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에서 사과까지
From Eggs to Apples
■ 전시 개요
전 시 명 계란에서 사과까지 From Eggs to Apples
참 여 자 설고은, 양현모, 정현두, 최일준(작가) / 김진주(기획 협력)
전시기간 2023. 7. 19 (수) – 8. 30 (수)
오프닝 리셉션 2023. 7. 19 (수), 오후 6~8시
전시내용 회화 작품 117점 내외
관람안내
- 장 소 : 신한갤러리
(서울시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신관 B1 신한아트홀 內)
- 관람시간 : 화~토 10:30~18:30 (일, 월 및 공휴일 휴관)
- 관 람 료 : 무료
■ 신한갤러리 : 설립취지
신한갤러리는 국내 미술 저변을 확대하고 대중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고자 신한은행이 설립한 비영리 전시공간으로 1997년 광화문에 이어 2011년 역삼 오픈 이후 2020년 통합되어 역삼에서 전시를 지속해오고 있다. ‘Shinhan Young Artist Festa’라는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공모를 통해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다양한 기획전 또한 꾸준히 개최함으로써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경계 없는 예술을 지향하는 본 기관 취지에 맞춰 2018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구 잠실창작스튜디오)와 협약, 입주작가 대상으로 기획전을 개최하는 등 대중과 소통하며 사회공헌적 문화 공간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 신한갤러리 : Shinhan Young Artist Festa
신한갤러리의 대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신진작가 공모전 ‘Shinhan Young Artist Festa’는 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아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2003년 신한갤러리 광화문에서 시작된 신진작가 공모전은 2009년부터 ‘Shinhan Young Artist Festa’라는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되어 신한갤러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Shinhan Young Artist Festa’는 주제나 형식, 표현기법 면에서 서로 연관되는 2인 이상의 참신한 작가 그룹이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공모전에서 선정된 작가들에게는 전시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전시진행과 관련한 제반 비용을 지원한다.
■ 《계란에서 사과까지 From Eggs to Apples》 展
신한갤러리는 2023년 7월 19일부터 8월 30일까지 ‘2023 Shinhan Young Artist Festa’ 그룹 공모전에 선정된 설고은, 양현모, 정현두, 최일준의 《계란에서 사과까지(From Eggs to Apples)》를 개최한다. 네 화가의 그림은 추상회화 개념이 지닌 함의를 빌린다. 뚜렷한 형상이 강조된 화면은 반드시 구상의 열망에만 근거해 구현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추상화된 표현의 이면에는 사물이나 풍경 등 형상에 관한 탐구가 부재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사실, 추상으로 점철된 회화는 특정 개념의 경계를 나눈 논쟁의 결과이거나 결과로서의 화면으로만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기의 과정 속 무한히 변화해 나가는 추상적 상상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는 ’추상회화’ 용어에 내재된 함의, 즉 회화라는 시작, 추상이라는 끝맺음을 공유할 때 그 사이에서 화가가 동원하게 되는 과정의 변별에 주목해 회화가 추상으로 규정되어 가는 방식을 살펴본다.
네 화가는 추상회화라는 명확히 규정된 개념에서 작업을 시작하기보다 그림이라는 하나의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추상에 가까운 상상들을 동원한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그림으로 이끌어 내고자 각자의 방편―팔의 움직임(정현두), 시지각의 작용(양현모), 디지털 툴(설고은), 화학 작용(최일준)―을 사용한다. 정현두는 회화적 경험, 미술사적 지식, 일상의 경험 등 다양한 곳에서 참조하며 떠올린 이미지에서 출발해, 그것이 화면에 옮겨지며 자신의 신체를 통해 흔적이나 또 다른 형상으로 변주되는 모습을 탐구한다. 양현모는 시지각의 세밀한 작용에 천착하여 흐릿함과 뚜렷함이라는 상반된 감각을 오가는 이미지의 상태를 실험한다. 설고은은 인터넷에서의 경험과 현실에서의 경험 간 동질성을 감각하고, 디지털 툴을 활용해 감각의 결정체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최일준은 실재를 둘러싸고 왜곡과 착각이 일어나는 현상에 몰두해 이항의 개념 사이에 지어진 경계의 질서에 의문을 던진다.
