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장소 ㅣ LABEL GALLERY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이로26길 31)
전시 일정 ㅣ 2023년 03월 16일 ~ 4월 28일
관람 시간 ㅣ 화 ~ 토요일, 오전10시 ~ 오후6시 (일,월,공휴일 휴무)
참여 작가 ㅣ 전 은 희 (Jeon Eunhee)
전시 개요
서울의 변두리, 오래되고 낡은 건축물의 피부를 수집해서 이를 재현하고 있는 전은희 작가의 개인전 'Haze Lens'가 3월 16일부터 서울 성수동 레이블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소한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 시공간 안에서 존재하고 발생하며 사라져 가고 있는 사물과 풍경을 사실적인 묘사와 두툼한 질료적 마감으로 재현하고 있다. 그것은 통상적으로 대수롭지 않다고 여겨지는 대상들이지만 오랜 시간 작가의 연민 어린 시선에 포착되고 채집되어 하나의 의미로 형상화하는 작업들로 인하여 우리는 그것들을 다시금 눈여겨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시선은 시간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에 그것을 보고 있는 순간에도 실제의 그 장면들은 조용히 그러나 신속하고도 꾸준하게 변화하고 있거나 이미 소멸되었을 수도 있다. 작가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풍경의 흐르는 자취를 강렬하게 건져 올리고 있다.
“모든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과거의 과거도, 현재의 현재도, 그리고 미래의 시간도 다시 과거가 된다. 시간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를 화면에 담고 싶은 생각에 과거의 작업과 현재의 작업에 관해 고민했고, 이번 작업에서 표출된 풍경의 시간 속에 남아있는 사물과 흔적을 또 다른 흔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작가노트 중.
그렇기에 십 년 전에 작가의 작품에 등장했던 초인종과 문패, 작고 낡은 전구나 꽃문양 등 시간에 의해 문질러진 상태이거나 또는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듯 어색하게 단장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모든 것은 애처롭지만 강렬하게 우리의 시선을 붙든다.
전은희의 작업에 대해 박영택 미술 평론가는 “신속히 사라지거나 교체되고 낯선 공간으로 변화되기를 반복하고 있는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전은희가 그리고 있는 대상은 소멸과 사라짐에 대한 향수와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현재에 대한 우울한 반향에 해당한다. 동시에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생애를 다시 복기시켜줌으로써 타자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라 평가했다.
이렇듯 이번 전시는 흐르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며 잊혀져가는 존재들의 이름에 관한 이야기이다.
4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를 통하여 일상의 스치는 풍경 속에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놓치고 있는- 존재들, 시각적으로는 스치고 지나갔지만 무의식 속에 저장되어 있던 풍경들과 조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DOORPLATE2 41x32cm 장지에 채색 2023
작가 노트
사라지는 장면들
Disappearing scenes
전은희 Jeon Eunhee
사라지는 모든 것은 이름이 있다.
1.
길 위의 풍경은 시간만큼 빨리 지나간다. 그래서 온전한 모습을 눈으로 볼 수 없다. 원형 그대로의 풍경은 왜곡되어 흩어지고, 잔상으로 남은 풍경과 사물은 안개처럼 흐려져 그 안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자신의 몸과 그것의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흐려진 형상은 볼 때마다 조용한 침묵과 억지로 잊으라는 강제된 망각으로 가슴에 하얀 응어리를 만든다. 이번 전시는 잊혀져가는 존재들의 이름에 관해, 우리의 무의식이 멈춰버린, 흐르는 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모두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스치는 풍경 속에 의식하지 못하는 존재의 사라짐이 잠식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길을 따라 나는 한참을 걸어 다녔다.
2.
