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설치미술가 심영철 개인전 ‘Dancing Garden’
일시: 2023년3월31일(금) . 4월 29일(토) / *일요일 휴관
출품: 4개층 각 전시실마다 테마가 담긴 대형설치작품 전시 및 평면작품(렌티큘러 및 부조작품)
장소: 인사동 선화랑 1~4 F 전관
문의: 02-734-0458
선화랑(대표 원혜경)은 설치미술가 심영철의 초대 개인전을 개최한다. 1층부터 4층까지 선화랑 전관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그간 일구어온 40여 년 작품 세계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새로운 작품들로 구성된다.
자연과 환경은 그녀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2002년 ‘환경을 위한 모뉴멘탈 가든’은 그녀에게 자연, 환경 속 인간 존재를 탐구했던 대표적인 예다. 코로나19, 대지진, 전쟁 등 재난이 가시화된 오늘날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환경과의 공생은 인류에게 주요한 화두이자, 그녀의 작업에 있어서 출발점이다. 환경과 인간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했던 ‘일렉트로닉 가든 - 모뉴멘탈 가든 - 시크릿 가든 - 매트릭스 가든 - 블리스플 가든’으로 이어진 작가 심영철의 작업이 이제 ‘댄싱 가든’이라는 이름으로 펼쳐진다.
그녀의 모든 ‘가든’ 연작에서 미적 대상으로 탐구했던 ‘꽃’은 자연의 상징이자 생명성의 표상이다. 이번 개인전에서 그녀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피어오르는 ‘벚꽃’을 주요 테마로 삼아 대규모 신작을 준비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설치 작품들은 복합 채널의 다차원적 조형 작업이자 인터렉티브 아트로서 오랫동안 듀얼 리얼리티(Dual Reality)를 추구해 온 작가의 예술관을 살펴보기에 족하다.
멀티미디어를 한 편의 교향곡처럼 펼쳐 보이면서 치유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설치미술가 심영철의 제58회 개인전 ‘춤추는 정원’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전시구성-4개의 테마]
제1전시실(1F) / 꽃비 정원(Flower-Rain Garden)
꽃비 장원은 벚꽃이 비처럼 흩날리는 영상이 전시장에 전 방위로 투사되는 거대한 인터랙티브 공간이다. 천장에는 자개로 만든 벚꽃이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벚꽃 형상의 거대한 거울 방이 자리한 채 인피니티 이미지를 관객에게 선사한다. 춤추는 꽃비 정원은 모두에게 함께하자고 손짓하면서 희망을 전하지만, 누군가는 환희를 누군가는 처연한 슬픔을 읽는 중이다. 희망은 있다. 현대인에게 에덴동산이란 결코 실낙원이 아니라 지금, 이 땅에 구현할 ‘영원한 낙원’이기 때문이다.
제2전시실(2F) / 흙의 정원(Soil Garden)
흙으로부터 발원한 공간! 흙의 정원은 자연이 자리한 공간이자, 역사적 전통을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해석하는 공간이다. ‘멀티플 스테인리스 스틸 볼’이 드리운 그림자로 한국의 산하를 표현한 작품, 〈그림자 산수(Shadow Sansu)〉가 벽면을 가득 채운다. 전시장 중앙에는 벚꽃이 새겨진 고려청자 형상의 조각 몸체로부터 신비로운 빛이 산란하는 작품, 〈빛의 도자기(Ceramics of Light)〉가 자리한다. 가히 흙이 불을 만나 시간의 흔적을 남긴 역사의 공간이라고 하겠다. 전시장 한쪽에는 작가의 이전 작업들을 실감나는 〈VR 아카이브(VR Archive)〉로 살펴볼 수 있다.
제 3전시실(3F) / 물의 정원(Water Garden)
물이 점유하는 공간! 여기서 물은 모든 것을 살리는 신성한 생명수라는 상징이다. 검은색 물이 채워진 커다란 수조 안에 스테인스 스틸로 만들어진 3개의 꽃이 마치 연꽃처럼 자리한다. 검은 수면에 반영된 꽃 이미지로 인해 물의 정원은 실재와 허상을 서로 만나게 하면서 두 간극을 하나의 덩어리로 품어 안는다. 꽃의 몸체를 빠져나온 여러 색상의 빛이 전시장 주변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물들이는 동안, 간헐적으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제 4전시실(4F) / 하늘 정원(Sky Garden)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늘 정원! 그곳에는 원형의 스테인리스 스틸 판들로 만들어진 한 쌍의 연인이 가느다란 와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서로 입맞춤을 한다. 흙을 빚어 만들었다는 인류 최초의 사람인 아담과 하와일까? 아니면 1년마다 오작교로 서로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일까? 신화, 설화 혹은 현실 속 인간의 사랑은 욕망과 배신, 환희와 비애가 오가는 가슴 먹먹한 무엇이다. 성서의 전언처럼 ‘모든 것을 참고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면서도 모든 것을 견뎌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 면에서 하늘 정원은 인간이 떠났던 하나님과 화해하는 사랑의 공간이기도 하다.
앞서 작품에서 볼 수 있듯 자연요소, 인공요소, 테크놀로지는 작가 심영철의 작품 속에 언제나 혼용되며 메시지를 전하는 코드이다. 자연과 인공, 물질과 데이터,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세계의 변화를 작품을 통해서도 구현해내며 작가의 방법론적, 개념론적인 부분을 시사하고 대변한다.
현대사회가 가속화될수록 점점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시도가 난무한 가운데 인간 또한 비대면속에서 컴퓨터와 마우스 클릭만으로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무엇이 진심이고 진실인지를 판가름하기조차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그것은 때때로 인간의 존재와 근원의 문제 속에서 정체성의 혼돈을 초래하기도 한다. 물론 사회와 생활 곳곳에 녹아 들고 있는 최첨단의 여러 요소들을 잘 활용하고 받아들여 이상적인 삶의 형태와 질을 높이고자하는 것이 당연한 인간의 욕망일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가 망각하지 말아야할 중요한 것들을 늘 염두해 두고 태초에 존재해온 자연과 현재와 미래에 다가오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첨단의 환경이 협력하며 공존해야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전시를 평한 미술평론가 김성호는 심영철의 작품세계를 푸코(M. Foucault)가 언급했던 개념인 ‘헤테로토피아(heterotopies)’를 통해 읽고자 했다. 상상과 이상적인 세계의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가 아닌 현실 속에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현실에서의 유토피아를 말이다.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아름다운 벚꽃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과 교감을 시도하는 듀얼 리얼리티(Dual Reality)를 추구하는 심영철 작가의 예술관이 펼쳐지는 이번 전시로 새로운 시각적, 예술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또 다른 사유의 공간을 선사하고자 한다.
심영철은 토탈미술상(1994), 한국미술작가상(2001,) 석주미술상(2007) 등을 수상하며 미술계내 이름을 알리고 시대를 앞서나간 실험적인 작품과 전시를 개최해왔다. 특히2018년 한국여류조각회 회장직을 맡을 당시 여류조각회의 창립45주년 기념전을 이끌며 전시수익금을 미혼모 돕기 기부 운동에 앞장선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재는 수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로서 후학양성에 열의를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