‘계란에서 사과까지’는 과거 로마를 비롯한 유럽 도시의 식사 문화에서 통용되던 관습을 담은 구문이다. 당시 연회를 열 때면 전채 요리는 계란으로, 후식은 사과로 만들던 문화가 있었다. 단순한 식재료의 이름과 조사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이 구문은 지역을 막론하고 처음과 마지막을 차지한 계란과 사과의 보편적인 역할을 명시한다. 동시에 그 사이에 내어진, 이 구문에서는 지워진 서로 다른 도시의 수많은 음식의 자리를 암시한다. 여러 음식의 이름이 지워지고 계란과 사과만이 남은 이 구문처럼 《계란에서 사과까지》는 설고은, 양현모, 정현두, 최일준의 그림이 회화와 추상이라는 두 시작과 끝을 공유함을 전제하며, 그 사이에 있었을, 자신의 회화를 추상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과정들을 바라보고자 한다.
■ 작가소개 : 설고은 Gwen Seol
설고은은 현실에서 느끼는 모종의 결핍과 웹, 모바일에서 경험하는 짧은 순간 혹은 표류하는 이미지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이에 관한 흔적 또는 잔상으로서의 감상을 평면 이미지로 재조립해 정박한다. 스크린을 통해서 본 사각의 화면, 뭉개진 빛 덩어리, 색색의 얇은 파편 등 순식간에 흩어지는 이미지를 컴퓨터 그래픽 기능을 활용하여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형상화한다. 모니터를 보며 색과 크기가 다른 조각을 겹겹이 쌓고 일정한 규칙에 따라 순차적으로 그린 드로잉은 물감을 얹어 그리는 회화의 시작이자 원점(0.0)이 된다. 프레임의 한계 없이 구현한 그래픽 드로잉은 캔버스를 만나 한정된 프레임으로 구획 지어지고, 흔적과 잔상의 존재는 틀 속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묶여 고정된다. 개인전 «AFTER, IMAGE»(스펙트럼갤러리, 2022)를 열었고, «Flimsy Fragments»(소촌아트팩토리, 2022), «정보의 하늘에 가상의 그림자가 비추다»(아트스페이스3, 2020)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석사를 졸업했다.
설고은, <새벽 3시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보여줬다 재생했다 이어졌다 확산했다 연결했다 단절했다 다시 시작한다>,
캔버스에 아크릴, 162×97cm, 2021
설고은, <찾을 수 없는 너의 흔적을 찾아 조슈아 트리 공원을 검색하지만
유튜브의 짧은 영상들은 끝없이 돌아가는 회전문처럼 연결되지만 연결되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으로 나를 인도한다>,
캔버스에 아크릴, 각 50×50cm (40점 중 24점), 2022
■ 작가소개 : 양현모 Hyunmo Yang
양현모는 특정한 이미지가 시지각의 작용에 의해 흐릿해지거나 뚜렷해지는 순간에 관심을 둔다. 특히 발광하는 빛의 형태와 명도가 주변 어둠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과정, 대칭으로 이루어진 조형을 흐리게(blur)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정된 대상에 변화가 나타나는 찰나를 그린다. 한편 그에게 그리기란 자기 참조적 관찰을 시도하여 마치 ‘덮어쓰기’를 하듯 연속되는 회화를 파생시켜 나가는 일이다. 최소한의 명도에서 시지각이 받아들이는 미세한 형상을 그린 초기작 이후, 남은 것마저 지우기를 반복해 만든 빈 화면, 그 반대항에서 흐릿함과 뚜렷함을 공존시킨 화면, 그리고 뚜렷함만을 강조한 화면을 그려 왔다. 최근에는 변화에 무색해 보이는 ‘대칭’의 형태를 의도적으로 흐림으로써 이전의 ‘뚜렷해진’ 회화에 대한 자문을 시도한다. 개인전 «검은색 빛»(쇼앤텔, 2015)을 열었고, «Balance»(아트스페이스 영, 2021), «제3의 과제전»(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2019)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학사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 석사를 수료했다.
