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전시제목: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 《칼립소 Καλυψώ》
전시기간: 2022.8.3.(수) - 8.31.(수)
기획: 박유진, 최선주, 홍예지
참여작가: 문소현, 뭎 Mu:p, 박예나, 신 와이 킨
전시장소: 두산갤러리
관람시간: 화-토 11:00 - 19:00 (일요일, 월요일 휴관)
전시작품: 영상, 설치, 퍼포먼스 총 5 작품
관람료: 무료
주최: 두산갤러리
두산갤러리는 신진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인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 전시 《칼립소 Καλυψώ》를 2022년 8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의 11회 참가자 박유진, 최선주, 홍예지의 공동 기획 전시다.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 《칼립소 Καλυψώ》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뒷세이아』에 등장하는 님프 칼립소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풍랑을 만나 배와 동료를 모두 잃고 세상의 끝에 위치한 칼립소의 섬에 도착했고, 칼립소는 부와 영생을 약속하며 그가 떠나지 못하도록 7년 동안 자신의 섬에 붙잡았다.*
본 전시는 이방인을 붙잡았던 칼립소에 초점을 맞춘다. 그녀는 어떻게 그의 시간을 붙잡았을까? 기획자 3인은 그 실마리를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칼립소’의 뜻에서 찾는다. 칼립소는 ‘은폐하다’, ‘덮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칼립토(καλύπτω)에서 유래한 것으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장막을 의미한다.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붙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진리를 감추는 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칼립소 Καλυψώ》는 진리를 말하는 대신 ‘은폐’와 ‘장막’을 전시의 방법론으로 택하고,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인물을 오래 머물도록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찰한다. 문소현, 뭎 Mu:p, 박예나, 신 와이 킨(Sin Wai Kin)의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장의 기둥, 매주 다르게 비치되는 출판물, 프로그램 등 모든 구성 요소가 전시의 시공간을 겹쳐 한눈에 파악되지 않도록 만들며, 떠나려는 자의 시간을 지연시킨다.
문소현은 공간의 구조를 비틀어,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도록 혼란을 가중시키는 미디어 설치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신작 <sink>(2022)는 두산갤러리가 위치한 두산아트센터를 촬영하고, 그 소스를 활용하여 변형된 공간을 보여준다. 비상구, 계단, 주차장, 옥상, 무대의 대기실처럼 평소에는 주목하지 않는 공간을 전면에 드러내며 공간의 위계를 뒤집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 앞에서 그림자가 왜곡되며, 관객은 기이하고 으스스한 공간 속에서 방향을 잃게 된다. 끝을 가늠하며 닻을 내리려 하지만 바닥에 닿지 못하고 자유낙하 하는 감각이 지속된다. 이 시간은 관습을 벗어난 방식으로 탈출구를 찾도록 유도한다.
공간과 움직임을 구조적으로 탐색해온 뭎 Mu:p은 전시 동안 8 번의 연습, 4 번의 공연으로 구성된 퍼포먼스 <4p8p : 8번의 연습과 4번의 공연>(2022)을 선보인다. 연습이 공연의 선행이 되거나 공연이 연습의 반복이 되지 않으며 각 연습과 공연은 한 문장에서 시작하여 대화를 쌓아간다. 연습 과정에서 연출자와 출연자가 나눈 대화는 공연이 없는 날, 텅 빈 전시 공간에 송출된다. 전시 동안 벌어지는 12 번의 개입이 이곳의 시간 양식 자체를 변주한다. 4주에 걸쳐 9 번 이상의 방문을 통해 전체 윤곽을 볼 수 있지만, 관객이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전체도 아니고 일부도 아닌 방식으로, 관객은 개입된 시간을 더듬어 파악해야 한다. 뭎 Mu:p은 연습과 공연을 편집하고 뒤섞으며 일반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퍼포먼스의 구성 요소에 대해 질문한다.
박예나는 신작 <아티젝타를 포착하세요!>(2022)를 통해 자신이 발견하게 된 진리의 조각을 관객에게 나누어 주고자 시도한다. 파편적인 방식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단서들은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뒤섞으며 미지의 존재인 아티젝타 (Artijecta, Artificial+Object+Data의 합성어)를 조우하도록 만든다. 아티젝타는 사물이 인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먼 미래의 존재로,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인간과 접촉해왔다. 발견자를 자처하는 작가는 공공 와이파이 장치, 영상, 이미지 등을 통해 아티젝타가 개입하는 방식을 암시한다.
신 와이 킨은 사변적 픽션을 활용한 퍼포먼스, 무빙 이미지, 글쓰기를 통해 욕망과 정체성, 대상성을 규정하는 규범적 과정을 교란하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그에게 드랙은 체화된 실천으로서, 재현의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내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비판하는 전략으로 쓰인다. 전시장의 전면을 가득 채운 <더 원(The One)>(2021)은 깊게 명상 중인 작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이마에는 제3의 눈인 태양, 얼굴 전체에는 신체의 윤곽이 그려져 있다. 이 이미지는 몸의 한계를 재정의하고 얼굴과 배경의 경계를 흐리며 성애화한다. <오늘의 뉴스(Today’s Top Stories)>(2020)는 퀀텀 유니버스에 관해 진실과 거짓, 실제와 픽션을 동시에 제시한다. 두 작업은 자기와 세계, 정신과 육체, 개인과 전체의 구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속삭인다. 반복되며 길게 늘어지는 시간은 관객의 호흡에 침투하며 고착화된 이분법과 정상성의 규범을 급진적으로 무너뜨린다.
저기 봐, 세계가 무너지고 있어. 그런데도 너는 너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원해? 여기 안락한 낙원을 버리고, 생을 확신할 수 없는 미래로 나아가길 바라?
칼립소가 ‘귀환이 지연된 자’에게 묻는다. 안락한 섬을 떠나 폭풍우 치는 바다를 건너갈 것이냐고. 우리는 그 대답을 알고 있다. 오디세우스가 뗏목을 타고 그의 세계로 나가 자신의 서사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칼립소 Καλυψώ》는 현실을 부정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하며 지금 이 세계에 머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도착한다.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붙잡았던 시간은 그의 변신을 돕는 필수적인 지연이었다. 이때 고립과 억류는 소모되고 실패한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파헤치는 창조적인 시간으로 전환된다. 결국 섬의 방문객은 새로운 방법으로 계속 탈출을 시도하며, 그 자신의 삶을 무너뜨렸던 공포와 무기력을 극복한다. 본 전시는 종국에는 장막 너머에 존재하는 진리에 대한 불가능한 이해와 끊임없이 부상하는 불안과 관계없이, 장막을 들추는 힘에 대한 탐구로 나아가기를 제안한다. 칼립소가 결국 오디세우스에게 뗏목을 만들 나무를 건넸던 것처럼 《칼립소 Καλυψώ》는 당신에게 바란다. 부디 이곳을 나가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하기를.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은 한국 현대미술계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신진 큐레이터를 발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3명의 큐레이터를 선정하여 1년 동안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 강의∙세미나∙워크샵으로 현대미술의 이론과 현장을 깊이 있게 다룬다. 1년의 교육기간 후, 두산갤러리에서 3명이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해 봄으로써 1년간의 연구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큐레이팅 기회를 갖게 한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천병희 옮김, 서울: 도서출판 숲,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