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전시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전시상세정보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하이브리드 그라운드전

  • 전시분류

    단체

  • 전시기간

    2023-08-20 ~ 2023-10-22

  • 참여작가

    남진우, 무진형제, 박해울, 오제성, 이명호, 장한나, 최수인

  • 전시 장소

    자하미술관

  • 문의처

    02.395.3222

  • 홈페이지

    http://www.zahamuseum.org

  • 상세정보
  • 전시평론
  • 평점·리뷰
  • 관련행사
  • 전시뷰어


하이브리드 그라운드
Hybrid Ground




■ 전시 안내

○ 일      시 : 2023.8.20(일) ~ 10.22(일)
○ 참여작가 : 남진우, 무진형제, 박해울, 오제성, 이명호, 장한나, 최수인
○ 운영시간 : 10am - 6pm (월요일 휴관)
○ 부대행사 : 아티스트 토크 / 9월 8일 (금) 3시 - 5시
                    * 9월 6일, 7일, 8일  자하 뮤지엄 나이트 (~21까지 연장 운영/무료 맥주 제공) 


《하이브리드 그라운드 Hybrid Ground》


하이브리드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서구 역사에서 근대 이전의 자연은 신의 창조물이라는 인류의 형이상학적 믿음 아래 서술되었다. 당시에는 신을 상징하는 빛에 가까운 순수의 정도에 따라 만물에는 수직적 위계가 주어졌고 빛을 향한 불변의 믿음을 위해서는 순수 이외의 것들을 확실하게 타자화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필요했다. 이에 고대와 중세의 자연사에서 상상 동물들은 거대 돌연변이나 이종교배, 불순한 혼종 등의 하이브리드로 등장하며 질서의 최하위에서 부정성(Negativity)의 알레고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이전 먼 과거의 하이브리드는 인간의 심상과 감각이 만들어내는 환영(fantasma) 및 종교적·도덕적 교훈을 전달하는 은유(metaphora)로서 악의 괴물로 출현했다. 이후 과학혁명 시대를 지나 19세기 찰스 다윈의 “나투라 논 파실 삿툼Natura non facit saltum(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이라는 선언을 기점으로 자연은 실재의 영역에 속하고 인류의 근원적인 어둠을 형상화한 괴물들은 먼 옛날의 전설이나 신화 속으로 사라져갔다.

인류는 과학기술의 발달을 가속화하는 아래 자연을 전적으로 지배하며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이룩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언제부터인가 뜻하지 않게 더욱 선명해진 괴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미세먼지로 가득한 회색 하늘, 방사능으로 인하여 생겨난 돌연변이 생물, 기름 유출로 검게 물든 바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모여 형성한 쓰레기 섬 등 인공과 자연의 결합이 만들어낸 새로운 하이브리드의 풍경이다. 이는 신화 속 환상 동물이자 반인간적 대상으로서의 괴물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인 인공물들이 뒤섞인 실재로서의 괴물이다. 인류가 세계를 향한 내면의 근원적인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구축해온 이성적 지식체계와 과학기술이 인간의 생명을 더욱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거의 이분법적 사고를 지속하는 아래 우리는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다. 앞으로 이 땅에 남아있어야 하는 괴물은 누구이고 추방되어야 할 괴물은 누구인가? 그러나 자연-인공이 만들어낸 새로운 생태계 속을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는 무엇도 악의 대상으로 타자화하여 현실에서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다.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낡은 혐오의 재생산이 아닌 ‘다르게 바라보기’, 즉, 인간 중심으로 축적해온 하이브리드에 대한 부정적 정동(affect)을 지우고 우리가 속한 세계 내의 불명료한 대상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마주하는 용기이다.

