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거룩한 불국토
김세원, 박근재, 배중선, 백종하, 변명환, 윤길중, 이순희, 이호섭
2023. 05. 23 – 07. 02
■ 전 시 소 개
○ 개요
참여작가 : 김세원, 박근재, 배중선, 백종하, 변명환, 윤길중, 이순희, 이호섭
전시제목 : 경주 남산, 거룩한 불국토
전시일정 : 2023년 5월 23일 - 7월 2일
전시장소 :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대구 남구 이천로 139, 5층)
부대행사 : 경주 남산을 듣다(게스트-칠불암 예진스님)
2023년 5월 28일 일요일 오후 3시
아트스페이스 루모스는 오는 5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경주 남산을 기록한 8명의 사진작가와 함께 <경주 남산, 거룩한 불국토> 사진전을 선보인다.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 <삼국유사>가 전하는 경주 남산으로 절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들이 기러기 떼처럼 줄지어 있다는 뜻이다. 이렇듯 남산은 천년 신라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석가모니 부처가 머문다는 전설이 살아 숨 쉬는 산으로 경주를 대표하는 영산(靈山)이다.
남산은 높이가 약 500m로 야트막한 산이지만, 북쪽 금오봉과 남쪽 고위산에 이르는 8㎞ 산자락엔 왕릉 13기, 산성 4곳, 절터 150곳, 불상 130구, 탑 100여 기 등 700여 점에 이르는 문화재 유적이 흩어져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이를 가리켜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했고, 누군가는 ‘신라 문화의 보고’라 했다.
<경주 남산, 거룩한 불국토> 전시는 남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천년 신라의 역사, 신라 사람들이 자연 속에 구현한 불교적 이상향을 더불어 푸르른 남산의 자연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전시로 김세원, 박근재, 배중선, 백종하, 변명환, 윤길중, 이순희, 이호섭 등 8명의 작가가 각자의 개성과 시선으로 담아낸 남산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5월 28일 일요일 오후 3시부터 경주 남산에 위치한 칠불암의 예진스님을 모시고 경주 남산에 대한 역사 등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행사 또한 예정되어 있다.
○ 경주남산
경주 남산은 동서 4킬로미터, 남북 8킬로미터에 걸쳐 길게 뻗어 있고 신라 건국 이래의 역사가 집중된 곳이다. 박혁거세의 출생터인 나정에서 시작해 최초의 궁성터인 창림사지가 펼쳐지고 신라의 풍류와 함께 말기의 비극이 벌어진 포석정이 있다.
박혁거세의 무덤인 오릉 또한 남산 범주에 들어가는 구역에 있고 건국 초기 6부 촌장이 제사 지내던 양산재가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남산에는 청동기시대 지석표 부터 신라·고려·조선시대를 망라하는 유적지가 발굴된다.
더 특별한 것은 남산은 완전 바위산, 대부분 질 좋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수없이 많은 불교 유적을 품고 있다. 무려 694개소 이르는 불상과 탑이 있다. 불상은 쓰러지고 깨지고 흔적만 있는 것까지 100여 기 정도가 확인됐다. 천수백 년을 지나는 동안 비바람 풍상 속에 남산 굳은 화강암이 돌부처나 탑 등은 지금 아니었으면 이만큼 못 버텼을 것이라고 한다. 사암·석회암·안산암·열암은 무르고 조각도 화강암보다 수월하다. 절터만 150군데나 된다. 이렇게 불교 유적이 가득 찬 경주 남산을 ‘거룩한 불국토’라고 부른다.
남산의 불교 유적은 국가적으로 기획되거나 권력자가 개입하여 움직여 갔다기보다는 민간예술가들이 신분 계층을 뛰어넘어 자기 의지로 종교적 심성을 위로하고 예술로 표현한 열정의 장소로 느껴진다.
동양미술사학자 존 코벨은 ‘산골짜기의 돌부처를 찾아 들어가 보는 것은 한국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 같다’고 표현했었다.
신라 시대에 번성했을 남산 불교조각은 이 시대 불교 유적을 한자리에서 망라해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유적이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못 보던 유적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 김유경·이순희의 경주산책 중
■ 참 여 작 가
○ 김세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Long Island University 대학원 졸업
개인전 39회
단체전 400여회
현재 울산대학교 미술학부 교수
으아! 경주 남산엔 보물 천지
내가 경주남산을 처음 오른 것이 1995년도이니 어언 30년이 되어간다. 1991년 울산대학교에 부임하면서 울산에서 만난 사람들과 의기투합하여 경주남산을 찾게 된 것인데 그 단체 이름이 ‘늑대산악회’요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음력 보름날, 달이 뜨는 야간에 꼭 경주 남산만 오르는 것이었다.