양현모, <Shield No.5>, 캔버스에 유채, 91×91cm, 2022
양현모, <Shield No.8>, 캔버스에 유채, 91×91cm, 2022
■ 작가소개 : 정현두 Hyundoo Jung
정현두는 신체의 내부에서 추동되는 즉각적인 움직임을 회화적 언어의 기본 단위로 삼으며 의미를 확정할 수 없는 표현 혹은 흔적을 남긴다. 특히 경계를 짓거나 명명할 수 없는 추상적인 장면, 순간적인 감상을 그리기의 대상으로 삼는다. 모호함에서 출발한 그리기는 팔의 길이, 손놀림의 빠르기 등 신체로부터 파생되는 거리를 축 삼아 연속되는 흔적을 남기는 붓질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기의 첫 단계에서 떠올린 이미지는 화면 위에서 점차 조형적으로 가공되며 회화로 남기에 적절한 상태로 다듬어진다. 결과적으로 화면에는 환영적인 공간이자 명사나 형용사를 연상시키는 기호로서 의미를 확정할 수 없는 복잡한 언어가 그림의 형태로 남는다. 개인전 «얼굴을 던지는 사람들»(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9), «밤과 낮의 대화»(위켄드, 2018), «무지개를 쓴 사나이»(공간 형, 2017)를 열었고, «물질 구름»(아트스페이스3, 2022), «견고하고 유연하게»(카다로그, 2021)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석사를 졸업했다.
정현두, <구름에서 주먹까지>, 캔버스에 유채, 193×90cm, 2023
정현두, <어딘가로 향하는>, 린넨에 유채, 193.9×130cm, 2022
■ 작가소개 : 최일준 Iljun Choi
최일준은 공예 기술과 금속 물질에 대한 실험을 기반으로 입체와 평면, 추상과 구상, 실재와 왜곡, 결정론과 자유의지 등 특정 개념을 구분 짓는 불명료한 경계를 탐색한다. 최근에는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실재에 관한 사유에 주목해 왜곡과 착각으로 둘러싸인 실재의 세계, 자유의지의 부재성을 이해하고 회화로 풀어내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캔버스 또는 금속판에 안료로 사용한 탄산동, 산화니켈, 염화코발트, 산화알루미늄, 산화크롬 등의 금속 분말은 온도, 습도에 따라 성질이 변하거나 시각적으로 합금되며 계속해서 질감과 색을 바꾼다.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화를 거듭하는 화면은 한 가지 개념으로 수렴되지 않고 끊임없이 처하게 되는 이항의 관계 그 자체를 빗댄다. 개인전 «Wallow»(쇼앤텔, 2020), «붉은 덩어리»(CICA 미술관, 2019), «보이지 않는 힘으로부터»(갤러리빙, 2018)를 열었고, «흔들림의 시간들»(SeMA 벙커, 2022), «스테레오 비전»(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2020)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금속공예학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다.
최일준, ‹코스모스에서 카오스로, 그녀와 그를 만나기 위해›(한 면),
스테인리스 스틸에 CoCl2, CoCO3, NiO, Cr2O3, CuCO3, Al2O3 입자, 플라즈마 드로잉, LED, 175.7×150.2×37.8cm, 2023
최일준, ‹코스모스에서 카오스로, 그녀와 그를 만나기 위해›(다른 한 면),
스테인리스 스틸에 CoCl2, CoCO3, NiO, Cr2O3, CuCO3, Al2O3 입자, 플라즈마 드로잉, LED, 175.7×150.2×37.8cm, 2023
■ 기획자 소개 : 김진주 Kim Jinju
김진주는 그림을 규정하는 요소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기획을 한다. «릴리»(WESS, 2022), «팁과 요령: 오늘 당신의 눈은 어떤 세계를 보게 될까요?»(김세중미술관, 2020), «단단한 바탕 2018—미리보기»(복도갤러리, 2018) 등을 기획했으며, 예술현장과 이론에 관한 연구 공동체 마코(Maco)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회화과 학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예술전문사를 졸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