이제 《하이브리드 그라운드Hybrid Ground》는 동시대 예술작품들을 통하여 서구 형이상학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기존의 이분법적 질서가 해체된 미지의 땅을 향한 항해를 제안하고자 한다. 인류가 타자화해온 세계 내 대상들에 관한 고찰, 그로 인해 맞이한 자연재해에 대한 공포,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깝게 자연-인공물과 결합하고 공존해야 하는 현실 등이 만들어내는 거친 해일과 지진을 견디며 우리가 도착하게 될 새로운 땅은 어떤 모습일까? 시뮬라크르이건 실재이건, 적어도 이 세계 내에는 특정 대상에 관한 차별과 배제가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낡은 착각이나 타자들의 목록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작가 소개

오제성

오제성은 일상적인 오브제를 예술의 영역에서 조각으로 변용하여 개인과 사회의 미시사를 기록해오고 있다. <조각가의 시간 항해술>(~2023)은 뗏목을 연상하게 하는 구조물에 작가가 습작기부터 현재까지 만들어 온 조각 작품들을 나열한 작업으로, ‘시간’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미래의 바다를 표류하는 조각가에 대한 작가의 상상에서 출발하였다. 망망대해에서 조악한 뗏목에 조각 작품들을 하나씩 길어 올리는 조각가는 일차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돌아보는 작가 자신 혹은 예술가를 의미한다. 그러나 기억, 바다, 미래라는 키워드를 보다 넓게 확장하면 이는 인류세라는 위기의 시대, 시간의 흐름을 넘어 다양한 과거의 사회 체계와 믿음을 돌아보면서 더 나은 미래로 도약하고자 현 인류에 대한 은유로도 바라볼 수 있다.



남진우

남진우의 회화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보이는 대왕 오징어와 그에 맞서는 히어로가 등장한다. 중세 이콘화를 연상하게 하는 구도와 화려한 장식 아래 이들은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알파 포식자(man-eater)와 그를 무찌르고 평화를 되찾는 고전적 영웅 서사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The Saga of the Monsters : A feast of glory>(2023)에서 거대한 몸집의 대왕 오징어는 위협적이면서 동시에 왜 자신을 괴물로 규정하는지 알 수 없다는 듯 의문 섞인 눈망울을 깜빡이고 있다. 반면 천사처럼 흰 날개를 달고 있는 히어로들은 <포식자predator>(2023)가 오징어를 혹은 인간인 서로를 잡아먹는 잔혹성을 보인다. 작가는 이처럼 고대부터 신, 천사, 인간, 괴물로 이어져 온 존재의 수직적 위계와 선악 구도의 틀의 고정성에 질문을 던지며 고전 서사를 가볍게 해체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성스러운 ‘하늘’이 아니라 세속적인 ‘땅’이며 이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불명료한 세계임을 돌아보게 한다.


최수인

<불구경>(2020), <바라고 바라고A wish>(2023)와 같은 최수인의 회화는 물, 산, 구름 등을 연상하게 하는 자연 풍경을 담고 있다. 이들은 평화롭기보다는 어딘가 모호하면서도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그가 그리는 풍경은 사실 지구상의 어떤 대상도 재현하지 않는 색채, 형상, 모양으로 채워진 가짜 자연fake nature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라는 점에서 가짜로 명명되는 이들은 그러나 언어로 대표되는 논리적이자 상징적인 기호들의 발명 이후 그림자로 억압되어 사라진 존재들을 생생하게 닮아있다. 과거 고대인들은 실재하는 대상들과 더불어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적 인상과 내면 심리를 자연의 일부로 포괄하였다. 최수인의 <Gas Play>(2023)는 이처럼 이성적 위계와 개념이 형성되지 않은 시기의 색채와 감성 및 자연적 대상들이 등장하는 한 편의 무언극이다. 딱히 무어라고 쉽게 규정할 수 없는 화면 속에서 우리는 인간-주체라는 공식에서 한 걸음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연습한다.


