 개인전 《문법과 마법(Syntax and Sorcery)》을 개최한다. 김아영은 한국 근현대사, 지정학, 이송, 초국적 이동 등의 역사적 사실과 동시대의 첨예한 이슈를 방대한 리서치를 통해 복합적인 내러티브로 재구성한 작업을 선보이며 국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다. 그는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소설, 텍스트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사변서사/픽션 만들기, 내러티브성, 세계구축, 신화짓기 등의 전개 방식을 통해 다차원적이고 유동적인 이야기를 창조한다. 기존의 영상 미학을 벗어난 독창적 접근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 아시안 아트 비엔날레, 광주 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팔레 드 도쿄,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의 국제 기획전과 국내외 유수 기관에서 선보인 바 있다.


김아영의 개인전 《문법과 마법(Syntax and Sorcery)》에는 여성 배달 라이더 에른스트 모(Ernst Mo, Monster의 철자 바꾸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른스트 모는 테크노 오리엔탈리즘과 아시아 퓨처리즘 사이에 놓인 가상의 도시 서울에 살며,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배달 플랫폼인 딜리버리 댄서(Delivery Dancer)의 소속 라이더다. 이곳에서 라이더는 댄서로 지칭된다. 댄서는 일반 댄서, 파워 댄서, 마스터 댄서, 신의 댄서 순으로 계급화되어 구분되고, 최상의 능력자는 고스트 댄서로 분류된다. 에른스트 모는 고스트 댄서다. 딜리버리 댄서의 AI 알고리즘 시스템이자 배달 라이더들의 동선과 충성도 등을 기록, 관리 및 감독하는 댄스마스터(Dancemaster)의 능력은 신처럼 영검해서, 축지법을 쓰듯 시공간을 축약하고 뒤틀어 댄서들이 빛처럼 빠른 배달을 가능하도록 한다. 댄스마스터의 네비게이션은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최단거리를 연산해 수놓은 직선들을 라이더에게 알려준다. 무한 수신되는 배달 콜과 촉수처럼 무한 생성되는 배달 경로는 정신착란증을 부르는 미로와도 같다. 댄서들은 댄스마스터의 연산을 수신하는 앱 디바이스의 명령에 따라, 도시의 A, B, C, D, E 등의 구역을 춤을 추듯 쉴 새 없이 질주한다. 그가 배달하는 물품의 정체는 의뭉스럽다. 어느 날부터, 에른스트 모는 자신의 세계와 완벽하게 동일한 또 다른 가능 세계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자기 자신과 완벽하게 닮은, 마치 도플갱어나 유령과 같은 존재인 엔 스톰(En Storm, Monster의 철자 바꾸기)을 만나고, 동일한 시공간에서는 공존 불가능한 사태와 관계의 다면들을 마주하며 혼란을 겪는다. 두 존재가 조우할 때마다 시공간은 무거워지고,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고스트 댄서였던 에른스트 모는 이 사태를 벗어나려 상담을 받고 엔 스톰을 애써 피하려 노력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엔 스톰과 조우를 반복한다. 이후 라이더에겐 치명적인 페널티 누적을 받게 되는데…


그동안 김아영은 ‘경계를 넘는 다양한 주체와 사건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어 발생하는 생태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관점의 비자발적 이주에 관한 작품을 발표했다. 이런 관심을 지속하며 이주(이동) 및 이주자에 관한 리서치를 진행하던 작가는 팬데믹 시대에 사람들의 단절된 관계를 연결하는 배달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에 주목한다. 작가는 특히 바이크를 몰고 다니는 여성 배달 라이더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베테랑 여성 배달 라이더를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과 실제 배달 현장에 동행한다. 그는 배달 라이더가 배달 과정에서 겪게 되는 앱과 연동된 기이한 신체 감각과 뒤틀린 시공간의 개념을, 오래 관심을 두고 연구한 가능세계론과 접목한다. 가능세계론에 의하면, 이 세계는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 세계 중 하나이다. 무수히 많이 존재하는 세계의 논리에 따라, 완벽하게 동일한 세계가 둘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 이 동일한 세계에서는 개별적 구성원조차 완벽하게 동일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작가는 가능세계론을 적용한,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존재하는 여성 배달 라이더 에른스트 모가 자신과 동일한 존재를 만나 발생하는 사건을 사변적 픽션으로 완성한다.


