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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 연필드로잉전: 고요한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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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 〈빛과 신호 vol.1〉, 종이에 연필, 8.5 x 14 cm, 2022


■ 전시 서문


문정 개인전: 고요한 눈동자

-고요한 눈동자로 빚은 연필 형상-


박정원 (페이지룸8 디렉터)


문정 작가는 주로 연필을 사용하여 일상에서 느낀 감정과 날씨 같은 보편적인 소재로부터 다양한 시적 조형성을 발견하고 종이에 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 “고요한 눈동자”에서 ‘눈동자’는 형태와 색을 감별하는 신체 부위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예술적 영감이 조형미로 전환되기까지 작가가 줄곧 놓치지 않고 있는 “응시하는” 태도를 상징하는 단어이다. 


이 태도는 무엇보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연필을 사용하여 종이에 아주 작은 점을 메우고 미세한 선을 그리는 과정은 시간을 쌓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 하나의 톤으로 보이게 하는 종이 표면에 쌓이는 흑연 입자들은 작가의 그리는 행위를 통해 만들어지는 동시에, 고요하고 오랜 시선에서 드러내고 마는 숨은 형상에 대한 단서로서 존재한다. 이렇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느슨하게 갈등하고 연필의 미약함을 치열함으로 치환하며 자신만의 형상을 시각적으로 다듬어간다.


《고요한 눈동자》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크게 ‘빛과 신호’, ‘기록’, ‘밤의 소묘’ 시리즈이다. 이 작품들은 실제 장면과 추상적인 형상의 관계, 차분함과 질서를 지향하는 반복적인 콜라주 행위, 보편적인 감정에 대한 시적인 형상 탐구 등을 주제 삼아 표현한 것이다. 


작품 중, 〈빛의 신호 4〉는 작은 화면에 다양한 명도로 구성된 선과 면으로 구성되어 공간감과 밀도가 느껴진다. 특히 흰 선은 선 자리를 비워가며 그 주위를 연필로 균일하게 채워 완성하는 반면, 검은 선은 먹지를 활용하여 에지(edge)를 강조했다. 여러 차례 쌓아 올린 연필 층위가 만든 짙은 명암과 흰 선이 대비되는 〈밤의 소묘 1〉 은 캄캄한 밤 날카로운 섬광이 인상적으로 남은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폭 60cm에 달하는 〈밤의 소묘 5〉는 문정 작가의 연필 기법과 직접 제작한 콜라주 등 연필에 대한 다채로운 변주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문정 작가의 이러한 연필 기법은 어쩌면 평면에서 할 수 있는 조각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결과물에 대한 구체적인 형상을 정해놓지 않기에 연필의 점과 선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응시하고 또 응시한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인식의 끈을 놓을지언정 응시하는 눈동자는 멈추지 않는다. “고요한 눈동자”로부터 끝내 형상이 발견되고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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