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또 다른 바다
Alternative Sea for Asia
작가
강홍구, 김승영, 김천일, 김환기, 나카무라 가즈미, 리이훙, 무라이 히로노이, 백남준, 오지호, 우치다 아구리, 웬훼리, 이마즈 게이, 천위룽, 허건, 허백련, 황보하오
작품수
약 30여 점
하나로 이어진 바다가 다중의 아시아를 항해하며
‘아시아의 또 다른 바다’전은 한국에서 남해를 앞에 둔 전남도립미술관이라는 지리적 문화화적 특성에서 ‘아시아’의 예술을 생각하며 출발한다. ‘또 다른’ 바다란 탈이념과 탈경계로 바라보기 위한 것이다. 아시아는 과거 역사적으로 볼 때 지리적이고 정치적인 ‘동양’으로 근대 미술을 이끌어 왔고, 오늘 우리는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의미를 모색한다. 즉 서양을 상대화하며 제조된 ‘동양’을 과거로 매장시키고, 초국가(transnational)적인 ‘아시아’로서 하나가 아닌 다중의 다른 류로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공유해보고자 한다. 이에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관습을 통해 동시대의 관점에서 다중적인 현상이 시공을 초월할 수 있는 '바다'로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반도 남단에서 시작한 한국의 예술가들을 통해 남태평양으로 항해하며 대만의 예술가를 만나고, 또 동쪽으로 나아가 일본의 예술가들과도 대화하면서 심오한 바닷속의 다중적인 의미를 기록한다.
먼저, ‘파(波), 바다의 파동’은 바다가 일으킨 소리에서 추출된 음역을 시각 영역으로 보여준 음악과 인터미디어 예술의 역사적 의미에서 백남준과 천위룽의 창작 세계를 만나볼 것이다. 다음으로 ‘몽(夢), 바다와 꿈’에서는 남도의 예술가로 뿌리 깊은 애향 의식과 미래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꿈을 키워준 오지호의 예술적 의미와 함께 인간과 문명을 비판적 시각으로 다룬 강홍구, 바다 위 프로젝트를 통해 만남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 김승영과 무라이 히로노리의 작품을 소개한다. 그리고 서양에 대응한 일본 작가 우치다 아구리의 회화 세계에서 또 다른 꿈이 강으로 흘러 바다로 이르는 미술을 생각한다. ‘초(超), 바다 넘어’ 에서는 남도의 전통에서 허백련과 허건으로 이어지는 산수화의 뿌리를 오늘날 김천일의 수묵으로 재고한다. 이와 함께 대만 수묵화의 거장 리이홍과 차세대 웬훼리의 작품으로 전통 산수의 재해석 세계를 읽게 된다. 아울러 식민지 역사가 글로벌 세계에서 재현되는 ‘바다 넘어’의 현실을 인류의 이상으로 역설하는 이마즈 게이의 작품을 통해 과거 역사와 연결된 오늘의 이미지를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우주적 회화 공간을 보여준 김환기의 작품에서 ‘경(境), 바다와 경계’를 생각하며 상징적 체계 방식으로 작업해온 나카무라 가즈미와 깊은 바닷속 세계에서 선명한 이미지를 기록하듯 작업해온 황보하오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관람객은 이상과 허구가 아닌 사실을 그려내는 사경(寫境)의 창조적 세계관을 읽을 수 있으며, 이는 사실적 경계를 초월하는 공간으로 드러난다.
이로써 우리는 불확정한 미래를 생각하며 남도의 남해와 이어진 아시아의 동·서·남양으로 향하며 서양과 동양, 어제와 오늘의 바다를 돌이켜 본다. 따라서 본 전시는 ‘아시아’가 중력으로 작용해 올 때 ‘또 다른 바다’(Alternative Sea)의 다면적이고 다중적인 의미는 커질 것이며 이는 곧 동시대로 향해 대양을 건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승영, 무라이 히로노이, 바다 위의 소풍, 2002~2023, 혼합재료, 가변크기
김환기, 14-XI-69 #137, 1969, 캔버스에 유채, 152x89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리이훙, 티아오스 해안, 2022, 종이에 수묵담채, 180x540cm
이마즈 게이, 살아남다, 캔버스에 유채 · 비닐에 디지털 프린트, 2019, 292×388cm(canvas), 1,100×295cm(2sheet),
우에시마 컬렉션 소장
천위룽, 남해, 2023, 3채널 비디오, 서라운드 사운드 루프 11'30”, 공간에 따른 가변 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