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22-12-05 ~ 2022-12-30
정병국
053-426-5615
정병국_Tattoo in Scarlet, Acrylic on Canvas, 162x130cm, 2001
2022년 갤러리분도가 기획하는 마지막 전시는 푸른 회화로 한국미술계에 강력한 인상을 남겨온 정병국 작가의 초대전이 열린다. 거대한 스케일의 대담한 화면, 푸른빛의 절제된 색조, 간결한 형태, 기념비적 육체 등 정병국 작가의 특징적인 요소들이 현대 미술에서 독특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 오고 있다. 2012년에 갤러리분도와 봉산문화회관 두 공간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몸> 전시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로 갤러리분도에서 펼쳐질 정병국의 작품들은 여러 전시를 통해 알려진 그림과 다르게 닫혀져 있던 그림을 끄집어낸다. 작가의 다양한 작업세계 중 미처 발표하지 못한 11점을 선별하여 보이는 작업들은 <이미지, 글씨>라는 주제로 갤러리분도 2층과 3층 공간에서 펼쳐진다.
정병국의 회화는 완벽한 묘사라기보다 어느 정도 선까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이미지 재현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그의 그림 그리기에는 미세한 결핍이 존재한다. 관객들은 다른 회화 작품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그의 그림에서 느끼기 힘들어한다. 또한 관객들은 언젠가 본 듯하지만 실제로는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기시감(旣視感, 프랑스어: Déjà vu 데자뷔)을 경험한다. 작가 개인의 지난 기억을 상징하는 푸른 빛 배경과 어울려 그려낸 인물 혹은 사물이 배치되어있는 대상은 아주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지고 오묘한 집중력을 일으킨다. 담담하게 그려진 그의 회화는 인간의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침묵을 만든다.
그는 일상 속에서 작가가 경험했던 일들을 깊은 사유와 되새김을 통해 머릿속에서 언젠가, 어디에선가 마주쳐 지나온 누군가와 사물 또는 배경에 대한 기억을 각각 끄집어내어 재조합해 그림을 그린다. 때문에 그의 그림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해 현실과 비현실 그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데. 이번에는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이미지와 글씨가 만나 화면에 둘의 관계를 맺어줘 새로운 회화를 보여준다. 작가는 인간에게 선과 악이 함께 있듯이 동질성이 없는 물체와 개체를 함께 교차하여 이미지는 이미지대로 글씨는 글씨대로 각자 고유의 형태들이 어우러져 독창적인 화면을 실험하고자 했다.
갤러리분도 3층에 들어서면 두 개의 화폭을 붙인 5m의 대작<Black, Red>작품이 압도적으로 들어온다. 마치 영화 스크린 같은 거대한 화면의 왼편에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이 흑백으로 담담하게 정지되어있는 화폭과 반대로 오른편에 빨간색으로 쓰인 역동적인 서체의 아름다움이 대비적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여러 존재와 그들의 시간이 뒤섞여 익숙하지도 낯설지도 않는 경계에 머물고 있다. 먼지가 흩뿌려진 공간과 시간을 헤치고 나오는 듯한 중년 남성의 굳게 다문 입의 비장한 모습의 이미지와 왼편에 공판화 기법으로 새겨진 <DREAM 1987 JUNG>글씨가 합쳐져 많은 서사를 담고 있는 <DREAM> 작품과 축구공, 여인, 비너스 석고상의 이미지들과 서체가 만나 감각적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들은 우리의 눈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으며, 비현실적인 색깔들로 뒤덮여 있는 상상의 세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높은 천고가 매력적인 2층 공간에 들어서면 정면에 <立春大吉> 커다란 작품을 만난다. 푸르름이 짙은 배경과 검은 실루엣의 초록빛 풀들이 무성한 공간에 앉아있는 중성적 이미지의 인물과 옆에 놓은 과일바구니를 쓱쓱 붓의 자유로운 필치로 그린 것에 대비해 오른편 위쪽에 하얀 바탕 위에 단단한 해서체로 쓰인 입춘대길(立春大吉) 글씨가 관계를 맺어 확고한 의지를 다지게 만든다. 바나나와 장미꽃의 이미지와 교차 된 글씨 등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총 11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이미지와 무관한 글씨의 출현으로 기존의 본인(의) 작품에 나타나는 긴장된 갈등 관계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지와 글씨의 관계를 연결시켜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가 이전에 맛보지 못한 심리적 편안함과 즐거움으로 충만한 일이었다. 그의 뛰어난 시각적 화면은 감상자에 무한한 상상력의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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