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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백영 개인전: 삶,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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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불구하고 바다는 바다다. 
유백영 개인전 <삶, 바다>

서학동 사진미술관에서 8월 1일 ~ 8월 13일까지

○ 하루에도 몇 번 안전 관리 문자가 쏟아진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주의보, 해외의 꺼지지 않는 산불과 지구 온난화 현상까지 어느 한순간이라도 우리는 걱정과 우려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가고 거기에서 새로운 삶을 만난다. 이번 여름은 그런 새로운 ‘삶과 바다’를 느껴보자.

○ 사진작가 유백영은 1981년 한국사진작가협회 공모전 입상을 시작으로 40여 년간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2001년부터 한국소리문화전당 전속 사진작가로 활동해 왔으며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해왔다. 이번 작품의 주제는 <삶, 바다>이다. ‘나’의 시각만이 아닌 ‘나와 너’의 시각으로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담백하게 담아내고 있다.

○  모든 사진작가들이 다 그렇듯 그 역시 ‘자연’을 주제로 한 사진으로 입문했다. 하지만 무대 위 인생에 매료되어 이십여 년 넘게 공연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면서 예술가들과 다양한 연을 맺어왔다. 연로한 무형문화재를 찾아가 기록하는 작업 역시 지속하고 있는데, 이분들 중 상당수가 돌아가셨다. 어디 사람뿐이랴. 공소, 오래된 기차역, 방조제 그리고 최근 새롭게 청사를 이전한 전주지방법원까지 그에게는 그 모든 것들이 기록의 대상이자 여행지이다. 이번 전시는 그가 작가의 시각이 아닌 타자의 시각으로 본 바다와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누구는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인생을 즐겁게 여행하고 있다. 길이 있으면 가고, 멈추어 서서 한참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돌아와 다시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런 느린 여행을 하고 있다. 그 여행의 길모퉁이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다 그에게는 피사체가 되고 친구가 된다. 단순히 사진의 대상이 아닌, 같이 밥을 먹고 고민을 들어주고 인생의 방향을 서로 이야기하다 뜻이 맞으면 같은 방향으로 여행하기도 한다. 그에게 있어 인생은 느리게 관조하듯 걸어가며 여행하는 것이다. 사진은 그런 여행의 동반자이다. 

○ 그는 수상도 참 많이 했다. 전북예총 공로패, 전주시 예술상, 전라북도 사진대전 대상과 대한민국 법원의 날 수상까지. 전주시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고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전라북도립국악원을 주제로 한 사진전도 개최했다. 공연 사진의 주 무대였던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는 개관 5주년과 10주년에 이어 20주년에 그의 기록사진전이 열렸다. 한 공간에서 특별초대전이 계속적으로 열린 것은 지난한 노력들의 결과이자 그 인생의 트로피다.

○ 자잘한 수상들과 전시들을 차치하고라도 참 바쁘게 살아왔다. 그런데도 그는 바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무사이자 여러 공적기관의 운영위원이기도 하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속 사진작가인 그는 바쁘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유 있어 보인다. 타자에게는 늘 관대하면서도 자신에게는 굉장히 엄격함이 그 이유이다. 누구보다도 일찍 하루를 시작하여 자신의 일을 하되 낮 동안의 긴 시간은 모두 타자를 위해 할애하는 습관이 오랫동안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우아한 백조가 물 위에서는 편안하게 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엄청난 발놀림이 물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그의 인생 역시 그러하다. 스스로는 무척 바쁜 사람이지만 사진을 찍고 사람을 만나는 그 모든 것들이 이 ‘여유’로운 시간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의 인생이 즐거운 여행인 이유이다. 

○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자신의 여행이 아닌 타자의 시각으로의 여행을 떠났다. 오랜 시간을 물질하는 늙은 어부를 바라보며 어부의 시각으로 바다를 보았다. 만선의 기쁨을 싣고 돌아오는 배를 바라보았으나 갈매기와 물고기에 감정을 이입해보기도 했다. 낡고 폐기된 호스선이나 김 양식장 지지대, 그리고 오래되어 방치된 그물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즐겁지 않으려고 했고 치열하고 투쟁적이며 심지어는 전투력을 만랩으로 끌어올려 바다를 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그가 수년간 노력하여 출력한 사진들은 여전히 ‘바다’ 그 자체였을뿐이다. 아무리 보완하고 글을 덧붙인들 사족일뿐이다.





유백영 『삶, 바다』

#삶 #바다 #생존 #타자 #양가적감정

바다 프로젝트는 꽤 오래전부터 기획되었다. 일출과 일몰에서 시작한 아름다운 바다 이야기는 만선의 기쁨을 담은 어부의 인생을 거쳐 항구의 역사를 담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름답고 생명력이 넘치는’ 그런 바다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바지락을 캐는 아낙 옆에서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새의 마음, 만선을 위해 가장을 바다로 보내야 하는 아내의 마음, 남들처럼 와이셔츠를 입고 책상에 앉아 일하기를 바랐건만 결국은 바다로 돌아온 나이 든 아들을 보는 노부부의 시각, 오와 열을 맞추어 촘촘히 도열한 고깃배 사이를 지나야 하는 물고기들의 목숨을 건 움직임, 아름답게만 보이는 항구의 높은 건물 유리창에 머리를 박고 죽는 새들의 모습. 
그런 의도로 바뀌어 다시 잡은 작품의 주제는 아름다운 바다에서 치열한 삶의 무게로 바뀌었다. 바다는 어부에게도 물고기에게도 기다리는 늙은 촌로에게도 치열한 삶의 현장이자 인생의 무게로 다가왔다. 작가의 렌즈는 이제 ‘작가’의 시각이 아닌 ‘타자’의 시각으로 피사체를 담기 시작했다. 작가 스스로 어부에게 쫓기는 물고기나 어부지리를 취하려 대기하고 있는 갈매기가 되기도 했다. 한순간 눈에 콩깍지가 씌여 평생 어부의 아내로 살아가야 하는 촌로에 빙의되기도 했다.
너의 길은 어디로 이어졌는가? 당신의 삶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생존과 동행이란 화두 속에 당신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전투적으로 고민하고 치열한 시각으로 잡아낸 작품들이 스무 개 이상 나왔다. 그러나 전시 직전까지의 치열한 고민과는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최종적으로 나온 작품들은 그런 수년간 작가의 고민과 기획자의 의도와는 약간 다르게 다가왔다. 그냥 바다 그 자체였을 뿐이다. 유백영의 카메라가 잡아낸 바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넓고 안온하고 평화롭다. 기획은 실패했지만 작품은 지극히 아름답다. 

판단은 관객들에게 맡긴다. 

글 이향미(전주부채문화관 관장)


○ 전시는 8월 1일부터 8월 13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진행된다. 뜨거운 여름, 무언가를 찾아 혹은 누구과의 행복한 추억을 위해 길을 나선 사람들이 도심 한 복판에서 유백영의 바다를 만날 예정이다. 관객들의 판단을 믿어본다.


사진작가 유백영 010-3670-8578
전주 서학동 사진미술관
매일 10:30~18:00,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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