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시 명 en route: 사사로운 궤적
참 여 자 고영찬, 김은정, 손수민, 윤희수(작가) / 임수영(기획)
전시기간 2022. 11. 15 (화) – 12. 24 (토)
전시내용 회화, 영상, 설치 작품 포함 20점 내외
장 소 신한갤러리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신관 B1 신한아트홀 內)
관람시간 화~토 10:30~18:30 (일, 월 및 공휴일 휴관)
관 람 료 무료
■ 신한갤러리 : 설립취지
신한갤러리는 국내 미술 저변을 확대하고 대중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자 신한은행이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으로 1997년 광화문에 이어 2011년 역삼 오픈 이후 2020년 통합되어 역삼에서 전시를 지속해오고 있다. ‘Shinhan Young Artist Festa’라는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공모를 통해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기획전 또한 꾸준히 개최함으로써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경계 없는 예술을 지향하는 본 기관 취지에 맞춰 2018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와 협약, 입주작가 대상으로 기획전을 개최하는 등 대중과 소통하며 사회공헌적 문화 공간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 신한갤러리 : Shinhan Young Artist Festa
신한갤러리의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신진작가 공모전 ‘Shinhan Young Artist Festa’는 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아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2003년 신한갤러리 광화문에서 시작된 신진작가 공모전은 2009년부터 ‘Shinhan Young Artist Festa’라는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되어 신한갤러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Shinhan Young Artist Festa’는 주제나 형식, 표현기법 면에서 서로 연관되는 2인 이상의 참신한 작가 그룹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가들에게는 전시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시진행과 관련한 제반 비용을 지원한다.
■ 《en route: 사사로운 궤적》 展
우리는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목적지도 다르고, 속도도 제각각이지만, 끊임없이 나름의 방향성을 갖고 발걸음을 내디딘다. 이러한 여정의 교차로에서 만나게 된 네 명의 작가와 기획자는 시작과 끝, 출발지와 목적지가 아닌, 그 중간 길목에서 채집한 경험과 이야기에 주목했다. ‘~로 가는 중’을 뜻하는 ‘en route’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고영찬, 윤희수, 김은정, 손수민 작가가 각자 고유한 형태의 궤적을 그리며 이어온 창작 작업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짙고 여린 흔적들을 완성된 작품뿐만 아니라 이를 지탱하고 구성하는 아카이브를 통해 살펴본다. 여기서 ‘아카이브’란 작품의 근간이 되는 기록물을 비롯해 스케치나 글, 영감을 받은 책이나 오브제를 모두 포함한다. 전시를 통해 우리는 프랑스 남부 광산지역에서 시작해 바다의 항구와 옥탑 작업실, 그리고 네트워크 속 공간에 이르기까지 상이한 장소와 시간대를 경유하며 네 명의 작가들이 채집한 이야기와 소리, 현상과 질문들을 마주하게 된다. 한 장소를 일시적으로 점유하는 작품들은 어떠한 결론이나 뚜렷한 목적지를 가리키는 대신 무심코 흘려보내는 일상을 새롭게 탐색하고 감각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경로를 제시한다.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방법론 삼아서 특정 장소들을 재주술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고영찬은 사진이나 영상 같은 렌즈 기반(lens-based) 매체를 중심으로 폐광을 맞이한 프랑스 남부 광산지역을 기록하고 상상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장소와 직접 관계 맺으면서 더 이상 접근 불가능한 광산을 탐구한 영상 <태양 없이>(2018)와 함께 그 장소와 시점으로부터 멀어진 현재의 관점에서 30장의 ‘부산물’인 사진을 재해석한 <티끌 모아>(2022)를 소개하며, 잊혀져 가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각도에서 포착한다. 줄곧 인공과 자연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되는 비물질의 흔적을 채집하고 탐구하는 작업을 시도해 온 윤희수는 마찬가지로 접근이 어려운 세계를 탐구하되, 시각이 아닌 청각에 의존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바다의 항구라는 공간에서 관찰하고 경험한 미세한 현상들에 주목한 신작을 선보이는데, 쇳물로 드로잉 한 <Drawing as experimenting with deep sea space frequencies>(2022)는 수면 아래의 시간성에 의해 변화하여 흔적이 되어버리는 요소들을 쇳물의 물리적 특성에 빗대어 나타내는 한편, <barnacle unit 1, 따개비 1호기>(2022)는 소리를 채집하는 조각으로, 내부에 설치된 녹음장치가 바닷속 소리를 파동과 진동으로 기록해 송출한다.