처음 한두 해는 산행대장을 졸졸 따라다니기 바빴다. 초보 산꾼이 랜턴 하나에 의지하여 골짜기를 걷기가 쉽지 않았으며 더욱이 랜턴으로 비춰진 불탑과 불상들은 좀처럼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골짜기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고고한 불교유적들, 어두운 밤에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방법이겠으나 무엇보다도 낮에 접근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온 산을 돌아다니게 되었다. 이렇게 발품을 팔아 남산의 속살을 만져보고 정체성을 카메라로 기록하면서 사진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남산은 해발 500m도 되지 않는 낮은 산이지만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깊이의 산이다. 신라인들은 불국정토를 만들기 위해 수십 개 골짜기 곳곳에 마애불과 불상 그리고 불탑을 조성하였다. 이 부처님 땅을 우리는 노천 박물관이라 부르고 귀한 보물들을 만나면 환호성을 지른다. 정말 매력적인 산이 아닐 수 없다. 이 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이 산에서 셔터를 누를 수 있다니 행복하다.
30여 년 전 사회초년병 시절, 멋모르고 따라붙은 야간산행은 나를 경주남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윤경렬선생의 남산책을 옆구리에 끼고 유물유적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던 그런 시간이 있었지만 그런 열정은 이제 무릅 통증과 함께 점점 멀어져만 간다. 늑대산악회의 경주남산 야간산행도 20여 년간 이어지다 국립공원 야간산행금지로 인하여 결국 멈추고 말았지만 늑대처럼 몰려다니던 그 때가 그리워진다.
○ 박근재
2001 경주 남산 통도사 성보 박물관 초대전
2005 영남대학 조형대학원 사진에술 전공 졸업
2006 강원 다큐멘터리 사진상
2018 경주남산 사진으로 읽다 출간
원형 그 본성의 세계
만다라는 인간이 달과 태양을 숭배하던 원시시대부터 이
어져 온 절대의 상징으로서 근원과 본질에 닿고자 하는 어떤
정신적 표상이었다. 고대 선사시대의 암벽화에서도 나타나는
둥근 원은 초자연적인 상징으로서 원형이었다. 그 원의 중심에
점을 찍거나 새겨 정신을 이입시켰다. 해와 달이 그러하듯
나를 중심으로 둘러진 세상과 그 세상의 중심에 선 자신에게로
향한 내적 초점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 배중선
경주에서 출생하여 타지에서 생활하다 다시 고향 경주에 돌아와 산과 들을 벗하며 살아가고 있다. 생활이 허락하면 경주의 옛 절터를 다니며 문화유산을 만나고 그를 통하여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바르게 보고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외대 행정학과 졸업
㈜더안 대표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것, 좀 더 확대하여 우주라는 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에서 나의 사유는 시작되는데 살아온 환경이나 교육으로 인해 가지게 되는 선택적인 편견으로 그것은 그것이다 라는 나름의 잣대를 만들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오류가 발생한다. 특히나 그것은 가장 자극적인 시각적인 부분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데, 그로 인한 반목과 갈등은 굳이 지난 역사를 돌아보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주변에서 쉬이 목격할 수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문득 경주 남산이라는 공간을 바라보게 된다. 신라불교문화의 보고 혹은 노천 박물관이라고 이야기되는 곳에 존재하는 자연과 함께 자리한 문화유산 또한 누군가의 바램과 기원으로 바위에서 부처나 석탑의 형상으로 바뀌어 한때 신앙의 대상이었던 절대적 존재임에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또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니 불상과 석탑 조차도 그저 한때 존재하는 인간에 의해 의미가 부여된 지극히 인간중심적 시각의 산물인 것이다. 사람들은 성인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바, 금강경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라는 사구게를 빌려보게 되는데, 형상을 형상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곧 진실을 보게 된다는 석가의 말씀처럼 지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그저 상으로 존재하는 것일 뿐 영원히 그 모습을 가질 수는 없으니, 시간의 흐름으로 이것은 저것이, 저것은 이것이 되는 인연 법칙에 따른 흐름의 과정 중 존재하는 모습일 뿐이다. 형상이 다르나 나와 남이 그리고 우리네 사는 공간의 어느 것 하나 나와 다른 것이 없다. 남산을 찾아 불상과 석탑을 찾아본다. 그리고 주위를 돌아본다. 그 공간을 채우는 모든 것이 불상과 석탑과 다른 것은 없다. 이곳을 찾은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니.
○ 백종하
63년생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10회, 단체전 다수
단행본 산중일기 외 십여 권, 각종 출판물 작업
신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주는
새벽도 좋고, 가을도 좋고, 비가와도 좋다.
혼자도 좋고 함께해도 좋다.
늘 좋은 곳이다.
서울 사는 어느 사진가는 경주에 눈 오는 모습을 촬영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도 아니고, 오더라도 또 빨리 녹아버려 몇 번이나 허탕을 쳤다는 글을 오래전에 읽었다.