이명호

이명호는 사진의 재현과 재연이라는 속성에 관한 탐구 아래 캔버스와 자연의 조합으로 대상의 숨은 가치를 드러내는 「사진-행위-프로젝트」를 지속해오고 있다. 그가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업들은 인간-기계-자연이 복합적으로 세계를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들이다. <Work View; Tree #18_4>(2021)는 ‘그림(회화) 같은 사진’을 연출하기 위하여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설치하는 작업 과정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보다 관념적인 작업 <[drənæda]_Nothing But #1>(2020)는 흰 종이 위에 잉크로 사진을 찍어내고 그를 다시 긁어낸 후 텅 빈 백색의 화면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시각을 통해 무언가를 파악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들어낸 텅 빈 세계가 더 많은 것을 드러낼 수 있다는 역설을 시사한다. 백색 화면은 야외 설치물 <작명 안(못) 한 #1_2>(2019)에서 3차원으로 나아가며 신화 속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사진 매체와 현실이 미로처럼 혼융된 하이브리드의 경험을 선사한다.



무진형제

무진형제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사회 곳곳에 자리한 주변부 대상들에 관한 픽션을 미디어 작업으로 구축해오고 있다. <궤적(櫃迹) - 목하, 세계진문(目下, 世界珍門)>(2018)은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서 발췌된 약 23개의 문장과 서울 고층 빌딩에서 아쿠아리움을 감상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교차하여 인류가 꾸준히 쌓아온 사고 체계와 문명의 현재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Ground Zero>(2021)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진단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직된 태도로 과거의 사고를 답습하는 인류의 미래를 경고한다. 장소도 시대도 불분명한 땅에서 폭풍우 속 최후를 맞이하는 모형 인간의 생애는 팬데믹 이후 더욱 거세게 덮쳐오는 자연재해 속에서도 기존의 생활 태도와 믿음을 바꾸지 못하는 동시대인들을 상징한다. 이들 작업을 통해 무진형제는 지구상에 다양한 생태계가 파괴되어 생명을 위협받는 인류가 기존 믿음과 지식체계를 벗어나 세계를 다르게 파악해야 할 변곡점에 다다랐음을 돌아보게 한다.



장한나

장한나는 자연환경에서 풍화작용을 겪으며 광물화되어가는 각양각색의 플라스틱 폐기물들을 소재로 작업을 해오고 있다. 과학적으로 플라스틱글로머레이트plasticglomerate, 파이로플라스틱pyroplastic, 플라스틱스피어plasticsphere로 명명되는 이 대상들에 작가는 뉴 락New Rock이라는 명칭을 부여하며 섬세한 사유와 손길을 더한다. 미학적 감동과 인간적 반성 사이, 기이한 감상을 자아내는 뉴 락들은 이번 전시 미술관의 장소적 특성을 활용한 야외 설치를 통하여 하이브리드에 관한 흥미로운 접근을 제공한다. 인공물과 개미들이 만들어낸 생태계가 뒤섞인 <신자연–뉴 락 속 개미>(2023)는 인간-사물-생물 등의 하이브리드 조합이자 이들이 서로에게 유해한 영향을 넘어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며 나아갈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작업이다. 또한, 인왕산 인근 부지를 활용한 <신 대지미술>(2023)은 해안가에서 수집한 뉴 락을 산등성이에 자리한 풀, 나무, 바위들 사이 곳곳에 배치하여 인공과 자연의 경계가 사라진 해양과 숲의 미래를 떠올리도록 한다.



박해울

박해울은 장편소설 『기파』(2018)를 비롯하여 『당신 곁의 파피용』(2022) 등 다양한 앤솔러지에 단편으로 참여하며 활동하고 있는 SF 소설가이다. 이번 전시 그는 안진이라는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단편 「다음 할 일 (     ) 」(2023)를 선보인다. B632라는 낯선 소행성으로 이주 도중 사고를 당해 홀로 행성에 남게 된 주인공 안진은 자신을 쫓아오던 괴수를 맞닥뜨리는 절망적 상황에 처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는 괴수의 정체와 행성에 얽힌 비밀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면서 안진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게 된다. 이는 낯선 행성에서 벌어지는 미래의 스토리를 그리는 SF적인 상상력과 몬스터를 혼종, 하이브리드, 불순한 타자라는 악의 대상으로 여겼던 과거 인류의 고정관념 등이 뒤섞인 세계관으로 전체 전시와 긴밀하게 연관되는 흥미로운 서사를 담고 있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