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생
2023. 8. 15~ 8.27 / 이승호 Lee Seung Ho
타이틀인 “인공생”의 인공(人工)은 사람의 힘으로 자연에 대하여 가공하거나 작용을 하는 일. 즉 사람이 만들어 낸 기계문명사회 속 생(生)에 대한 고찰을 더한 합성어이다. 동시에 사람(人)과 미래의 과학기술이 공생(共生)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함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선으로 패턴화된 다양한 형태의 기린이 등장한다. 이 기린은 20대 청년이었던 이승호의 자화상이다. “기린”은 주로 ‘타자’와 ‘나’라는 2가지의 대조적인 형태로 구현된다. 곧게 뻗은 큰 키의 올곧은 형상의 기린은 타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와 상반된 형태로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의 기린은 유약한 개인의 존재를 은유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타자와의 비교와 열등감으로 지친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쓰인 알록달록한 색감의 전선은 동시대의 관계성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매체로, 작가가 재해석한 현대인의 삶을 표현하는 도구로 해석될 수 있다.
살아있는 도시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배후의 수많은 전선들의 연결이 필요하다. 흡사 인체의 혈관 혹은 조직세포와 같아 보이기도 한다. 절연체에 감싸져 에너지 전달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전선에는 욕망하는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개인의 모습이 투영된다. 이처럼 작가는 화려한 도시의 색과 같은 형형색색의 전선들을 해체하고 겹겹이 쌓아 만들어진 패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진화된 개인의 형상을 기린에 빗대어 창조하고 있다.