《문법과 마법》전에는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이 존재하는 다중적 시공간의 세계, 서로 싸우고, 연민하거나, 사랑하는 그들의 복잡미묘한 관계, 비논리적이고 비선형적인 이야기의 구조 등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상, 월페이퍼 설치, 조각 작품 등 총 11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갤러리현대 1층 전시장 중앙의 <고스트 댄서 A>는 천장에 매달린 두 헬멧이 대적하듯 노려보는 작업으로 전시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 속 두 주인공을 상징한다. SF 영화에 등장하는 절단된 기계 신체의 일부를 떠올리듯, 헬멧에는 척수나 내장이 늘어진 것처럼 검은 전선들이 바닥까지 이어진다. 두 헬멧의 얼굴에는 배달 라이더가 을씨년스러운 도시의 도로와 골목을 경쟁하듯 질주하는 장면을 게임 엔진으로 구현한 영상이 상영된다.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의 바이크가 엄청난 속도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아슬아슬하고 현기증 나는 레이스를 펼친다. 음산한 분위기의 1층 전시장 한쪽에 관절형 지지대로 고정된 영상 설치작품 <약정(Stipulation)>은 댄스마스터로부터 쉼 없이 배달 시간과 위치를 수신하며 귀신 들린 듯 멈추지 않고 작동하는 모바일 앱을 형상화했다. 이 작품은 댄서들이 앱을 켜고 콜 수신을 받아 라이트 상태를 확인하고 경로를 따라 배달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앱과 완벽히 동기화했을 때, 그 알고리즘에 지배당한 신체 감각이 어떠한 것인지를 관객이 상상 및 경험하도록 안내한다. 


지하 전시장에서 상영되는 24분가량의 영상 작품 <딜러버리 댄서의 구(Delivery Dancer's Sphere)>는 전시장 전체의 작품을 아우르는 세계관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으며, 현실 세계의 배달 라이더 에른스트 모와 가능 세계의 존재자 엔 스톰의 만남을 다룬다. 에른스트 모는 ‘댄서’로서 자신의 임무와 최근 겪게 된 비일상적 사건들을 노동에 지친 듯 피곤하고 나른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최근 VR 등을 활용하며 영상 제작 문법과 매체적 전환에 관해 고민해온 작가는 <딜러버리 댄서의 구>에서 혼합현실 혹은 다중현실의 물리적 지지체와 가능세계의 수많은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듯 혼종적 이미지 제작 방식을 도입한다. 불길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비 내리는 도시의 도로와 골목을 횡단하는 에른스트 모의 실사 촬영을 중심으로, 볼류메트릭 3D 인물 스캔, 게임 엔진, 디지털 아바타 제작 등 가상망막의 이미지 제작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실사 촬영 씬과 비연속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문법을 초월하는 마술적 존재들’에 대한 관심을 형식과 매체의 운용으로 확장한다. 


2층 전시장의 양 벽면을 뒤덮은 가로 20m 세로 3m의 거대한 월페이퍼 작업 <다시 돌아온 저녁 피크 타임(Evening Peak Time Is Back)>은 웹툰 작가 1172와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딜리버리 댄서의 구>의 두 인물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으로 보이는 두 인물이 게임 엔진으로 구현된 가상 도시 속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애정행각을 나누거나 각자의 오토바이에 앉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번뇌를 무너트리는 지혜와 마음을 상징하는 금강저를 무기 삼아 금방이라도 싸움을 벌일 듯한 세 시퀀스가 묘사된다. 영상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암시하며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오토바이 질주 씬과 두 인물이 만나 한 장소에 머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웹툰의 형식으로 전환되었다. 작가는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의 세계관과 얽히고설킨 복잡미묘한 관계를 확장하기 위해 웹소설과 웹툰의 하위문화물로 여성 간의 애정관계를 중심에 놓는 장르물인 GL(Girls’ Love) 문화를 접목한다. 한국에서 극소수의 수요층으로 하위문화 중에서도 마이너로 분류되는 GL 문화의 기호들을 공유 및 가시화함으로써, 인종적, 계급적, 젠더적 마이너리티인 여성 배달 라이더를 위한 사변적, 전복적 시각 서사를 만들어낸다. 그 앞에 놓인 <고스트 댄서 B(Ghost Dancers B)>는 1층의 <고스트 댄서 A>와 쌍을 이루는 작품으로, 영상 속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이 입었던 라이더 의상과 헬멧을 그대로 착용하고 있다. 두 인물이 현실로 튀어나와 격투를 벌인 것처럼, 폭행의 순간을 암시하는 위압적인 자세와 바닥의 깨진 유리가 파국인지 구원인지 알 수 없는 양가적인 관계를 시각화한다. 두 작품은 두 인물의 대리물이자 동시에 또 다른 가능세계 속 ‘나’로 비치며 <딜리버리 댄서의 구>의 세계관이 전시장 곳곳에 증식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2층 전시장 안쪽에는 세 개의 조각 <궤도 댄스(Orbit Dance)> 연작이 매달려 있다. <궤도 댄스>는 <딜리버리 댄서의 구>의 주요 장면과 이 작품의 파편화된 일부인 LED 판넬 화면에서 계속 모습을 드러내는, 이번 전시의 주요한 내용과 개념을 구조적으로 완성한 상징물이다. 빛을 받아 행성처럼 반짝이는 원형의 구조물인 <궤도 댄스 북쪽>, <궤도 댄스 동쪽>, <궤도 댄스 서쪽>는 원이 무한히 두 갈래로 갈라지는 병적인 프렉탈 구조를 하고 있다. 수평과 수직으로 구가 맞물려 떨어지지 않는 이 구조물은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의 지독한 관계를 드러내고, 댄서들이 길을 잃는 위상학적 미로이자, 딜리버리 댄서가 수신을 보내는 새로운 네비게이션의 길들을 의미한다. 부조 형식의 프렉탈 구조가 거울로 반사되어 원형의 구조물로 완성되는 <궤도 댄스 3시>, <궤도 댄스 6시> <궤도 댄스 10시>는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는 에른스트 모와 엔 스톰을 떠올리고, 이 세계가 또 다른 가능 세계로써 거울에 비친 것은 아닐지 질문한다. 


