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
소장품 특별전 《신소장품 2021》
오병희(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광주시립미술관은 지난해 구입 11점, 이건희컬렉션 기증 30점, 기증 8점, 유상 기증 3점, 광주국제아트페어 구입 40점 등 총 92점의 작품을 수집하였다. 2021년 미술관이 수집한 신규 소장작품은 향후 연구와 전시를 통해 지역 발전을 위한 지적자산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러한 취지로 광주시립미술관은 2021년 다양한 경로로 수집한 소장품을 시민에게 선보이는 ≪신소장품 2021≫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작품을 수집한 결과를 선보이는 소장품전으로 시민들이 신규 작품 감상을 통해 미술 문화를 향유 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신소장품전은 수집 작품을 미술사와 장르별로 네 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관람객들의 전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전시의 첫 번째 공간은 지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천경자, 조방원, 박행보 등 한국화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 공간은 오지호, 배동신, 양수아 등 남도 서양화의 전통을 따르는 작품과 강용운, 최재창 등 남도 추상미술의 중요한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세 번째 공간의 주제는 ‘세상을 보는 눈’으로 한국과 지역 화단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이종구 등의 민중미술 작품과 조근호, 윤준영, 이정기 등의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주제와 개념의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였다. 네 번째 공간은 사진, 판화 등 매체를 활용한 작품으로 조진호, 노정숙, 박구환 등의 판화, 김영태, 황정후 등의 포스트모더니즘 사진, 김진화, 정승원 등의 현대적 감각의 작품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1992년 개관한 이래 작품 수집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수집 작품을 공개하는 다양한 주제전을 개최하여 한국과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역할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작년 한 해 광주시립미술관의 작품 수집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신규 소장품전으로, 남도를 비롯한 한국미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전시개요
❍ 전 시 명 : 소장품 특별전 <신소장품 2021>
❍ 전시장소 :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3~4전시실
❍ 전시기간 : 2022. 12. 7. ~ 2023. 3. 5.
❍ 작 품 수 : 서양화, 한국화, 조각 등 53점
❍ 주 최 : 광주시립미술관
2021년 신규소장 작가
강용운, 강일호, 강지수, 고정희, 길종갑, 김민재, 김병택, 김봉진, 김세진, 김영일, 김영태, 김재성, 김진화, 김환기, 노은영, 노정숙, 박구환, 박성완, 박수옥, 박영실, 박행보, 배동신, 송수남, 송지윤, 송필용, 신영복, 안재영, 양경모, 양수아, 오지호, 윤준영, 이강하, 이다겸, 이동석, 이명숙, 이부강, 이영실, 이응노, 이정기, 이종구, 이중섭, 임직순, 임현채, 정명돈, 정승원, 조규일, 조근호, 조방원, 조진호, 조현수, 진원장, 천경자, 최만길, 최용석, 최재창, 한갑수, 한부철, 한희원, 허달재, 황정후
□ 전시구성
◯ 전통 회화의 맥(제3전시실)
한국회화에서 남종화는 남도를 중심으로 현대까지 계승 전개된 전통미술이다. 허백련과 제자들은 남도의 풍경과 정서가 가미된 깨끗하고 담백한 정신을 바탕으로 시대 철학을 담은 작품을 그렸다. 1980년대 이후 남도 한국화는 채색화, 추상미술 등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주제의 작품과 형식에 변화를 준 작품을 창작하였다. 서양화 분야에서 남도 화가들은 자연의 생명,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을 창작하였으며, 밝고 맑은 한국적인 색채로 자연에 대한 생명감과 감성을 나타냈다. 그리고 추상미술은 1950년대 후반 자유로운 형식의 앵포르멜에서 시작이 되었다. 1970년대 이후 대학에서 서구 미술에 대해 교육받은 세대가 등장하면서, 추상미술은 다양한 미적 개념과 표현 양식의 작품이 창작되었다.
◯ 세상을 보는 눈(제4전시실)
1990년대 후반 이후, 작가들은 탈 장르와 매체의 확산, 재현과 서사 등을 근간으로 자유로운 재료 사용, 설치, 미디어 등을 활용한 작품을 창작하였다. ‘세상을 보는 눈’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작품으로 구성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은 개념미술의 전통을 따르는 작품, 팝아트 전통을 계승하여 고급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해체한 내용의 작품이다. 그리고 서구 남성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의 희생자인 여성, 민중, 환경, 계급 등 비판적 시각의 작품들로 주변화된 타자, 중심이 아닌 주변에 관한 내용의 작품이다.
□ 작품해석
강용운, 부활 復活, 1957, 목판에 유채 33.3x24.2cm
강용운, <부활(復活)>
강용운은 1950년 이전까지 주로 야수파와 입체파 화풍의 작품, 반추상 작품, 그리고 모더니즘 추상 작품 등 다양한 양식을 실험하였다. 이후 1950년대부터 앵포르멜 회화 작품을 제작하였다. 1950년대 후반 현대작가초대전에 창작 의욕을 드높였으며 이 시기 작품인 <부활>은 굵직한 선과 살아 움직이는 선을 자유롭게 사용한 앵포르멜 작품이다.
