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1972-2022년 내가 나를 그리다
정철교
내가 고등학생 시절이던 1972년부터 올해 2022년 오늘까지 50년 동안 때때로 그려 왔던 자화상 그림들 을 한 곳에 모아 전시를 연다.
자화상을 보면 지나간 시간들 속에서의 그림을 그리던 그때의 감정과 그 당시의 상황, 그 상황 속에서 내가 지었던 표정들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시간이 바뀜에 따라 꽃이 피고 지듯 인생도 이와 같다. 첫 자화상에는 꿈꾸는 소년의 순수함과 치기 어림이 풋풋하게 남아 있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극도로 나빠진 상황 때문에 절망감에 빠져 막연히 죽음까지 생각했을 때는 이목구비가 사라진 채로 캔버스에 남아 있는 얼굴을 마주하기도 하고 30대는 힘들고 거칠게 살아온 모습과 무기력함을 종이 가면의 모습으로 그리기도 했다.
2005년 즈음 그동안 내가 해왔던 여러 작업들 에서 흥미를 잃고 새로운 작업으로 나아가야 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나를 잃어버리는 상황이 왔었다. 그래서 새롭게 작업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캔버스에 나 자신을 그리자’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를 그리는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면서 성실하게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5년 가까이 했다. 거울을 보고 그리기도 하고 객관적으로 나를 보기 위해 사진을 찍어 보다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열중했다. 그 이후 사실적 표현에서 요약하고 단순화된 선과 원색으로 변화되었다. 그릴 때 마다 다양화된 내 모습으로 나타났다. 겹겹이 다른 모습을 하고있는 무수한 얼굴들이 모두 나에게서 나온 것들이다. 이 그림 들을 한 곳에 모아서 바라보면 ‘내 속에는 정말 많은 내가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아프고, 힘들고, 울고, 웃고, 즐겁고, 상처받고, 따뜻하고, 현명하고, 야비하고, 비겁하고, 우울하고, 고독하고, 외롭고, 자신만만하고, 병들고, 건강하고, 인자하고, 후덕하고, 비좁은, 좀스럽고, 나쁜 인간, 학대하는, 위험한, 겁나는, 위로받고 싶은, 숨고 싶은, 돋보이고 싶은, 피하고 싶은, 고함지르고 싶은, 약아빠진, 순수한, 복잡하고, 단순한, 눈이 아픈, 가슴이 아픈, 그리워하는, 약해빠진, 비관하는, 삐뚤어진, 질투하는, 욕망 덩어리, 소인배, 바른 정신을 가진, 모래알 같은, 숲을 그리워하는 등등 자화상을 그리고 보니 세상의 모든 형용사로도 표현이 모자라는 천 겹 만 겹의 내 얼굴이 내 속에 있더라.
나의 자화상은 나의 얼굴을 기념하고 기록하고자 그린 것이 아니다. 한사람 한 작가의 내면을 보고 정체성을 느끼고 그것을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으면 그림 그리는 사람의 최대 성취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나의 일상적인 삶을 그리려 한다.
내가 살고 있는곳 내가 숨 쉬며내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는 풍경 들과 마을사람들과 식물들과 곤충, 새들, 호흡하는 공기, 뉴스,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 등
나의 자화상 그림을 펼쳐 보니 1972년 부터 2022년까지의 수백 장의 거울이 한꺼번에 나를 비추고 있는 것 같다.
정철교 작업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덕골재길 31-6 | 010-8504-4482 | kwo507@naver.com
2009 자화상91.0 x116.8 oil on canvas 정철교
2010 자화상 130.3 x162.2 oil on canvas 정철교
2010자화상91.0 x 116.8[50F] oil on canvas 2010 정철교
2020년의 자화상145.5x112.1 oil&mazic on can vas 2020
기쁨 ; 그의 웃음 53.0x 65.1 mixed midea on canvas 정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