김아영은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는 것 이면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이동하고 전복하는 여정을 통해 들려준다.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 왔던 모든 사실이 흔들리며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전지구적 위기의 상황에서, 김아영의 작업은 우리의 사변적 상상을 자극하여 누락되고 잊힌 이 세계의 ‘진실’을 마주할 기회를 제공한다. 김아영의 개인전 《문법과 마법 (Syntax and Sorcery)》은 디지털 풋 프린트를 수집 당하며 앱 알고리즘에 지배당하는 동시대의 주체들이 겪게 되는 이주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세계가 문법을 초월하여 만나게 되는, 마법과 같은 존재들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나’라는 하나의 존재에서 시작된 수많은 가능 세계가 있다면, 그곳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작가에 관하여


김아영은 1979년 서울 출생으로 한국에서 시각디자인과 영국에서 사진과 순수 미술을 전공한 후 주로 유럽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물리적/비물리적으로 장소를 떠나거나 이동하는 모습, 바다를 건너고 국가를 넘나드는 초국가적인 사건 등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실제로 한동안 유럽의 여러 도시를 떠돌아다니면서 불안정한 생활을 경험했다. 예측 불가능한 프레카리아트의 삶, 불안정과 우발성이 내면화된 삶을 경험하면서, 작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주민 특유의 정서와 그에 따른 지정학적 배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작가 특유의 사변적 픽션을 더해 무한한 상상력으로 작품을 구성한다.


첫 연작인 〈이페메랄 이페메라〉(2007-2009)에서 작가는 한때는 이슈가 되었지만 시한이 만료되거나 관심사에서 벗어난 사건들의 기사를 재료 삼아 사진을 이용해 입체적 몽타주로 구현한다. 이후 김아영은 하나의 사건이 역사에 기록된 방식과 그것이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역사 안에서 누락된 사실을 추적해 나가면서 한국 근대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어느 도시 이야기〉 연작의 〈모든 북극성 파트 1, 2〉(2010)에서 한 도시와 한 마리의 말, 한 사람의 여성 기수의 이야기를 통해 경마산업이 국내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뒤틀리거나 누락한 부분을 한 여성 기수의 비극적인 삶으로 은유하는 한편, 〈PH 익스프레스〉(2011)에서는 기록되었으나 회자되지 않고 잊힌 영국군의 거문도 점령 사건을 돌아보며 역사의 파편을 소환하고, 〈돌아와요 부산항에〉(2012)에서는 당시 부산에서 밀수 일을 하던 소년의 삶을 부산의 장소성과 거대한 시대적 흐름과 함께 ‘이동’으로 재구성한다.


이후 작가는 사운드와 퍼포먼스로 관심의 영역을 확장하여, 한국의 특수한 근대화와 그 이면에 대한 서사를 ‘소리’로 번안하는 시도를 한다. 〈트랜스 KMS 레일웨이〉에서부터 〈제페트, 그 공중정원의 고래기름을 드립니다, 쉘〉(2014-2015) 연작, 〈사기 지질학〉(2016), 〈이 배가 우리를 지켜 주리라〉(2016) 등은 철도, 석유자원과 이를 둘러싼 이야기와 정보를 ‘기계 장치의 신’이나 ‘알고리즘’ 장치를 통과시켜 소리로 전환한 사운드/음악극의 형식을 지닌다. 작가는 텍스트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하나의 내러티브로 엮어 다양한 음악가, 무용가들과 협업하여 새로운 예술 언어로 풀어내는데, 이러한 김아영의 작업 방식은 근대화 과정에서 숨겨진, 억압되고 누락된 수많은 목소리와 이야기를 끌어내는 장치가 된다.