눈이 귀한 경주이지만 십년 또는 몇 년에 한번쯤은
양동마을 초가와 기와 위로 그 지붕두께보다 더 많은 눈이 쌓여 있었고,
토함산 너머 장항리탑으로 가기위해서는 무릎까지 오는 눈을 헤쳐야 했고,
언제 가도 부드러운 선이 좋은 진평왕릉 눈밭에서 땀을 뻘뻘 흘렸고,
앞도 잘 안보일 만큼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황둔사지의 무너진 탑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즐겁고 신나게 놀았던 기억과 추억의 흔적으로 사진이 남았다.
○ 변명환
대구에서 자랐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경주 서라벌대학교 사진과 교수로 재직했다.
사진집 ‘다시올라가 본 경주남산’(눈빛)이 있으며
지금은 생계를 위한 노동과 사진창작을 하고 있다.
나는 실존(實存)의 문제를 작업의 화두로 삼고 있으며 사유하고 체화하는 곳이 경주남산이다.
남산의 석불과 석탑 등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조성한 것인데 이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면과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단단한 성품이 작용하였을 것이다. 남산 봉우리에 우뚝 선 탑과 석불 등을 바라보면 저절로 경외심이 일어난다.
눈에 보이는 세계는 고정된 실체라 오랫동안 배웠기에 형상 표현에 중점을 둔 작업들을 해왔으나 천년 변화를 품고 있는 남산에서 문화재만의 재현 방식은 관습적 편견이라 생각되었다.
이 작업은 남산의 속살을 보고자 한 나의 의식의 지향이다.
단단한 바위는 갈라지고 탑은 무너졌다. 석불대좌는 어둠의 흙속에서 다시 빛을 만나고 덤불은 생멸을 반복한다. 한편에는 쓰러진 불상과 탑을 세우고 땅속에서 파편을 찾아낸다. 아이러니다.
나에게 남산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이치를 깨쳐준 큰 법당이었고, 실존은 묘용(妙用)의 조건 작용으로 드러남을 배운 곳이다.
대상을 지향하는 의식은 물질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기에 경주남산 만상(萬象)에서 사유를 개념화한‘무상’은 의미가 있다.
○ 윤길중
개인전
2023 사화목석, 영담한지미술관, 청도
2021 자연의 반격,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구
2021 SeeSaw, 스페이스22, 서울
2021 자연의 반격, 부다페스트사진축제, 주헝가리한국문화원, 헝가리그룹전
2021 SeaSaw, Head-On Photo Festival, 시드니, 호주
2021 SeeSaw,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2020 자연의 반격, 부산국제사진제, 부산
2019 Still Lives, 브뤼셀사진축제, Hangar Art Center, 벨기에
2019 INTERSECT, FotoFest, 휴스턴, 미국출판
2019 Human Desire, AKAAKA&LUMOS, 일본
2018 큰법당, 류가헌
전국 도처에 있는 석불과 마애불들을 찾아다녔는데, 경주 남산은 좀 특별한 곳이었다. 큰 산에 불상이 하나 내지 두 개 정도 있는 게 일반적인데, 경주 남산 곳곳에는 수많은 석불들이 자리를 하고 있어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만했다. 남산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불상들은 대부분 미륵불들인데, 현세불인 석가모니부처로부터 미처 구원받지 못했다고 믿는 중생들이 미래에 자신들을 구원해줄 미륵불들을 돌에 새겨놓고 기원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석가모니부처가 정형화되어 있는 반면 자신들만의 부처를 새긴 미륵불은 그 표정들이 다양하다. 나는 그 석불들의 표정에 스며있는 간절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 이순희
경주 태생으로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박사과정 중이다. 한국문화재재단, 경부문화재단, 울산박물관 등과 협업하여 주로 경주지역 발굴유물을 촬영하고 있다. 2017년 계림 숲을 다룬 사진집 『정령의 숲』과 2022년 경주지역 문화유적지를 소개하는 『경주산책』 사진을 담당하였다.
경주남산
어릴 적 남산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던 나에게 남산은 두려운 존재였다. 무수히 흩어져 있는 절터와 불상은 눈에 보이지 않고 아득한 숲만 보였다. 십수 년이 지나 다시 찾은 남산은 성지로 다가왔다. 남산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이며, 어려운 존재이다. 어느 날 이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줄지 설레이며 기다린다.
○ 이호섭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발표한 작품으로는 『부처의 땅, 남산』, 『산려소요』 등이 있다.
신라인은 부처의 영(靈)이 하늘에서 내려와 바위에 깃든다고 믿었다. 그들의 건국 신화가 전해오는 남산의 바위에 부처를 새기며 불국토를 꿈꾼 건 이러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남산의 적막한 숲속에는 비바람에 깎이고 세월에 마모된 탑과 불상이 바위인 듯 부처인 듯 무심히 서 있다.
-
◎ Opening Times
5. 23 – 7. 2
화요일 – 일요일
10:00 – 18:00
입장료 : 무료
◎ Talk Show
5. 28. pm 3:00
매주 월요일 휴관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로 139, GEO SPACE 5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