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꾸밈없어 더 마땅한 / Nature Itself
▪ 기간: 2023. 4. 21 ~ 5. 14
▪ 작가: 유정현, 이이정은, 노현우
▪ 전시장소: 갤러리진선 서울 종로구 삼청로 59번지 2F
▷ 전시소개
봄이 찾아왔다. 살랑살랑 피어나는 새싹들과 꽃잎은 우리 마음에 설렘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겨우내 딱딱했던 것을 유연히 풀어내는 봄처럼 자연은 우리의 단단한 마음을 녹여내는 에너지가 있다. 갤러리 진선은 올해 첫 전시로 3인 기획전< 꾸밈없어 더 마땅한; Nature Itself >을 선보인다. ‘꾸밈없어 더 마땅한’이라는 제목처럼 자연은 본질 그 자체이기 때문에 아름답다. 예측할 수 없으며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 또한 자연의 매력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회화작가 유정현, 이이정은, 노현우가 각자가 경험한 자연의 에너지를 어떻게 독창성 있고 개성 있게 풀어냈는지 이 전시를 통해 볼 수 있다. 3명의 젊은 작가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에 대해 주목해 보자.
유정현 | Discontinuous_15 | acrylic on canvas | 116.8x91cm | 2023
유정현의 회화는 붓질의 속도감, 운동성, 압력과 같은 물리적인 속성들이 가져다주는 긴장감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녀의 회화에서 자연의 형상은 뚜렷한 계기보다는 상당히 자연스러운 등장이다. 계획하지 않고 변화를 도모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은 꽤나 자연의 성질과 닮아 있는데, 우연스럽게 추상적인 것으로 몰두하다 보니 예사스럽게 식물의 형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대상을 묘사하기보다는 그리는 과정 속에서 우연히 발견된 형상에 몰입하다보니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선에서 자연의 형태가 발현되는 것이다. 작가는 캔버스 위 빠른 속도로 그어낸 붓질, 그로 인해 생기는 기포와 얼룩들, 애써 만든 붓질을 닦거나 지우는 방식, 이미 그려낸 형상을 다시 물감으로 덮는 것과 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쉴 새없이 반복한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녀만의 조형적 선택들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면서 필연적인 형상들을 캔버스 위로 품어낸다.
이이정은 | 거기_202217 | oil on canvas | 145.5x112.1cm | 2022
이이정은의 회화는 저마다 자유로이 살아있는 것들을 담아낸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 봄에 피어 올라오는 아지랑이, 시원한 바람에 가지를 늘어트리고 바람에 몸을 맡긴 버드나무라던가 작가가 직접 보고 살갗으로 느낀 자연을 과감하고 시원한 붓 터치로 그려낸다. 이러한 작업의 시작은 버려진 폐광촌이 자연의 끈질긴 소생력으로 치유되는 것에 매료되면서 시작됐다. 자연의 생동감을 표현하기 위해 물성을 끌어 올리면서 회화지만 동시에 입체성을 띤 독자적인 화풍으로 이어졌다. 이번 전시작은 야생성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쌓아올린 물감을 한 꺼풀 벗겨내는 새로운 방식이 더해졌다. 자연은 작가에게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이자 에너지이다. 작가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연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그 응집된 자연의 에너지는 화면을 뚫고 관람자에게 전달된다.
노현우 | No.125_PM0913 12° 25.AUG.2019 | oil on canvas | 145x55cm | 2023
노현우의 풍경회화는 담백하게 고즈넉하고 서정적인 음악이 떠오르는 자연 그대로를 재현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드러난다. 그의 회화는 단순한 풍경 속 한 장면으로 보일 수 있지만 기록 행위이기도 하다. 작품 제목은 화면 속 장소와 방문일자의 정보(시간, 온도, 방문날짜 등)로 이루어진다. 마치 일기를 쓰듯 그 시간을 회상하며 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캔버스에 끄집어 낸다. 작가의 풍경의 시작점은 그의 러시아 유학시절부터로,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들,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보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써 느꼈던 공허함을 자연이 위로해주고 채워주었던 경험의 기록이 풍경작업의 계기가 되었다. 작가의 그림은 그의 기억속으로 관람자를 초대하고자 그가 느꼈던 감정을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해 사실적 표현이라는 수단을 선택했다. 섬세한 그의 표현력 덕분에 평면을 너머 현장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