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사진전 : 자작
○ 전시소개
이만우 사진가의 <자작>전시가 서울 공근혜갤러리에 이어 2022년 10월 18일에서 11월 6일까지 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대구지역에서 활동해온 사진가의 활동 영역 확대를 위해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 석재현 기획자와 이만우 작가와의 협업으로 서울에서 먼저 소개되었다. 또한, 중앙일보와 사진전문 월간지 사진예술 등에서 전시 소개 및 리뷰가 기사화 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어지는 대구 전시를 통해 작가가 10여 년간 자작나무을 통해 느낀 바를 사진예술로 구현한 작품 20여 점과 작업과정을 담은 영상이 함께 전시된다.
이만우 사진작가는 1954년 대전 출생으로 현재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이다. 사업과 사진을 병행하다 2000년대 초부터 사진에 전념하고 있다. 자연과 나무를 주제로 촬영을 이어가던 중 자작나무를 접한 후 그에 집중하여 10여 년간 우리나라를 비롯해 내몽골, 시베리아에서 촬영해 왔으며, 사실적 표현과 함께 빛을 이용한 회화적 표현을 위해 탐구하고 있다. 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자작나무들의 모습과 인간의 삶이 같다는 것을 느꼈다는 이만우 작가는 현재까지도 그들의 존재와 흔적을 따라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 작업노트
그 자리에 있을 때
나무는 생명이 시작한 그 자리에서 성장하고 살아가다 또 죽음이라는 끝을 맞이한다. 누구나 알던 사실이 깨달음으로 다가온 건 5번째 내몽골을 찾았을 때였다. 한파가 찾아온 영하 35도의 설원에서 칼날 같은 바람을 온몸으로 막으며 아이를 보호하고 있는 듯, 애절한 모습의 자작나무 가족과 마주하게 되었다. 서둘러 촬영을 준비하는 순간 검은 구름과 폭풍이 휘몰아쳤고 매서운 눈보라에 더 이상 촬영을 이어 갈 수 없었다. 급히 삼각대를 걷고 철수하며 돌아본 그 자리에는 폭풍을 피하지 못하는 운명의 자작나무 가족이 처연하고 고통스럽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처럼 나무가 된 듯 쌓이는 눈을 고스란히 맞으며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렇게 자작나무 가족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나무라는 존재의 삶과 죽음의 흔적이 아로새겨졌던 바로 그 자리. 나는 그곳에서부터 “그 자리에 있을 때, 마주하는 자작나무의 흔적”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수백 번도 넘게 오간 강원도와 내몽골.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걸음을 멈추게 한 자작나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감동을 나누려 한다.
○ 전시서문
나무가 군락을 이룬 숲들은 계절마다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펼쳐낸다. 봄날 훈풍에 초록이 영글고 녹음이 짙어지다 가을엔 골골마다 단풍이 들어찬다. 그러다 세찬 겨울바람에 잎을 떨구고 나면 겨울나기에 들어가고 사람들의 걸음은 숲에서 멀어진다. 하지만 이렇게 숲이 침잠에 들어갈 무렵, 그제야 제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있으니 바로 자작나무다. 사실 이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 더 바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정호승 시인이 ‘인간의 가장 높은 품위와 겸손의 자세를 가르치는 나무’라 표현했던 자작나무는 헐벗고 추운 계절일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껍질 속의 수분이 적어지면 새하얀 줄기가 더욱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거기에 추운 겨울 눈까지 힘을 보태 준다면 이보다 더 애잔하고 오묘한 풍경이 따로 없다. 이만우 작가 역시 2012년 봄 강원도에서 처음 자작나무를 만났다. 자작나무가 내뿜는 순백의 아름다움에 취해 감전된 듯 그는 오랜 시간 그 자리에 머물렀다고 첫 만남을 회상한다.
이만우 작가는 한국은 물론, 러시아의 시베리아, 그리고 중국 내몽골까지 10여 년간 집중력 있게 자작나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사실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의 추위와 거친 바람을 맞으며 온전히 자작나무에 집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하얀 나무껍질에 새겨진 흔적을 마치 자신이 겪었던 지난 아픔의 상처로 공감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저 촬영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오롯이 자작나무에 투영한 이만우 작가는 자작자작 바람결에 들려오는 이야기를 감성적인 시각으로 포착하고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처럼 펼쳐지는 자연의 변화무쌍함. 그것을 풀뿌리처럼 견뎌내는 자작나무의 온전한 아우라와 울림을 고스란히 담고픈 마음에 다중노출로 포착한 자작나무는 그래서 더 강렬하다.
이만우 작가는 ‘자작나무는 그 자리에 있을 때, 마주하는 자작의 흔적으로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럴까. 기후와 빛의 변화 그리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그의 자작나무 작업은 마치 다른 세상으로 발을 내디딘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세찬 바람에도 하늘 높이 곧게 뻗은 자작나무 숲들은, 그렇게 지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
석재현
신림, 강원도 한국, 2015
삼척, 강원도 한국, 2021
시베리아, 러시아, 2018
시베리아, 러시아, 2017
내몽골, 중국, 2015
내몽골, 중국, 2015
내몽골, 중국, 2015
내몽골, 중국,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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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ing Times
10. 18 – 11. 6
화요일 – 일요일
10:00 – 18:00
입장료 :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