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반사’… 현대미술로 풀어낸 좀비
- 亞전당, 기획전시‘좀비 주의’개최
- 내년 2월까지 ACC 복합전시 3, 4관
- 국내외 11인(팀)참여 좀비 함의 탐구
20세기 초 서구 영화에 등장하기 시작한 좀비가 이제는 21세기 한국 영상 문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오늘날의 괴물’좀비를 동시대의 상징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당장 이강현)이 오는 20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3, 4관에서 2022 ACC 콘텍스트‘좀비 주의(Attention! Zombies)’전시를 개최한다.
총 2부로 이뤄진 ‘좀비 주의’는 서양에서 유래했으나 이제는 시공간을 초월해 거듭 재현되는 좀비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다. 동시대 아시아 문화 연구 주제를 현대미술로 확장하려는 시도 중 하나다.
1부 ‘아시아-좀비 연대기’에선 20세기 초부터 최근까지 매체에 등장한 좀비물을 집대성해 분석한 결과를 연대기로 보여준다. 한국, 아시아, 서구의 대중문화에서 나타난 좀비의 다양한 양상을 한국사와 세계사에 등장했던 주요 사건들과 병치해 좀비의 역사적 맥락의 이해를 돕는다. 좀비가 우리 사회의 변화와 불안, 고유문화를 반영하는 사회적 거울임을 드러낸다.
2부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한국과 일본, 대만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10인(팀), 14점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작품은 좀비라는 상징물을 다각적으로 표현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생사, 욕망, 공포, 혼돈 등을 현대미술로 풀어낸다.
현대무용가 김봉수는 작품 ‘웹 팬데믹’에서 원초적인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좀비의 모습과 미디어의 발달로 윤리적 퇴보를 겪는 오늘날의 현실을 연결 짓는다. 오는 20일 개막식에서 ‘웹 팬데믹’현장 행위예술을 선보인다.
문소현 작가는 좀비의 핵심을 배고픔이라는 단순한 욕망으로 해석한다. 좀비처럼 강렬하고 뚜렷한 방향성을 지닐 수 있다면 더 행복하지 않을지 상상하는 신작 ‘단지 좀비 일뿐’을 만날 수 있다.
박성준 작가는 쌍방향 미디어 행위 예술 ‘프레스 콘퍼런스(뉴 비전) (Press Conference (new version))’로 인간 관념과 실재 사이의 부조리를 탐구한다. 방정아 작가는 ‘핵 좀비들 속에서 살아남기’에서 핵폐기물의 위험과 오염을 경고한다.
여선구 작가의 ‘왕과 신하’는 동양의 신화적 존재와 서구 대중문화 이미지를 중첩해 부조리한 세상을 폭로한다. 유소영 작가는 ‘파티 오브 스위츠(Party of Sweets)’에서 어린이 노동 착취라는 사회적 문제를 초콜릿 분수로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정명우 작가는 ‘너 죽인다’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좀비물의 상투적 이야기 구성을 차용해 남·북한 병사 간에 벌어지는 사건을 2채널 비디오로 소개한다. 대만 작가 촹 치웨이는 ‘다시 태어난 나무 연작: 리본 트리(광주)’작품으로 일본의 꽃꽂이 예술‘이케바나’를 기계장치와 연결, 꼭두각시 움직임을 만들어내 좀비의 존재를 암시한다.
일본 작가 후지이 히카루는 ‘COVID-19 May 2020’으로 감염병 세계적 유행 이후 사람이 없는 빈 공간을 포착, 재난 이후 느끼게 되는‘낯설음’과‘공포’를 극대화한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바이오아트 그룹 비씨엘(BCL)의‘세포 속의 유령-합성심장 박동’에선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일본의 아이돌‘하츠네 미쿠’를 실제 물성화 시키는 과정을 2채널 비디오 작품으로 보여준다.
이번‘좀비주의’전시와 연계해 좀비 전문가들과 함께 좀비를 탐구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시 연계 원탁회의 ‘한국 좀비 연구’가 오는 22일 오후 2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이브러리파크 강의실 2에서 열린다. 전시 참여 작가 강보라가 전시 1부에 선보인 ‘아시아-좀비 연대기’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서사 연구와 영화미술‧게임 전문가의 시선으로 한국 좀비물을 분석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이강현 전당장은 “‘좀비 주의’는 우리가 왜‘좀비’라는 존재에 관심을 두는지 그 사회적, 심리적 이유를 스스로 들여다보게 하는 의미 있는 전시”라며 “많은 관람객이 방문해 시대를 은유하는 좀비의 가치를 재발견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