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23-02-16 ~ 2023-04-01
맹성규, 민진영, 배지인, 임윤경, 현세진, 황예지
무료
02-6952-0005
태어남과 동시에 소속되는 공동체, 가족은 단순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집단이다. 저마다 다른 가족 이야기가 있고, 어떤 모습이든 각자의 근원이 되는 그곳이 있다. 《K의 이름》은 가족 공동체 안에서 성장한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맹성규, 민진영, 배지인, 임윤경, 현세진, 황예지는 그들 각자가 가진 가족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들은 탈(脫) 가족을 시도하거나 가족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그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며, 다시 가족에게로 파고드는 시도를 이어가기도 한다. 여섯 명의 작가는 현대사회 핵가족의 한 구성원인 K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그의 존재를 확인하고, K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게 될 그의 가족에 관한 숨겨진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기를 권한다.
내가 집으로 돌아왔다. 벌판을 가로질러와 주위를 둘러본다. 내 아버지의 해묵은 뜨락이다. 한가운데 작은 웅덩이. 쓸모없는 낡은 가구 등이 잡동사니로 나뒹굴어 다락방 올라가는 계단으로 난 길을 바꾸어 놓고 있다. 고양이가 난간 위에 도사리고 있다. 언제던가 노느라고 막대기에 매어 놓은 찢어진 수건 하나가 바람결에 펄럭이고 있다. 내가 돌아왔다. 누가 나를 맞아줄 것인가? 누가 부엌문 뒤에서 기다리는가?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저녁 식사 때 마실 커피가 끓고 있다. 그대는 아늑한가, 집에 있는 양 느껴지는가? 모르겠다. 아주 애매하다. 내 아버지의 집이기는 하지만 물건 하나하나가 그 나름의 용무에 골몰하고 있기라도 하듯 냉랭하게 서 있다. 그들의 용무를 나는 더러는 잊었고 더러는 알았던 적이 없다. 내가 그것들에게 무슨 소용이 닿겠는가. 내가 그것들에게 무엇이겠는가. 내 비록 아버지의, 늙은 농부의 아들이라 해도 말이다. 나는 부엌문을 두드릴 엄두도 못 내고 그저 멀리서 귀 기울이고 있다. 그저 멀리서 선 채로 귀 기울이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귀가」 중
(글/주시영, 전시 서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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