두 작가와 대조적으로 김은정은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크고 작은 현상을 적절한 거리를 두며 포착한다. 2018년 올림픽 개막식에서 본 비둘기의 형상을 옥탑 작업실에서 매일 만난 비둘기 떼와 겹쳐보며 수집한 역사적 사건과 정보가 수록된 『난민둘기』(2021)에서부터 ‘88올림픽 비둘기 통구이 사건’으로 불리는 비극을 조사하다 타죽은 새를 사람으로 바꿔 머리에서 연기가 나는 채로 트랙을 달리는 사람을 그린 <연기나는 머리>(2020), 개체수의 무한 증식에 일조하는 일종의 토템으로 작은 화면의 광고처럼 송출되는 <피죤밀크>(2022)에 이르는 일련의 작품은 모두 친숙한 사회의 모습을 회화적 상상력을 통해 재해석한 것이다. 반면 손수민은 그 사회를 구축하는 비가시적인 네트워크를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조명한다. 오랜 시간 이방인으로 살아온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서 출발한 퍼포먼스를 축으로 전개되는 <캐치볼>(2022)은 공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운동의 특징을 은유하며 평행선을 이루는 두 퍼포머의 대화를 기록한다. 오디오믹서에 각각 마이크와 헤드폰을 연결해, 확성된 상대방의 목소리와 숨소리가 내 머릿속을 꽉 채우는 상태로, 때로는 세상에 내 목소리만 존재하는듯한 상황에서 두 퍼포머는 대화를 이어간다. 인간과 인간의 대화에서 생물과 무생물의 관계로 이어지는 손수민의 작업은 주제를 관계성으로 확장하는데, 작가이자 이론가인 에두아르 글리상(Edouard Glissant)은 ‘관계 맺음’을 통해 경로의 다중성이 확보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직간접적인 채집 방식을 통해 작가 개인이 변화하는 환경과 맺은 다양한 관계를 보여 주는 현장이자, 관객에게는 작품과 새로운 형식의 관계 맺음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궤적을 그려 나갈 수 있는 기회로 작동하기도 한다.
■ 기획자소개 : 임수영 Sooyoung Leam
약 15년 전 즈음 임수영은 창작에 관심이 있었다. 손으로 그리고 만들고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에 흥미와 애정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도무지 하나의 내러티브, 관점, 팩트로만 수렴될 수 없는 역사, 그중에서도 멀고 깊은 시간 속 역사에 관심이 있었다. 둘 다 좋은데 대학에서 무얼 공부하지? 고민하다 문자 그대로 미술과 역사를 합친 미술사라는 학문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미술사를 통해 전시 기획의 세계로 들어왔다. 요즘은 아카이브 기능을 미술사 연구와 기획, 글쓰기를 통해 탐구하고 있다. 최근 기획한 전시로는 《먼 곳의 친구에게: 아프로-동남아시아 연대를 넘어》(아세안문화원, 부산, 2022), 《피프티 사운즈》(갤러리 기체, 서울, 2022), 《아트 리이메진》(Meta 사옥, 서울, 2022) 등이 있으며 현재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 작가소개 : 고영찬 Youngchan Ko
고영찬은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방법론 삼아 제멋대로인 장소들을 재주술화하는 데 관심을 둔다. 장소를 그곳에서 일어난, 일어나는, 일어날 사건을 목도하는 한 명의 목격자로 간주한다. 독학 수사관으로서 특정 장소를 탐사하고 증인들을 탐문하며 주변화된, 잊혀진, 지역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를 발굴해 나간다. 지역신문 잡보란 읽기와 도시 탐험(urban exploration) 활동을 통해 탐사지를 정한다. 현재는 전라남도 목포에 머물며 근미래에 당도할 혹은 계속해서 보류되는 한 섬의 운명을 조사하고 있다. 개인전 《Ex-situ》(플랜비 프로젝트 스페이스, 서울, 2022)를 비롯하여 《GOOD BYE PHOTOGRAPHY》(더 레퍼런스, 서울, 2022), 《기술적 수치》(을지로OF, 서울, 2022), 《Nuit Blanche》(Les Grands Voisins, 파리, 2019) 등 다수의 단체전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고영찬, 티끌 모아, 복합 매체, 30장의 슬라이드 필름과 돋보기, 라이트박스에 인쇄된 사진, 가변 크기, 2022
■ 작가소개 : 김은정 Eunjeong Kim
