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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리나 개인전: 아모르, 아모르 Amor, Am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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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리나 개인전

<아모르, 아모르 Amor, Amor>



2023. 5. 31.(수) - 6. 19.(월)

토포하우스 제2전시실


기획의 글

최초 <아모르, 아모르>의 전시 의도는 단순했다. 작품을 실견하고 작가와 대화를 가져 그 작품의 본질에 접근하는 과정 중에 의외의 주제와 맞부닥쳤다. 이미 언어 자체가 이데올로기가 되는 ‘혼자 사는 여성’은 사회적 시선에 대한 걱정, 누군가 집에 침입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있다. 그 여성 작가가 영화라는 대중 매체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하였고,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져 있다면 당사자가 겪는 시선과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는 1년여 전 강리나 작가의 전시장에서 미술 글을 위한 인터뷰를 하였다. 영화의 스틸 컷 속 여성 인물 이미지는 실체가 아닌 관객의 욕망을 투사한 상상의 산물일 수 있다는걸 깨달았다. 필자는 강리나 주연의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아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없었다. 사회적으로 공유되었던 그 시대 보통 남성의 잣대로 대상화된 통속의 시선을 갖지 않은 것이다. 이름에서 오는 막연한 뉘앙스만이 있었다. 여성의 인물 이미지를 대상화해 욕망대로 바라보는 시선은 성적으로, 이데올로기로 작동해 한때의 유명 여배우를 짓누른다.


강리나 작가에게 물리학 공식의 관심에서 시작된 미사일, 같이 생활하게 된 반려견은 홀로 사는 작가의 수호자이자 상징이 되었다. 강리나는 1990년대 ‘한국의 마를린 먼로’로 불리었다. 소위 ‘문민정부’가 출범하게 된 사회 변화의 흐름에 영화는 텔레비전보다 여전히 우위의 매체로 자리 잡고 있었다. 강리나는 앞선 군사정권을 풍자하는 정치 소재 영화 몇 편을 경험하면서 알지못할 두려움에 둘러싸였다. 시나리오의 희생양이 된 비극적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였다.


미술계로 돌아왔으나 볼륨이 컸던 영화의 주연 배우에서 작가로의 변화는 가족 구성원 사이에 맺어졌던 의존, 소비행태 등의 관습과 부조화를 이루었다. 20여년 전 소위 ‘영화판’에서 보호자였던 오빠의 심근경색 수술은 강리나 작가가 ‘하트’를 작품의 주제로 삼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생명에 대한 성찰을 주는 소재가 되었다. 

     


평론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꿈속에서 본인이 주체가 된 어떤 행위(를 했다는 믿음)는 현실에서의 도덕률과 충돌한다. 이러한 몽상, 이불을 걷어내고 거리로 나가 돌아다니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잠자는 듯한 의식인지 무의식인지 모를 야릇한 경험이 반복되면 생존 본능이 꿈틀거린다. ‘이대로는 제 명대로 살지 못하겠구나’하는 생각,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종교에 귀의하거나 몰입할 수 있는 예술적 행위를 하는 게 생존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글로벌 아이콘이 된 마를린먼로 도상(圖像)과 낙서로 표현되는 숫자에 대한 작가의 관념은 이중적이다. 작가는 한 때 물리학의 각종 이론을 풀어놓은 다양한 버전의 해제집을 부적처럼 갖고 다녔다. 핵을 만드는 공식, 숫자의 조합이 자신에게 힘을 준다는 믿음 때문이기도 했다.


오래전 유명 영화배우의 지위에서 내려왔고 미혼의 여성으로 가족들과도 떨어져 살아왔다. 자신은 알지 못하지만, 자신을 알 수도 있는 불특정 다수의 시선 속에 내던져진 삶은 결코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수년 전부터 작품의 도상(圖像)이었던 미사일이 자신을 물리적으로 보호하는 구체적인 힘과 능력을 가진 사물로 인식된 이유이다.


작품 속 또 다른 도상인 영화 카메라 아리(ARRI)는 필름 시대 배우였던 작가에게는 지금도 여전히 자신을 비추는 시선이며, 자기 자신과 동일시된다.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첫 대표작으로 꼽히는 어머니의 집(Vanna Venturi House·필라델피아·1959~1964)은 2층의 지붕 벽에서 갑자기 멈춰버린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계단이 있고, 벽난로를 끼고 올라가는 또 다른 계단은 중간에서 폭이 반으로 줄어든다. 무조건 계단의 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는 파충류 도마뱀은 작가 자신이다.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곳에 도달하거나 머물 공간이 없어도 더 높은 곳의 창문을 보고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자유롭기를 기원한다. 실천하는 동사형 삶이 예술가가 추구하는 길이다.

<심정택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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