배동신, 정물, 1960년대, 종이에 수채 26.5×37.5cm
배동신, <정물>
배동신은 “좋은 그림이란 기법이나 잔재주만 부리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닦고 거기서 우러나오는 감정, 외부에서 오는 정서적 충동에서 그린 그림이어야 한다. 조형을 통해 사물의 본질, 회화의 본질에 도달하려는 그림이 좋은 그림이다.'라고 말하였다. 1960년대 정물화는 나무 쟁반에 사과 혹은 복숭아를 5〜6개를 올려놓고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였다. 배동신은 과일이 썩을 때까지 그리지 않고 바라만 보았으며 그 대상이 영감을 주었을 때 감성을 넣은 대담한 필치로 단순화하여 그렸다. <정물>은 색의 번짐과 겹치는 대담한 채색으로 그린 정물화로 작가가 대상의 본질을 보고 느낀 영감을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이다.
양수아, 무등산, 1950년대 후반, 캔버스에 유채, 44.5×45cm
양수아, <무등산>
양수아는 추상미술 작품을 주로 그리면서 자연에 대한 감동을 표현한 풍경화를 그리기도 하였다. 풍경화는 자연에 대한 감동을 작가의 영감으로 그린 작품이다. <무등산>은 부드럽고 밝은 색채를 사용하고 있으며 광선의 효과에 의한 밝은 색채와 부드러운 봉오리 형태가 조화를 이룬다. <무등산>은 낮은 곳에서 무등산을 올려보는 구도로 전경에는 초가집이 있는 마을과 논이 있으며 그 위로 밝고 맑은 녹색으로 무등산이 나타난다. 무등산의 전경, 중경, 후경은 녹청색의 농도 변화에 따른 원근감이 나타나며 특히 화면 상단의 하늘과 구름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다.
오지호, 만추, 1968, 캔버스에 유채, 97x145cm
오지호, <만추>
오지호는 1970년대부터 여행 중 인상 깊었던 장소를 간단히 사생한 후 작품을 창작하였다. <만추>는 늦은 가을 단풍이 든 어느 골짜기를 그린 작품으로 작가 내면의 감성으로 늦은 가을의 풍경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황토색 땅, 노랑과 갈색으로 물든 늦가을 산의 모습을 작가의 독특한 시각과 감성적인 색채로 그렸다. 원산을 파랑과 짙은 회색의 차가운 색으로 묘사하였으며 전경은 밝은 갈색으로 중경은 짙은 갈색으로 산을 그려 색채 명암의 공기원근법으로 입체감을 나타냈다. 산 중간의 초록 나무와 전면의 풀숲은 갈색의 색채 대조를 통해 가을 산의 정취에 싱그러움을 준다.
이종구, 아버지의 배추, 1988, 포대에 유채, 98×117cm
이종구, <아버지의 배추>
이종구는 농촌경제의 의미를 캔버스를 대신하여 쌀부대 종이나 비닐포대에 작품을 그렸으며, 포장을 위한 부대 위에 농부의 삶과 희망의 상징인 쌀, 배추 등을 그렸다. <아버지의 배추>는 충남 서산 오지리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의 소재가 되는 포대는 중국산 수입포대(맨 위에 글씨 CHIN)로 근심덩어리인 수입농산물에 관한 내용의 작품이다. 포대에 늙은 농부의 초상을 그린 작품으로 고령화한 농촌 현실에서 배추가격이 폭락하여 살기 힘든 농촌 현실을 표현하였다. 고령화한 농촌 현실에서 자식같이 기른 배추를 폐기 처분하는 현실에 대해 암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조방원, 추성(秋聲), 1980년대 초반, 종이에 수묵담채, 126.3×452cm
조방원, <추성>
조방원의 <추성>은 아름다움을 최고조로 올리기 위해 집과 가을 경치를 못나게(拙) 표현한 작품이다. 거친 숲에 둘러쳐진 작은 남루한 집 뒤에 못생긴 검은 나무, 노랗고 빨갛게 물든 가을 나무와 바위를 대담하게 그렸다. 오른쪽의 수묵으로 그린 나지막한 바위들과 초목을 그렸으며 그 앞의 흐르는 냇물은 삶과 인생의 순리를 나타냈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으로 그린 졸하고 추할수록 아름다운 작품이다. 한국적이면서 향토적 느낌을 주며 자연에 동화되어 세상의 속됨을 털어내고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인간 본연의 참모습이다.
천경자, 접시꽃, 1947, 종이에 먹, 채색, 41.7×64.7cm
천경자, <접시꽃>
천경자는 해방 후인 1946년 모교인 전남여고 교사가 되었으며, 이 시기 꽃, 연꽃 등을 전통 동양화기법으로 그렸다. <접시꽃>(1947)은 전남여고 교사 시절에 그린 작품으로 전통 동양화기법의 담담한 채색을 통해 접시꽃의 아름다움을 묘사하였다. 이러한 전통 기법에 기반을 둔 작품을 기반으로 천경자의 화풍은 점차 변화된다. 한국전쟁 시기에 뱀에 심취하였으며 이후 전통 동양화기법에서 벗어나 문학적, 설화적 면을 강조해 여인의 한(恨)과 꿈, 고독을 환상적인 색채의 화풍으로 작품을 창작하였다.
한희원, 2021, 바이올린 켜는 악사, 90x129cm
한희원, <바이올린 켜는 악사>
한희원의 <바이올린 켜는 악사>는 두툼한 마티에르, 거친 필촉, 작가가 즐겨 쓰는 중첩된 초록 바탕과 흰색이 주조색을 이루어 화가이자 시인인 한희원 회화 특징을 잘 보여준다. 2019년 이른 봄 조지아에 도착해 그해 조지아에서 한희원은 보냈다. 이 시기 므트크바리강 다리 위에 서서 저물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벼룩시장 내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매력 넘치는 게오르기 아저씨를 만났다. 이러한 장면을 회상하여 그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