김은정은 생애 주기마다 발생하는 근심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고 이에 적절한 거리를 지키기 위한 해석의 시도로 그림과 오브제, 짧은 영상, 인쇄물을 선보인다. 올림픽 개막식 ‘비둘기’를 옥탑 작업실에서 만난 비둘기 떼와 겹쳐보며 자신의 ‘쓸모’를 생각한 자료집 책 『난민둘기』(2021), 그림 <연기나는 머리>(2020), <흰 이구룡과 손가락 셋>(2021)은 궁궐의 화를 막아주는 전통 토템인 잡상과 작가의 반려묘가 겹쳐진 형상으로 나타난다. 최근 개인적 고민과 닿아있는 여성 예술가의 삶을 다룬 일화들을 수집하고 있다. 개인전 《매일매일( )》(학고재, 서울, 2022), 《가장 희미한 해》(학고재 디자인 | 프로젝트 스페이스, 서울, 2021), 《홈커밍》(가변크기, 서울, 2019), 《연기나는 사람》(에이라운지, 서울, 2018)을 열었다. 주요 단체전으로는 《작은 모닥불 앞에 둘러앉은 소원들》(카다로그, 서울, 2021), 《아이콘》(학고재, 서울, 2021), 《반짝이는 소란》(오픈스페이스 배, 부산, 2020), 《나의 영토》(의외의조합, 서울, 2017), 《낯선 이웃들》(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서울, 2016)이 있다. 2017년 일현미술관에서 주최한 ‘일현 트래블 그랜트상’을 수상했다.
김은정, 연기나는 머리, 캔버스에 유채, 210x130cm, 2020
■ 작가소개 : 손수민 Soomin Shon
손수민은 우리가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을 조명한다. 누군가 실제 겪은 일이나 직접 한 말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탄탄해 보이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기술 기반의 사회의 균열과 틈을 찾아 살펴본다. 개인의 삶과 제도 사이에서 산발적인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어떻게 공동의 가치로 치환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현재 뉴욕과 서울에 거주하며 기술로 인해 변화하는 소통 방식과 움직임, 이로 인해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우리의 자아와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다. 개인전 《Heavenly Bodies: 일탈하는 몸》(윈드밀, 서울, 2022)과 《감각의 재구성》(인사미술공간, 서울, 2022), 《우먼즈랩탑 선데이》(온라인 컨퍼런스, 2022), 《텅·빈·곳_새 집의 모양》(예술청, 서울, 2021), 《Odds and Ends Art Book Fair》(예일대학교 아트 갤러리, 뉴헤이븐, 2017, 2018) 등 다수의 단체전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손수민, 캐치볼, 2채널 영상, 9분 48초, 2022
■ 작가소개 : 윤희수 Hee Soo Yoon
윤희수는 인공과 자연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발생되는 미세한 현상들에 주목한다. 물리적 현상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을 쫓으며 미세하고 섬세한 것들을 포착하여 시간성에 의해 변화하는 소리와 흔적들을 설치, 조각, 드로잉, 영상 등으로 다양하게 시각화한다. 또한 소리를 찾으러 다니는 행위의 기록을 통해 그 행위를 낯설게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통하여 타인과의 간접적인 관계 맺음을 한다. 이는 소리의 채집뿐만 아니라 소리를 탐구하는 엉뚱한 행위로서 범주화되지 않는 상황들을 연출한다. 현재 특정 소리를 채집하는 조각 <Barnacle unit 1, 따개비 1호기>(2022)를 통해 조각이라는 막이 개입되어 변형된 바닷속 소리를 채집하고 있다. 개인전 《À la recherche du __ caché, 숨은 __를 찾아서》(임시공간, 인천, 2021)를 열었다. 주요 단체전은 《Moving ID》(경기아트센터, 수원, 2022),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오픈스페이스 배, 부산, 2021), 《부산 레지던시 대전(對展)》(F1963, 부산, 2021), 《2021 세계유산축전, 불의 숨길 아트프로젝트》(제주 일대, 2021), 《산양-합정 Sound Project》(예술곶 산양, 제주, 2020), 《2019 바다미술제 – 상심의 바다》(부산 다대포 해수욕장 일대, 2019)가 있다.
윤희수, Drawing as experimenting with deep sea space frequencies,
메탈, 사운드 장치, 모터, 라이트, 650x70cm,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