물의 주름에 일그러진 돌처럼 이름은 번지고, 희미해지고, 이제 서서히 사라진다. 공기의 움직임은 느리고, 존재의 기억도 천천히 소멸한다. 2022년 가을, 완전히 사라진 이름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붉은 흙더미 아래로 잠긴 나의 발자취를 보았다. 10년 전 대단한 목적을 가진 움직임은 아니었으나, 흔하고 작은 서사를 발견하려는 나의 행위는 그로부터 몇 년간 이어졌고, 미로 같은 골목골목을 계절을 달리해 산책했다. 찬 공기에 시야가 흐려지기도 하고 비가 내리면 사물 전체가 흔들렸다.
존재 자체가 존재인 사물 – 문패는 숫자로 명명된 집과 함께 사라지고, 그 위를 거대한 덩어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알고 있다. 어떤 존재는 이렇게 소멸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평생 찍은 사진이, 매일 감정에 휘둘려 써 내려갔던 일기장이 어느 순간 불에 타 날아가 버린 것처럼 아픈 마음이 생겼다. 사람들에게는 가끔은 잊지 못할 기억도 있지만 그 기억의 유효기간은 한정적이다. 망각위로 쌓이는 이야기는 다시 망각이 되고 또 다시 이야기는 만들어진다. 망각은 순환한다.
선명했던 것들이 흐릿한 기억으로 덮이고, 현재의 시간은 뿌연 창문 너머로 어두워진다. 필터를 끼고 풍경을 보거나 눈을 작게 뜨고 일부러 흐리게 보려는 시도는 풍경과 사물을 부서지게 한다. 미세한 분자가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지만 그것이 사라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산처럼 거대한 붉은 흙더미 안에 저장된 기억은 아직 살아 있다. 하나씩 꺼내 박제된 형상들의 시간을 그려본다.
모든 시간은 흘러갈 것이고 과거의 과거도, 현재의 현재도, 그리고 미래의 시간도 다시 과거가 된다. 시간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를 화면에 담고 싶은 생각에 과거의 작업과 현재의 작업에서 시간성을 포착한 작업에 관해 고민했고, 이번 작업에서 표현된 풍경의 시간 속에 남아있는 사물과 흔적을 또 다른 흔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3.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자신의 영화<거울>을 개봉하고 사람들의 소중한 것들에 관한 진실을 말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만든 영화가 영화 속 감춰지고 암호화된 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그 의미를 찾으려는 관객들의 시선을 불편해 했다. 나의 작업에 대한 태도와 소재에 관한 이야기도 가끔은 이런 선상에 놓이곤 했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쉽게 이용하고 있다는 말을 나는 마음으로만 흘려듣고 또 떠나보내고 괜찮아져야 했다.
사람들은 개인적인 서사를 통해 만들어진 생각을 바탕으로 숨어 있는 어떤 것을 찾아내는 것이 자신의 정서적, 지적인 사고의 표현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물을, 주변의 풍경을, 그리고 어떤 현장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마치 시각의 기능을 차단하는 간유리를 들여다 보 듯 자신만의 장막을 치고 주변을 평가한다. 기억하지 않으려는 풍경, 기억되지 않는 풍경, 보았으나 보지 못한 풍경, 알고 있지만 방관하거나 생각을 왜곡하는 태도, 이 모든 것이 흐린 유리 너머로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형상처럼, 사람들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스치는 풍경 속에 숨어 있는 어수선한 움직임처럼 선택적인 생각과 일부러 보지 않으려는 어떤 태도들 또한 존중한다. 시각적인 시간의 속도와 빨리 사라지는 풍경, 왜곡되고 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것, 보이는 대로 보이는 사물의 느린 움직임은 여전히 만석동의 오래된 집처럼 변함없는 태도로 곤궁하지 않은 타인들의 삶을 계속 이야기하게 만든다.