2017년부터 작가는 〈다공성 계곡〉 연작을 통해 물리적인 지층의 이동, 난민 정책이라는 현실적 문제, 데이터와 정보의 비물질적 이동 등 다면적인 ‘이주’의 양상들을 다뤄왔다.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2017)은 신화적 존재이자 광물 덩어리, 데이터 조각인 페트라 제네트릭스의 이주의 여정을 담고 있다. 자신의 거주지 ‘다공성 계곡’에서 떠나 이주 상담센터를 방문하는 페트라는 더없이 까다롭고 불확실한 이주 조건과 영원히 이주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는데, 이는 악명 높은 호주 난민 정책의 현실과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을 중의적으로 암시한다. 2019년 한국으로 돌아온 작가는 당시 한국 사회에서 상당한 이슈가 된 예멘 난민 문제를 접하면서, 전작의 ‘이주’ 문제를 둘러싼 가상의 내러티브를 보다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SF적 상상력으로 심화한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2019)을 제작한다. 또한, 페트라 제네트릭스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페트로제네시스, 페트라 제네트릭스〉(2019)에서 작가는 페트라의 기원을 탐구하기 위해 바위와 땅을 생명과 풍요의 근원으로 간주하는 동서양의 고대 신화를 참조하고 몽골 지역의 신화를 추적해 나가며 신화, 문화, 가상을 넘나드는 서사를 구성한다. 또한 〈페트라 제네트릭스를 찾아서〉(2020)는 〈다공성 계곡〉 연작의 외전이자 스핀오프 프로젝트로, 광물학, 지질학, 신화학, 사변서사 쓰기, 세계구축, 신화짓기 등을 아우르면서 작가의 목소리를 변조하여 다양한 목소리 효과를 활용한 렉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김아영은 2020년 부산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수리솔 수중 연구소에서〉는 팬데믹 이후 미래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SF적인 작품으로 해조류 다시마를 발효해 생산하는 바이오연료가 세계의 주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가상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다시마 양식과 수질, 해류, 바이오매스 공정을 통합관리하는 연구소 수리솔 수중 연구소에서 AI 수리솔과 예멘인 이주자 출신 연구원 소하일라의 대화로 구성된 이 작품은 코로나 펜대믹의 현시대를 반영하고 왜곡하면서 가능세계의 구축을 시도한다. 이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 〈수리솔: POVCR〉은 VR이라는 매체를 통해 관객에게 상상적 세계의 체험을 선사한다. VR 기기를 장착한 관객은 부산의 오륙도 앞바다와 수리솔 수중 연구소, 다시마팜, 심해 세계를 가상으로 경험하고 연구원 소하일라의 목소리로 작품 속의 AI 수리솔과 대화하면서 중첩된 세계의 모험에 가담한다. 관객은 ‘플레이어’로서 세계간의 중첩과 충돌, 주체의 시점 문제를 마주한다. 김아영은 《크리스털 난기류》(관두미술관, 타이페이, 2022), 《우각호 시간》(비데오브라질, 상파울루, 2021), 《다공성 계곡》(일민미술관, 서울, 2018),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멜버른 페스티벌, 멜버른, 2017), 《이 배가 우리를 지켜주리라》(팔레 드 도쿄, 파리, 2016), 《레일웨이 트래블러스 핸드북》(문화역서울 284, 서울, 2014), 《PH 익스프레스》(퀸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베를린, 2012), 《미니마 메모리아》(스트릿 레벨, 글라스고, 2010), 《이페메라》(아이뮤 프로젝트, 런던, 2009) 등 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기관에서 전시와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워치 앤 칠 2.0》(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 2022), 《신체 코스모스: 함께 사는 예술》(X 뮤지엄, 베이징, 2022),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울산시립미술관, 울산, 2021), 《인간, 일곱 개의 질문》(리움미술관, 2021), 《시간이 돈이라면, ATM은 타임머신일까?》(G 뮤지움 오브 아트 x 카디스트, 난징, 2021), 《연결로서의 예술(Art as Connection)》, (아르가우어 쿤스트하우스, 아라우, 2021), 《그 후, 그 뒤, (Posteriority)》(부산현대미술관, 부산, 2021), 《횡단하는 물질의 세계 – 아르코 페스티벌》(아르코미술관, 서울, 2021), 《사물에서 우주로(From Object to Cosmos)》(가우슝 시립미술관, 가우슝, 2021), 《송출된 과거, 유산의 극장(Frequencies of Tradition)》 (타임즈 미술관, 광저우, 2020), 《올해의 작가상》(MMCA 서울, 2019), 《이주 서사(Migration – Speaking Nearby)》(국립아시아문화 전당, 2019), 《우로보로스》(카지노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시티, 2019; 더 큐브 프로젝트 스페이스, 타이페이, 2019), SeMA 신소장품전 《하늘 땅 사람들》(서울시립미술관, 2018), 《포스트 인스티튜셔널 스트레스 장애(Post Institutional Stress Disorder)》(쿤스트홀 오르후스, 오르후스, 2018), 《2017 신소장품전》(부산시립미술관, 부산, 2018), 《데스크 세트》(브레티니 현대미술센터, 브레티니쉬르오르주, 2018), 《페스티벌 망카》(CIRM(니스 국립음악연구소), 니스, 2016), 《아트스펙트럼 2012》(리움 삼성미술관, 서울, 2012) 등 다수의 국내외 기획전과, 아시안 아트 비엔날레 《판타스마폴리스》(국립대만미술관, 타이중, 2021), 부산비엔날레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부산, 2020),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광주비엔날레전시관, 광주, 2018), 베니스비엔날레 《모든 세계의 미래》(알세날레, 베니스, 2015) 등의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김아영의 영상 작품은 베를린 Sci-fi 영화제 (베를린, 2021), 자카르타 국제 다큐멘터리 실험영화제, (자카르타, 2021), 쾰른단편영화제 (필름포럼, 루드비히 뮤지움, 쾰른, 2021), 제22회 및 21회 전주국제영화제(전주, 2021, 2020), 제10회 부카레스트 국제실험영화제(부카레스트, 2020), 제21회 샌디에이고 아시안영화제 (샌디에이고, 2020),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서울, 2020), 제3회 및 1회《샤르자 필름 플랫폼》, (샤르자, 2020, 2018) 등에서 상영됐으며, 작가는 《임팩트 페스티벌 2020: 제로 풋프린트》(우트레히트 네덜란드, 2020), 〈페트라 제네트릭스를 찾아서〉(MMCA 서울관, 2020), 〈사기 지질학〉(MMCA 과천관, 2016), 〈이 배가 우리를 지켜주리라〉(팔레 가르니에 국립 오페라극장 파리, 2016)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퍼포먼스도 펼쳤다.


