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또, 다시야생(多視野生)’ 개막
2022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운영위원장 고승현)가 오는 8월 27일(토) 11시 비엔날레 야외전시 공간인 공주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서 개막된다. 올해로 10회 째를 맞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8월 2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열릴 예정인데, 40년 전인 1981년 국내 최초 자연미술 운동을 시작한 <야투>그룹의 활동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자연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생산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세계 10개국에서 26작가(23팀)의 작품 23점이 출품된 이번 비엔날레의 주 전시는 야외 자연미술 설치작품과 실내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속행사로 ‘숲과 생명’을 다루는 영상작품 공모전과 생태와 자연미술을 주제로한 학술행사 등을 병행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또, 다시 야생(多視 野生)’으로 ‘재야생(rewilding)’의 다양한 시각과 개념을 풀어쓴 것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소비의 욕망으로 도처에 자연재해와 기후변화가 초래되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종국에는 자연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목도하게 되었다. 자연과 생태에 관한 논의가 전지구적 중심 화두가 된 상황에서 ‘재야생(rewilding)’은 자연과 생태를 정복이나 개발, 관리나 운용의 대상으로부터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며 자연과 인간의 화합이라는 생태 담론의 중요 이슈 중 하나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재야생’은 그간 20년간 지속되어 온 자연미술 비엔날레의 관습 중 제도로 고착될 수도 있는 부분들을 성찰하고, <야투>의 건강한 초기 정신이었던 본래적인 자연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설치작품을 구축하되 물질적인 차원의 형상화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자연이나 생태의 본래적 의미를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자연과 생태 담론의 폭을 넓혀 역사, 사회, 자본 등의 문제와 연관시킴으로 자연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자 하고 있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들은 이러한 취지를 적극 살리고 있는데, 이번에 선보일 작품들은 역시 자연친화적 소재의 구조물이나 설치 작품들이지만 대부분은 물질적 속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자연의 본래적 속성을 탐구하며 드러내는 작업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우주나 태양, 대지의 에너지와 끝없이 변모하는 자연의 본성을 탐구하고 드러내는 작업, 환경과 통합된 유기체의 형상을 통해 자연 속에 내재된 생명의 본질을 인식하게 하는 작업, 자연의 미세한 소리에 관심 가지는 작업, 태고를 소환하는 작업 등이 그것이다. 국내 작가들 중 일부는 지역의 역사를 환기시켜 자연과 결합하는 작업들을 선보이기도 하고, 실내전의 경우는 환경문제나 생태에 개입된 자본의 문제 등 좀 더 확장된 자연과 생태의 담론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이번 비엔날레의 작품들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현장 워크숍의 방식으로 구현되었다. 참여작가들의 경우 단순히 자신의 작품을 야외에 설치하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이 아니라 한 달간의 제작 기간 중 전용 레지던시에서 함께 숙식하며 작품 프리젠테이션과 워크샵을 통해 작가들 서로의 작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꾀한다. 자연의 심성을 닮은 작가들은 작품 제작 과정에 동참, 협력하며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전통은 국제적으로도 큰 호응을 얻고 있고, 명실상부한 자연미술 활동의 허브로서 다른 비엔날레와 차별화된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은 전시기획자 겸 미술평론가 김찬동씨는 “이번 비엔날레가 생태담론의 다양한 구현을 통해 자연미술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을 공고히 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관객들에게는 자연과의 온전한 소통과 신선한 체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시야생(多視野生)
Again, Multiplicities of Rewilding
김찬동 | 2022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총감독
서구 모던 사회가 진행시켜온 자연-문명(문화),생태-인간의 이분법적 사유로 인해 자연은 본래의 기능과 위상을 상실하고 적극적으로는 정복과 개발, 소극적으로는 양육과 보존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에 따라 기후 변화, 멸종 위기, 환경오염, 팬데믹 등에서 보듯, 인간 사회의 자연 착취가 가속화 되면서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의 자연’은 이미 종말을 맞았다는 위기의식이 일반화되었다.
60년대 이후 이러한 위기에 대해 정치, 사회, 정신적 측면에서 남성중심주의와 자본주의적 폐해가 폭넓게 나타남을 지적하는 반성적 입장들이 대두되었는데. 대표적인 입장들로 재야생화(Rewilding), 깊은 생태학(Deep Ecology), 후기구조주의적 입장에서의 사회생태학적 입장 등이 있다.
재야생화나 깊은 생태학은 전문가, 과학지식, 대중적 상상 등을 통해 이해되는 ‘자연(nature)’과 비전문가, 원주민, 신체적 지식, 비인간 행위자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자연들(natures)’을 구분한다. 또한 자연은 고정되거나 불변하지 않으며 행위자-연결망의 수행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자연보전이 하나의 고정된 이상적 자연을 상정한 채 이를 회복하거나 지키는 데 주력한다면, 재야생화는 다양한 인간 및 생물들의 활동을 통해 복수의 자연들이 생성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후기구조주의적 사회생태학의 관점 역시 기존의 인간(문화)-자연의 이원론보다는 일원론이나 다원론을 가진 새로운 생태학의 주장인데, 대표적 이론가인 가타리와 들뢰즈 등에 따르면 전체성보다는 이질성과 차이를 강조하는 것을 선호하고, 통합되고 전체적인 구조들(holistic structures)을 만들기보다는 뿌리줄기(rhizomatic) 구조들을 추적하기 위해 집합체(synthesising assemblages)와 다중성(multiplicities)의 합성을 선호한다.
조형예술의 경우,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자연과 대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환경기반의 자연친화적 예술이 대두되며, 특히 조각을 중심으로 한 입체작업의 영역은 대지예술등과 같이 자연 풍경 및 건축과의 상관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업영역이 등장했다.
그러나 서구적 사유를 기조로 한 자연의 침탈이나 훼손적 성격의 작업들이 그 한계를 노정하고 있어,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독자적으로 일궈온 국내 자연미술의 40년 역사를 바탕으로, 자연미술의 미래적 비전과 새로운 미술 생태계 회복을 위해 자연친화적, 회복적, 치유적 작업에 대한 사회적, 문화적, 예술적 차원의 새로운 ‘자연들(natures)’과 재야생(rewilding), 다중성(multiplicities) 담론의 탐구를 목표로 한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1981년 창립한 이래 충남 공주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가 주관하는 국제자연미술전시 행사이다.
1990년대 초부터 시작한 자연미술 국제교류전의 기획과 운영을 통해 쌓아온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첫 비엔날레가 출범하였다.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야투의 자연미술을 현대미술의 다양한 형식과 접목시켜 새로운 미술로서 발전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실험의 장으로서 현장 심포지엄과 전시를 병행하고 있다. 한 달여 동안의 작품 제작기간 중에는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작가들이 숙식을 함께하며 작품을 제작하게 되는데, 참여작가 프레젠테이션 및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자연미술프로젝트 소개, 자연미술국제학술세미나 등의 연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며, 어린이와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전시 중에 진행된다. 작가들의 작품은 연미산자연미술공원에 상설 전시되며 관람객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작품이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연미술>
1980년 초 야투(野投)가 표방한 간단한 설치 혹은 행위 등의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장성이 강한 미술이다. 자연이 미술 표현의 대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 자체가 미술 안에서 직접 작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미술로서,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면서 살아온 한국적 자연관이 담긴 야투(野投)적 표현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