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건의 풍경 《촌村》
초헌(草軒) 장두건은 1918년 포항 흥해 초곡리 출생으로 포항미술의 초석이자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2009년 포항시립미술관 개관을 기념하며 장두건 화백은 작품 50여 점을 기증하였고, 미술관은 화백의 나눔의 정신을 기리고자 그의 호를 따서 ‘초헌 장두건관’을 마련하였다. 이후 화백의 예술세계를 널리 공유하고자 포항시립미술관은 지속해서 작품을 전시해오고 있다.
초헌 장두건관에서 선보이는 전시 《촌村》은 장두건 화백의 풍경화를 중심으로 소박한 삶의 정취가 배어 있는 농촌 풍경을 조망한다. 장두건 화백은 시선을 사로잡는 장관보다는 정겨운 우리 삶과 예사로운 자연을 그렸다. 그래서 화백의 풍경화로는 한국적 정취가 담긴 농촌의 삶이나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산하가 주류를 이룬다. 특히 작품에서 색채와 형태감을 중요시했던 화백은 오로지 자연광에서만 그림을 그렸고, 자연과 호흡하며 자신만의 화법(畫法)을 구축해나갔다.
장두건 화백은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한국화의 부감법을 즐겨 사용했으며, 근경과 원경의 대비나 소재를 겹쳐 담아내는 방식으로 화면의 공간감을 확보했다. 풍경화의 경우, 가로수나 열어 놓은 농가의 문을 통해 공간 너머의 광경을 보여주었고, 소재의 크기 차이로 화면의 삼차원적 깊이감을 더했다. 이 같은 작가의 공간은 색을 담기 위한 구조에 가까웠으며, 거기에는 자연의 빛으로 그려낸 서정적인 향기가 가득하다.
어린 장두건이 화가의 길에 들어설 때 영향을 끼쳤던 것은 밀레의 전기였다. 반복해서 읽은 밀레의 삶 그리고 그가 자라면서 마주했던 농촌을 자연스럽게 중첩하며 주변 환경을 자신의 예술로 맞이했다. 그래서인지 화백의 풍경화 주제는 대부분 어릴 적 고향에서 흔히 보았던 친근한 대상들로 꽃과 나무, 산과 들녘, 마당의 닭과 같은 소재들이다. 거기에서는 그가 유년 시절 흥해에서 보통학교에 가기 위해 한 시간씩 걸어 다니면서 누볐던 산과 들, 바람과 공기의 정취도 짙게 묻어난다. 온몸과 온 마음으로 채운 시간, 그 위에 쌓인 화백의 삶에서 피어난 예술의 감흥을 이번 장두건의 《촌村》에서 느껴보길 바란다.
장두건_5월의 천변의 수답_2003_65x91_캔버스에 유채
장두건_개나리 피고 있는 시골_1998_45.5x53_캔버스에 유채
장두건_농가 조춘의 어느날_1999_145.5x97_캔버스에 유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