제7회 춘천SF영화제 대상 (2020),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15)를 수상했고, 올해의 작가상 최종후보 (2019)에 올랐다. 영국 로얄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브리티쉬 인스티튜션 어워드 (2010)를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카디스트 재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갤러리현대


1970년 4월 4일, 인사동에 ‘현대화랑’으로 첫발을 내디딘 갤러리현대는 고서화 위주의 화랑가에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파격적 행보이며 미술계 흐름을 선도해 왔다. 이제는 ‘국민화가’로 평가받는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이 갤러리현대를 통해 세상에 빛을 보았고, 김환기, 유영국, 윤형근, 김창열,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등 추상 미술의 거장과 함께 전시를 개최하며 단색화 열풍이 일기 오래전부터 추상미술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198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의 흐름에 발맞춰 호앙 미로, 마르크 샤갈, 장 미셸 바스키아, 크리스토 부부 등 해외 거장의 미술관급 전시를 열며 미술계 안팎의 화제를 모았고, 1987년부터 한국 갤러리 최초로 해외 아트페어인 시카고 아트페어에 참가하여 한국 미술을 해외 무대에 소개하는 선구적 역할을 했다. 백남준의 퍼포먼스와 비디오아트를 비롯해, 곽인식, 이승택, 박현기, 이강소, 이건용 등 한국의 실험미술을 주도한 작가들의 작품도 갤러리현대에서 많은 관객과 만났다. 이 밖에 김민정, 문경원, 전준호, 이슬기, 양정욱, 김성윤, 이강승, 김아영 등 동시대 미술을 이끄는 중견 및 신진 작가를 지속해서 발굴 및 소개하고 있다. 각각 1973년과 1988년 창간된 미술전문지 『화랑』과 『현대미술』은 한국의 동시대 아트씬을 생생하게 기록한 자료로 남아 있다. 서울 삼청로에 갤러리현대와 현대화랑이라는 두 전시장 이외에, 뉴욕 트라이베카 지역에 한국 미술을 알리는 플랫폼인 쇼룸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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