바람1 91x72.7cm장지에 채색 2022
오래된집-만석동1 162x227cm 장지에 채색 2023
전 은 희 ( Jeon Eunhee 田 銀 姬/1972 )
2015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동양화전공) 박사 졸업
2010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졸업
1995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개 인 전
2022 F.O (fade out), 아트스페이스 언주라운드, 서울
2021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금호미술관, 서울
2020 입안 가득한 침묵들, 보안여관, 서울
말없는 눈, 합정지구, 서울
2019 관람자들,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2018 보이지 않는 시간, 인디프레스갤러리, 서울
2016 Emptiness-창(窓), 세움아트스페이스, 서울
시간의 경계, 안상철미술관, 경기도 양주
검은 불빛, 태백체험공원기념관, 태백
2015 Empty Nest, 철암탄광역사촌, 태백
사람 없는 사람, 강릉시립미술관, 강릉
2014 DOORPLATE 2 -사라진 이름·살아질 이름, 서울시청 하늘광장갤러리, 서울
2013 DOORPLATE 1 -오래된 집, 인사아트센터, 서울
Palimpsest, 리서울갤러리, 서울
사이 공간, 국립여성사전시관, 서울
2012 변방풍경, 브릿지갤러리, 서울
2011 부재한 공간-소리 없이 흐르는 시간 , 인사아트센터, 서울
2010 산책자의 시선, 갤러리 더케이, 서울
2009 벽·․공간의 기억, 관훈갤러리, 서울
The Written Story, 미술공간 현, 서울
레지던시 :
2019 영은미술관 창작스튜디오 11기 입주작가
2014 OCI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4기 입주작가
수상 :
2022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부문지원 선정작가
2021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부문지원 선정작가
2020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부문지원 선정작가
2019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부문지원 선정작가
2018 제2회 광주화루 최우수상
2018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부문지원 선정작가
2016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부문지원 선정작가
2014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부문지원 선정작가
2014 서울시청 하늘광장 갤러리 전시 선정작가
2013 서울문화재단 시각예술부문지원 선정작가
단 체 전
2022 이미지의 경계 시대와 일상, 한벽원갤러리, 서울
2021 생태, 생태예술과 여성성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2020 영은지기, 기억을 잇다 ,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
하얀 여름, 강릉 아트센터, 강릉
잇-다 나토, 인사아트센터, 서울
2019 <미술이 살고 있는 그 집> 트래블링 코리안 아트, 주일 한국문화원, 도쿄
FEI ART MUSEUM YOKOHAMA, 요코하마, 송좡당대 예술문헌관, 북경
두 겹의 그림자 노동,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2018 윈도우 갤러리 43, 성북문화재단-성북예술창작터, 서울
예술 하라-함께하는 예술보고서, 팔레드서울, 서울
아홉 개의 행장, 강릉시립미술관, 강릉
제2회 광주화루 10인의 작가전, 국립아시아 문화의 전당, 광주
안상철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안상철미술관, 경기도 양주
2017 ‘그 집’ , OCI미술관, 서울
강릉풍경·사람, 강릉아트센터개관 기념전, 강릉
평창+문화를 더하다,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 서울
2016 님과 십장생도, 예술의전당, 서울
별별 동행전, OCI미술관, 서울
2015 CRE8TIVE REPORT, OCI미술관, 서울
서울문화재단-바람난 미술전, 서울시청 시민청, 서울
숲-너를 만나다, 서울숲 커뮤니티전시장갤러리, 서울
2014 일상의 발견, 갤러리 147기획, 서울
서울문화재단-바람난 미술전, 송파구청갤러리, 서울
광화문 국제아트 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서울
A&C Artfestival 2014, 예술의전당, 서울
2013 도시산책-풍경의 시간, 에이원갤러리 기획 2인전, 서울
부산 아트쇼, 부산BEXCO, 부산
2012 광화문 국제아트 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서울
논플루스 울트라 전,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2011 남송 국제 아트쇼, 성남아트센터, 경기도 성남
사랑의손길전, 금천예술공장, 서울
2009 mix&match, 인사아트센터, 서울
2008 ASYAAF, 아시아 대학생 청년작가 미술축제, 서울역사, 서울
당신의 보아뱀 전, KTF 기획초대전, 서울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한국전력, 안상철미술관, 성신여대박물관, KNR시스템(주), 영은미술관
www. eunhee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